KCC 홀리스 제퍼슨 퇴출...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장] 영입 전에도 우려 목소리... 선수 관리의 책임 피할 수 없어
▲ 제퍼슨 '가자'1월 31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전주 KCC와 안양 KGC의 경기. KCC 제퍼슨이 뛰어올라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NBA(미 프로농구) 출신의 경력자라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농구 전주 KCC가 외국인 선수 론데 홀리스 제퍼슨과 결국 씁쓸한 결별을 선택했다.
KCC는 지난 2월 12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수원 KT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제퍼슨의 퇴출을 전격 발표했다. 결정적인 사유는 '태업'이었다. KCC 측은 "제퍼슨이 제대로 뛰려고 하지 않았다. 최근 2경기에서는 공격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패스만 했다"고 설명했다. 전창진 감독은 "이런 외국인 선수는 처음 봤다"며 격노했다.
KCC는 올시즌 기존의 라건아에 FA(자유계약선수)로 국가대표 이승현-허웅을 영입한 데 이어, 제퍼슨까지 가세하면서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여 유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했다. KCC는 제퍼슨에게 라건아를 받쳐주는 2옵션이자 벤치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제퍼슨이 KBL에게 남긴 족적은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제퍼슨은 올시즌 KCC 유니폼을 입고 38경기에서 10.1점(29위), 3.8리바운드(26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개인기량의 문제는 아니었다. 제퍼슨의 올시즌 출장시간은 고작 11분 28초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을 만큼 공격력 하나는 확실했다. NBA에서도 약점으로 지목되었던 부정확한 중장거리 점퍼는 KBL에서도 3점슛 성공률 20.7%, 자유투 69.4%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활용한 돌파력만으로도 일대일로는 막을 선수가 없었다.
지난 1월 31일 안양 KGC와의 경기는 제퍼슨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제퍼슨은 이날 37점 11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을 펼치며 KGC의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34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 2블록슛)의 역대급 '쇼다운'을 펼쳤다. 비록 경기는 KCC의 2점차 석패(81-83)로 아쉽게 끝났지만 제퍼슨의 플레이는 환상적이라는 극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경기는 제퍼슨이 KCC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사실상 마지막 경기가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제퍼슨이 KCC의 팀 구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수였다는 점이다. 라건아가 1옵션인 KCC에서 제퍼슨의 출전시간과 활용도는 식스맨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라건아의 휴식시간에 제퍼슨이 출전한다고 해도 KBL에서는 팀사정상 4번이나 5번을 맡아야 했는데 제퍼슨은 3번이 어울리는 전형적인 선수다. 수비에서는 힘이 좋은 정통 빅맨형의 상대팀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되면 미스매치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다보니 유일한 토종빅맨인 파워포워드 이승현의 체력적 과부하라는 또다른 문제점을 초래했다.
설사 2-3번으로 활용하고 싶어도 이미 허웅같은 슈터 자원이 많은 KCC에서는 국내 선수들과 역할이 중복되는 데다, 제퍼슨의 슈팅능력이 좋지 않다는 단점 때문에 이래저래 계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제퍼슨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팀의 상황에 불만이 쌓일 만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업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스펠먼과의 쇼다운으로 화제를 모은 KGC전 이후, 제퍼슨은 노골적으로 불성실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자신이 공격을 해야 할 타이밍에서 패스를 돌리거나 코트를 설렁설렁 걸어다녔다. 창원 LG와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제퍼슨은 단 한 번의 야투 시도도 하지 않은 채 무득점을 기록했다. 이미 뛰려는 의지를 잃어버린 선수와 더 이상의 동행은 무의미했다.
제퍼슨의 퇴출 자체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한편으로 이는 선수만이 아닌 KCC에게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제퍼슨이 기량은 좋아도 KCC와 어울리지 않는 선수라는 우려는 이미 영입 당시부터 제기된바 있다.
사실 제퍼슨의 실패는 알고보면 타일러 데이비스의 '나비 효과'에서 비롯됐다. KCC는 당초 정통빅맨인 타일러 데이비스를 우선순위로 영입하려고 했고 실제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돌연 선수측의 일방적인 변심으로 무산됐다.
그런데 데이비스는 지난 2020∼2021시즌에도 KCC에서 뛰다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상치료과 NBA 도전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한 바 있다. 데이비스를 잃은 KCC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안양 KGC에게 4전 전패로 완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같은 선수에게 두 번이나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데이비스만 바라보고 있던 KCC가 부랴부랴 다급하게 대체자로 구한 선수가 바로 제퍼슨이었다. 여름 내내 데이비스를 기다리느라 허송세월했던 KCC는 정작 제퍼슨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할 시간이 없었다. 이름값만 믿고 손발도 맞춰보지 못한 채 시즌 개막을 맞이하게 됐으나, 결국 선수와 구단 모두 불행한 결과만 초래했다.
KCC와 전창진 감독은 제퍼슨만을 비난하기 전에, 선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제퍼슨을 데려왔으면 선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든가, 팀에 희생할 수 있도록 선수의 마음을 잘 다독이든가, 그도 아니면 차라리 조기에 결별하고 변화를 주는 확실한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KCC는 데이비스 영입 때와 마찬가지로 제퍼슨에게도 확실한 결단을 내리지못하고 시간만 끌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전창진 감독은 이전에도 외국인 선수들과 크고 작은 트러블이 많았던 인물이다. 여기에 시즌 중반에 제퍼슨의 대체선수 영입에 대한 소문이 농구계에 파다하게 퍼졌지만 끝내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제퍼슨에게 팀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하는 것도 애초에 무리였을 것이다.
KCC는 현재 토종 원투펀치인 이승현과 허웅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있는 KCC의 선수단의 줄부상 릴레이는 코칭스태프의 선수단 관리나 훈련방식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더구나 대체 외국인 선수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퍼슨을 되출시키면서 당분간 노장 라건아 1명으로 버텨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막대한 투자로 우승후보로 꼽혔던 KCC는 현재 5할에도 못 미치는 승률로 고작 7위에 그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이 모든 혼란의 책임은 그저 제퍼슨 한 명만의 잘못이 아닌, KCC의 구단 운영과 선수단 관리의 총체적 실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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