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없이 봤다가... 참가자들 진심에 빠져버린 '피크타임'
[TV 리뷰] JTBC <피크타임> 신인-활동중단-해체팀들의 재도전
▲ 지난 15일 방영된 JTBC '피크타임'의 한 장면. ⓒ JTBC
"우리는 못 보여준 것 뿐이다. 우리는 틀린 것이 아니다."
기대감 없이 봤다가 제대로 칼 갈고 나온 그룹들의 무대에 절로 빠져 들었다. 다름아닌 JTBC 새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피크타임>의 이야기다. 2월부터 각 방송사들이 연달아 케이팝 아이돌 경연 예능을 속속 등장시키고 있다.
MC 이승기의 예능 복귀작, 이미 데뷔를 했던 그룹들의 단체전이라는 특징은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피크 타임>을 바라보게 만드는 강점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그런데 첫회부터 <피크 타임>은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신인, 부스터 (데뷔 3년 차 전후), 활동중지 등 3개 조로 나눠 출연한 그룹들은 무대에 대한 갈증을 제대로 해소하면서 속속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싱어게인> 제작진이 만들면 뭔가 다르다?
▲ 지난 15일 방영된 JTBC '피크타임'의 한 장면. ⓒ JTBC
<피크 타임>은 JTBC의 인기 오디션 <싱어게인> 제작진의 작품답게 전작의 형식을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사전 예심 등을 거쳐 출연하게 된 총 23개 팀들은 팀 이름 뿐만 아니라 팬덤, 소속사 등을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새로 부여 받은 팀 이름, 멤버들 이름만 공개하고 경연을 치른다. <싱어게인>에선 '00번 가수'로 무대에 올랐다면 이곳에선 사전에 뽑은 번호표에 맞춰 '시간'으로 팀명을 부르게 된다. 그리하여 팀 1시, 3시 등으로 경합을 벌이는 것이다.
8명 심사위원이 모두 합격 버튼을 누르면 올피크가 부여되며 6피크 이상 받으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만 4~5피크는 일단 보류, 3피크 이하를 받으면 탈락된다. 참가자들의 이름은 Top 6가 오르는 결승전에서 공개되거나 탈락시 소개된다. 우승팀에게는 상금 3억 원과 음반 제작, 글로벌 쇼케이스 등의 특전이 부여된다. 또한 1라운드 통과시 보컬과 댄스 레슨을 지원하며 프로듀싱, 퍼포먼스, 비주얼 디렉팅 역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2회를 한꺼번에 방영하는 파격 편성에 힘입어 <피크타임>은 비교적 고르게 많은 팀들이 분량을 확보하며 저마다의 재능, 색깔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았다. 최근 <보이즈 플래닛>이 일부 참가자에 대한 편집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관록 보여준 '활동중지' 참가팀
▲ 지난 15일 방영된 JTBC '피크타임'의 한 장면. ⓒ JTBC
녹화일 기준으로 당해년도 신인팀부터 2010년 데뷔한 그룹 등 천차만별의 참가자들은 기존 선배들의 대표곡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면서 경연에 돌입했다. 중견 기획사 소속 또는 <프로듀스 X 101> 출전 경력 등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멤버를 보유한 팀들부터 "이런 그룹도 있었나?" 등 철저히 무명의 존재였던 참가자 등이 <피크 타임>을 통해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경연 전날 멤버들이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급히 동선과 파트를 변경해서 올라온 파트를 바꾼 첫 경연 그룹(팀 14시)은 제법 무난한 퍼포먼스를 펼쳤지만 5피크를 받아 다른 참가자들에겐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뒤 이어 올라온 팀들은 올피크부터 0피크까지 천차만별의 평가 속에 합격과 탈락, 보류 등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활동중지' 조에 속한 팀들이 대거 7피크~올피크를 받으면서 녹슬지 않는 실력을 보여줬다.
총 9팀이 먼저 1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은 이날 방송 말미엔 1인 참가자들이 대거 등장해 궁금증을 함께 자아냈다. 사정상 혼자 출연한 이들은 별도의 심사를 거쳐 합격자에 한해 '팀 24시'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1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이 방식은 종전 아이돌 오디션에선 볼 수 없었던 것이기에 나름의 차별성도 마련했다.
다시 무대에 오를 수만 있다면... 진정성 담은 참가자들
▲ 지난 15일 방영된 JTBC '피크타임'의 한 장면. ⓒ JTBC
연습생 시절엔 그저 데뷔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의 벽은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크 타임>에 참가한 그들은 그저 노래, 춤, 랩이 좋아서 힘든 생활 속에서도 아이돌의 꿈을 놓지 않았다.
팀 11시로 출전한 한 그룹은 각자 생계를 위해 극장, 카페, 떡볶이집 알바를 하면서 시간을 쪼개 준비를 했고 그 결과 올피크로 1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이들을 지켜본 '오디션 독설가'인 라이언 전 작곡가는 "(사연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진심이 와 닿으니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쫒아 간다는 게..."라며 눈시울을 붉힐 정도였다.
단 한 표도 얻지 못 했지만 응원의 박수를 받은 팀도 있었다. 2014년 데뷔했지만 몇달 활동하지 못한 채 해체했던 팀 10시는 7년 넘게 음악, 춤을 그만두고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 출연을 결심했다. 공백기로 인한 부족한 실력으로 0표에 그쳤지만 후회없이 자신들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망돌이라고 했던 사람들 입 다물게 하고 싶다"라는 한 참가자의 각오는 어찌보면 이곳에 모인 출연자들을 대표한 각오처럼 들렸다. 실력만큼은 누구에게 결코 뒤쳐지지 않지만 소속사 혹은 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이들에게 <피크타임>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출연자들의 조합은 각 팀의 무대가 끝난 후 응원의 함성과 박수로 이어졌다. 이는 좀처럼 다른 오디션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기도 했다. 그리고 1~2회 연속 방송을 통해 일단 참가자들의 진정성 만큼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을 위한 인기 발판이 될지 아니면 또 다시 희망고문에 그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기회라는 문이 열린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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