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재단가위, 옷이 아니라 꽃을 만들다
우리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애장품
▲ 서른 살의 재단가위 옷이 아니라 꽃을 만들다. ⓒ 용인시민신문
경기 용인시 김량장동의 송월타월 옆에는 낡고 빛바랜 간판이 인상적인 '장플라워'라는 작은 꽃집이 있다. 25년 동안 이곳에서 꽃을 만져온 장중구씨에게는 끔찍이 아끼는 가위가 있다. 그의 특별한 가위와 그의 25년 꽃길 인생, 그리고 꽃 이야기를 들어본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은 여름의 한가운데 정오의 시간이었다. 따가운 햇볕을 뒤로하고 들어간 작은 꽃집에는 의외의 풍채를 가진 인상 좋은 장중구(52세) 씨가 우리를 반겼다.
그중 하나는 잃어버렸고 남은 하나가 이거예요. 30년 가까이 저와 함께한 이 가위가 인생의 동반자와도 같답니다. 이것마저 망가지고 잃어버릴까 봐 잘 쓰지도 못해요. 누가 손대는 것도 아주 싫어합니다."
장중구씨가 내민 가위를 보니 일본 유명 재단 가위였다. 장씨가 쓰는 원예 가위는 용도에 따라 4가지. 이 가위는 포장 종이를 자를 때 쓴다. 마치 원단을 자를듯 가위를 세로로 세워 쭉 밀면, 종이를 뜯김 없이 깨끗이 끊어낼 수 있다.
▲ 장플라워 꽃집을 운영하는 장중구 씨. ⓒ 용인시민신문
세월을 많이 타 녹이 슨 가위가 제대로 역할을 할까 싶었는데 그가 포장지를 시원하게 쭉 밀자 포장지가 그대로 잘려졌다.
"노점을 접고 가게를 시작했을 때 인테리어를 안 했어요. 저기 있는 저 테이블도 천냥백화점에서 사 온 나무 의자인데 벌써 10년이 됐어요. 손님들이 앉으려고 하면 놀라서 말리곤 합니다. 하하."
장씨의 가게 안에는 가위나 나무 테이블 말고도 선반, 바구니 등 오래된 물건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둘러보면 긴 세월 녹아있는 이곳의 발자취를 눈치 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록 허름해 보이는 꽃집이지만 장씨는 이곳에서 종일 분주하다. 꽃 파는 일 외에도 외부 수업을 나가거나 자원봉사를 하며 크리스천으로서 매주 교회에 성화를 기증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꽃집을 하는 것이 큰돈이 만질 수는 없지만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행복을 주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사랑스러운 꽃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저에게 주신 달란트(재능)라 생각해요.
제가 장애 복지관에서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하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이 만들어 가져가는 꽃들로 인해 그 어머니들이 커다란 힐링과 행복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로 인해 저 또한 엄청난 보람을 느끼고요. 이 꽃 하나로 아이들과 어머니, 그리고 저까지 많은 사람에게 행복의 시너지를 전파합니다. 꽃이란 거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쉴 새 없이 꽃과 자신의 꽃길 인생을 얘기하던 장중구씨의 얼굴이 살짝 상기됐다. 그가 진심으로 자기 일을 사랑하고 그로 인해 행복해 보였다.
둘러보면 우리 모두에게도 각자의 꽃이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자신만의 꽃들이 있기에 또 행복을 얻고 기운을 내고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30년 된 낡은 가위도 그 가위가 품은 오랜 추억도 장중구 씨에겐 그러한 꽃이 아닐까?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지역문화진흥원)가 지원하고, 느티나무재단이 주관하는 '2022 협력형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 중 <우리동네 생활기록가 프로젝트>로 '라이프로그'가 발행한 '우리동네' 잡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