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논리적인 아내-감정적인 남편, 싸워야 사는 부부

[리뷰]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등록|2023.02.14 13:50 수정|2023.02.14 13:50
풋풋한 학창 시절, 등굣길에서 처음 만나 서로의 다정한 모습에 한눈에 반했고 결혼까지 결심했던 청춘 남녀가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는 끝없는 다툼과 자존심 싸움에 지쳐서 어떡하면 지긋지긋한 인연을 끝낼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부부의 이야기는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월 13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네 말은 다 틀려, 태클부부'편을 통하여 두 번째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를 다뤘다. 목포에서 다둥이 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양지훈-김서연 부부는 학창 시절에 만나 22살에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결심했고 어느덧 결혼 14년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남편은 가족을 위하여 열심히 아침을 준비하는 자상한 면모를 드러냈만, 정작 아내는 아이들이 잘먹지도 않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재료와 정성을 허비하는 비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남편이 준비한 콩나물 반찬을 먹지않자 남편은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로도 남편과 아내는 청소와 요리, 가사에서 시종일관 의견이 엇박자를 드러내며 사소한 일로 아침부터 끊임없이 입씨름을 벌였다. 아내는 "사사건건 다 안 맞는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붙어 있으면 또 심심하니까"라고 덧붙이는 반전으로 오은영과 패널들을 황당하게 했다.

남편은 "신혼때부터 싸움이 많았다. 그래서 감정이 쌓이다보니 서로에게 지쳤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진지한 싸움이라기보다는 티키타카에 가까운 부부의 모습에, 오은영과 패널들은 "싸움인지 만담인지 모르겠다"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사실 부부는 거듭된 싸움 때문에 23살 때 결혼 1년만에 한번 이혼한 적이 있었다. 대학생이었던 두 사람은 몸도 마음도 아무런 준비가 되지않은 상황에서 부모가 되어 현실적-경제적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아내는 첫 출산때도 일 때문에 남편이 없었고 처음 만나는 시부모와 함께 살아야했던 불편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아내가 힘든 상황을 호소했을 때 남편 역시 자신의 힘든 상황을 늘어놓으며 아내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했다고.

하지만 1년의 시간이 흘러 부부는 고심 끝에 아이들을 위하여 재결합했다.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결혼, 이혼, 재혼이라는 큰 일을 모두 겪은 것. 그러나 재결합 이후에도 부부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오은영과 패널들은 의외로 부부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호흡이 척척 잘맞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은영은 "두 분은 말을 안 하면 못 견디는 사람들이다. 대화가 1분 1초도 쉬지 않는다. 아이들 목소리는 1도 안 들린다. 만담 같은 말싸움이 삶의 에너지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은영은 "두분에게 말을 줄이라는 요구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두분의 대화방식은 서로의 말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반박하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내는 오은영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언제부터인가 서로가 미워진 것 같다. 남편이 못미덥다"는 생각을 밝혔다. 남편은 사소한 일에도 자신의 허락을 구한다는 아내의 불만에, 남편은 "아내의 반박이 들어올까봐, 싸움이 싫어서 미리 허락을 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은영은 "만일 이 부부 사이에서 합이 맞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궁금해했다. 부부는 잠시 생각하다가 "서로 말이 없어질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이에 오은영은 "그러니까. 삶의 원동력이 하나 줄어드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두 분은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면 그 다음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말꼬리를 잡는 게 두 사람이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라는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오은영은 "부부의 패턴이 분명하다. 왜 우리는 사사건건 상대에게 반대하고 반박하는지 각자의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부는 밖에서 맥주를 마시며 둘만의 대화를 가졌다. 남편은 전날 아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아픈 아이를 혼자 돌봐야 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무심한 반응을 보인 아내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반면 아내는 자신이 가끔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꽁해있다가 뭔가 꼬투리가 생기면 나갔다 온 것을 연결시켜서 문제 삼는다고 반박했다. 한 사건을 두고 대화를 하면서도 두 사람의 초점은 시종일관 평행선을 달렸다.

아내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저도 혼자있고 싶은 시간이 있다. 남편은 케어를 못해주면 짜증을 내고 성질을 부린다. 남편이라기보다 챙겨줘야하는 아기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아내로부터 챙김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솔직히 인정했다.

부부는 집으로 돌아와 2차를 시작했다. 잠시 화기애애한듯하던 분위기는 <결혼지옥>의 방송분을 함께 시청하면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시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부부는 서로 먼저 성질을 냈다고 탓하면서 말싸움으로 번졌다. 특히 술에 취한 남편은 고성을 높이며 모든 것을 아내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아내는 "남편은 술을 먹으면 쓸데없는 일로 화를 낸다"고 폭로했고, 영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본 남편은 기억이 안나는 듯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두 사람은 대화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다르다"고 분석하며 "남편은 감정적 대화가, 아내는 이성적 대화가 중요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적 성향을 지닌 남편은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주지 못하거나 비판하면 비난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아내는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이야기를 상대가 수용해주지 않으면 기분이 상한다. 요약하자면 남편은 '내 마음을 알아줘'라면, 아내는 '내 생각이 옳아'라는 스타일에 가깝다는 것.

