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3' 무매력 빌런,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
[리뷰] 영화 <앤트맨과 와스트 : 퀀텀매니아>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가 좀처럼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페이즈5의 시작을 알리는 <앤트맨과 와스트 : 퀀텀매니아>(이하 앤트맨3)가 지난 15일 개봉했지만 관객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소니와의 합작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 코로나 한파를 뚫고 758만 명을 모았고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88만 명으로 자존심을 지키긴 했지만 <토르: 러브 앤 썬더> 271만 명,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210만 명에 그치면서 예전 같은 흥행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줄어든 관객수뿐만 아니라 <이터널스>, <블랙팬서2> 등 작품 내용에 대한 혹평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양자영역으로 빨려 들어간 가족들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예고편 주요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최근 마블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앤트맨3> 역시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달라진 주인공들의 일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사라졌던 타노스의 블립 이후 현실로 돌아온 이들의 적응기가 그려진다. 한때는 절도범이었던 스캇 랭(폴 러드 분)이 이제는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셀럽이 된 것.
스캇 랭은 자서전도 발간할 만큼 곳곳에서 환영받는 존재였지만 딸과의 소원한 관계는 어찌 할 수 없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캐시(캐스린 뉴턴 분)는 아빠처럼 신체를 자유자재로 줄였다 키우는 기술을 구사하지만 김정 조절에 문제를 드러내며 때론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한다. 스캇의 장인 어른이자 '원조 앤트맨'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러스 분)는 사위 몰래 캐시와 함께 꾸준히 양자역학 실험을 이어왔다.
그런데 "양자영역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다는 말을 들은 핌박사의 부인 재닛(미셀 파이퍼 분)은 놀란 나머지 황급히 기계 장치를 꺼버리고 갑자기 온갖 광선 등을 내뿜으며 모든 것을 빨아 들였다. 스캇과 가족들 역시 양자 영역의 공간으로 이동하고 만다. 그 이후 이들은 지구와는 다른 생명체가 사는 공간에서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정복자 캉(조나단 메이저스 분)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된다.
멀티버스 틀에 갖힌 MCU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에고편 주요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초우주적인 존재와 혈투를 벌인 페이즈3의 종료와 더불어 그 이후 등장한 작품들은 신적인 존재를 중심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 구조를 취해왔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매년 쏟아지는 극장판 마블 작품 상당수가 소재의 빈곤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 이상 마블의 영화에선 스파이(블랙 위도우), 소외 당한 기업가 또는 과학자(아이언맨 1,2), 수십 년을 이어온 초국가적 집단(캡틴 아메리카 1,2편) 등의 소재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타 작품과의 연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과거 같았으면 독립된 이야기로 끌고 나갔어도 될 법한 내용을 무리하게 접목시키면서 개연성을 상실했다. 무매력 캐릭터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도 야기했다.
역대급 혹평을 피하지 못했던 <이터널스>, 주연 배우 사망으로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블랙팬서 2>가 한국에서 전작들 대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 역시 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앤트맨> 시리즈 또한 가족 코미디물의 요소를 대거 담으면서 특색을 살렸던 1-2편과 달리 <어벤져스> 3-4편을 거치면서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되었다. 스파이더맨과 더불어 아기자기했던 액션과 대모험은 1-2편의 수다쟁이 캐릭터 루이스(마이클 페냐 분)의 부재와 범우주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실종되고 말았다.
파이기 사장님, 최강 빌런이라면서요?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앤트맨3>의 가장 큰 패착은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던 빌런 정복자 캉의 무매력이다. 개봉 전만 하더라도 사전 홍보를 비롯해서 디즈니 플러스 <로키> 시즌1과의 연계를 통해 타노스를 능가하는 역대급 빌런이 등장할 것처럼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스크린에서 만난 캉은 그저 그런 악당 중 하나에 불과했다.
2시간 내내 지켜봤지만 그 어디에서도 캉의 막강함은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다. <로키> 시즌1을 통해 정복자 캉의 변종 중 하나인 '계속 존재하는 자'를 먼저 공개하면서 한명이 아닌, 수천·수만 명의 캉과 같은 인물이 있음을 알렸다. 이번 작품의 쿠키 영상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제작되었다지만 이것만으로는 빌런의 무게감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것 저것 다 건드리는 영화 속 전개이다. 중반 이후 <앤트맨3>의 흐름은 <스타워즈>의 후속편이라 불러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인다. 양자영역 속 생명체들의 전투까지 등장하다보니 이야기는 결국 중구난방으로 흘러간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일일이 현재 상황을 소개하다보니 산만함과 지루함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지난 2021년 <블랙 위도우>를 시작으로 MCU 작품들에 대한 관객들의 아쉬움,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마블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어차피 볼 사람은 본다는 자신감일까.
현재 <앤트맨 3>에 대한 로튼 토마토(미국의 영화 관련 웹사이트) 지수는 51%이다. 현재 추세라면 <이터널스>가 수립한 최저 평점 47%를 갈아치울 기세다. 마블 파이기 사장님,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요?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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