두 사람의 대화 성향은 왜 이렇게 다를까. 아내는 어린 시절 똑똑한 동생과 자주 비교되면서 충분히 인정을 못받았던 설움이 있었다. 아내가 끊임없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는 존재를 확인받는 방식이었다.

심리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내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토로했을 때도 오히려 부모에게 비난을 듣고 자기 탓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에게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편에 대해서도 의견차이가 있을 때마다 자주 공격받고 비난당하는 느낌을 겪으면서 남편을 의지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는 것.

싸우고 난 다음날 아침, 술에서 깬 남편은 아무렇지않은 표정으로 아내에게 계속 대화를 걸고나 음식을 권했다. 남편 입장에서는 화해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내는 매번 같은 식으로 넘어가고 또다시 싸우는 방식이 반복된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만취했던 남편은 전날 아내와 왜 싸웠는지도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남편은 멀쩡한 정신으로 싸웠을때도 "그때의 감정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고백하며 아내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잠시 후 부부는 다시 둘만의 대화를 시도했다. 싸우더라도 문제를 제대로 짚고 풀고 가자는 아내와, 싸우는 것 자체가 싫다는 남편의 대화는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못했다. 집안에서 아이들을 의식하느라 두 사람은 대화를 진지하게 이어가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에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아내는 홀로 집 밖으로 나와 "짜증나, 진짜 미칠 것 같아"라며 눈물을 흘렸다.

스튜디오에서 아내는 당시의 심경을 회상하며 "남편은 아예 나를 생각 안 하는구나. 네가 진짜 힘들 때 나도 너한테 똑같이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튿날 남편은 출근을 했다가 손을 다쳐서 돌아왔지만, 출근길도 퇴근길도 관심을 가지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아내는 남편이 다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제가 아플때는 남편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며 일부러 무시했음을 고백했다. 반면 남편은 "나는 나름대로 한다고 노력하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허무할 때가 있다"고 서운해했다.

아내는 남편을 남겨두고 아이들과 함께 마트로 떠났다. 당시 홀로 집에 쓸쓸이 남겨진 남편의 모습을 뒤늦게 영상으로 지켜본 아내는 미안함과 애증이 교차했는지 끝내 눈물을 쏟았다. 남편은 아내가 부부싸움을 하면 집비밀번호를 바꾸고 차와, 카드- 현금까지 챙겨서 자녀들과 친정으로 가버렸던 일화를 고백했다.

오은영은 부부싸움을 했을 때 아내가 남편의 '중요한 모든 것'을 빼앗는 방식으로 '앙갚음'을 한다고 분석했다. 아내는 인정하면서 "남편은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제 곁에 없었다"는 이유를 꼽았다. 출산을 한 아내를 시댁에 혼자 내버려둔 이야기에, 남편은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무책임했던 부분이 있었다"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오은영은 "어릴 때는 어려서 그랬다고 할 수 있지만, 그 패턴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남편의 잘못을 지적했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의 기본적인 핵심감정은 '외로움'"이라고 진단했다. 남편은 어린 시절 맞벌이를 했던 부모님 때문에 혼자 외로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오은영은 바로 이점에 주목하며 "남편은 마음이 통하는 게 중요한 사람인데 '그랬구나' '힘들었구나'라는 감정을 수용받은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남편의 결핍을 분석했다. 남편은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받는 상처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정작 아내의 상처를 보지 못하는 게 남편의 진짜 문제였다. 이는 곧 나를 외롭게 만든 상대를 탓하는 원망으로 이어진다. 심리검사에서도 남편은 자율성이 낮고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외부 환경으로 탓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잘 수용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나타났다.

오은영은 '부부듣기평가'라는 솔루션을 제안했다. 서로 대화를 할때 내용을 녹음해보고 상대에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돌아보라는 것. 오은영은 "다툼이 있었을 때 자신이 이야기한 걸 다시 들어보면 골때린다"라는 강한 표현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로의 변화를 기대하면 '나의 말'부터 먼저 돌아보라는 게 오은영의 조언이었다.

또한 오은영은 배우자에게 먼저 '감사를 표현'하고 그 뒤에 본심을 전달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주문했다. 오은영은 "공감은 상대방과 내 마음이 똑같은 게 아니다. 나와 달라도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수긍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싸우고 난 뒤에는 상대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면서 고찰하고 성찰하고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부부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내는 "아이 넷 키우는 게 쉽지 않다.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니까 그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아내의 이야기를 묵묵히 경청한 남편은 "아이들을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감사를 전했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당신이 내 편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 남편은 "항상 당신 편으로 있겠다"고 화답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부부는 서로에 대한 못다한 고마움을 전하며 따뜻하게 포옹하는 것으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