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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월례비 '공갈'? 잘못짚었다

[주장] 건설업체 측의 요구로 무리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조종사들... 이 구조를 보라

등록|2023.02.18 14:00 수정|2023.02.21 14:49

아파트 공사장 위 타워크레인대구광역시 어느 아파트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이 모습이다. ⓒ 이경수


최근 건설현장의 꽃이라 불리는 타워크레인이 돌아가고 있는 곳마다 긴장감이 흐르지 않은 곳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말 화물운송조합 기사들이 운송료 현실화를 바라며 벌인 파업 때 면허 취소라는 강경한 대처로 잠재운 적이 있다. 집권 수개월이 되도록 연일 자책 골만 터트리다 모처럼 지지 세력에게 힘을 얻게 됐단 평가다.

이에 국토부가 먼저 국내 건설현장 노동조합의 부조리도 뿌리를 뽑겠다며 눈을 돌렸다. 시작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속한 기계와 형틀, 그리고 철근 등 고용이 다소 불안정한 일용직 노동자의 취업 분쟁과 여러 잡음을 없애겠단 명분이었다. 그런데 조합원 수가 그리 많지 않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국토부 감시망에 걸려든 것이다.

국토부는 이들이 건설현장을 협박하여 월례비란 명목의 뒷돈을 받아온 것을 불법으로 단정을 지어 버렸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자들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정부와 수많은 언론이 연일 떳떳하지 못한 느낌이 드는 월례비로만 자꾸 몰아가는 게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월례비가 생겨난 이유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입장에서 월례비는, 그동안 철콘(철근 콘크리트) 업체의 수익 증대를 위해 조출과 연장근무 강요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위험을 무릅쓰고 협조한 대가로 받은 성과급이다. 국내의 어느 건설현장이라도 단종이란 철콘 업체가 따라다닌다. 실제로 이들 협력 업체가 건물의 뼈대가 되는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맡아서 한다. 원청사로부터 몇 단계 불법 하도급을 거친 이들에겐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는 일이 지상과제다.

단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끝내야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다. 반대로 몇 달씩 늦어지게 되면 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먼저 접근하여 협조를 요청하는 편이다. 쉬운 말로 약간의 성과급을 지급할 테니 공사가 끝날 때까지 자기네 입맛대로 타워크레인을 잘 돌려달라는 뜻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도 사람인 이상 자주 접하게 되는 공사 관계자가 시공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도와줄 것을 요청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협조하게 된다. 국내 주택 건설 경기에 따라 1년을 근무하게 되면, 최소 6개월가량은 일이 없어 집에서 쉬어야 하는데 극구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반면에 혼자만 싫다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혼자인데 자기들 마음에 안 들게 일한다고 흠을 잡는 사람은 여럿이기 때문이다.

만약 타워크레인으로 인해 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기게 되면 소문은 금세 퍼져나간다.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현장 관계자의 눈밖에 나기라도 하면 결국엔 원청사의 압박이 타워크레인 임대사로 들어간다. 늘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는 임대사는 다음 공사 수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타워크레인 조종사 교체로 끝을 내고 만다.

따라서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임대사의 영업사원이 되어 현장과 잘 소통하며 지내야 뒤탈이 없다. 소통이란 별 거 없다. 그저 현장 관계자가 원하는 일들을 묵묵히 잘 해주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몇 푼의 성과급이 더해질 뿐이다. 일이 한창 바쁠 땐 휴식과 점심시간도 없이 장비를 돌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타워크레인 조종석에서 점심도 먹어야 한다. 2인 식탁 넓이의 조종석에선 소변도 해결해야 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평소 소변 양을 줄이기 위해 커피와 물 한 모금을 맘대로 못 마실만큼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

타워크레인은 폭 2m와 길이 3~6m의 철재 기둥이 여러 단 핀과 볼트로 하늘 높이 연결되어 있는 아주 세밀한 첨단 장비다. 일반인들에겐 마냥 튼튼해 보이지만 실상은 약한 바람에도 좌, 우로 돌아가면서 흔들리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수 톤씩 나가는 다양한 물건을 타워크레인으로 들어 올릴 땐 긴 구조물 전체가 마치 낚싯대처럼 조금씩 휘었다 펴지길 계속 반복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매번 이런 아찔함을 온몸으로 감지해 가며 일한다. 여기에 뭔가 불안정한 상태인 것을 옮길 때 긴장감은 배가 된다.

좋은 게 좋단 생각으로 일하다 보면 가끔씩은 '이건 정말 아닌데' 싶은 때도 있다. 그럼에도 현장사람들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해선 안 될 무리한 작업을 그저 말없이 더 빠르게 움직여 주길 바란다. 지상에 있는 안전한 대형 건설기계처럼 매번 최상의 작업 속도를 요구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저가의 수주는 자기들이 해 놓고는 막상 공사가 잘 안 풀려 약간의 손해가 발생했을 땐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탓하는 경우가 흔하다.

산적한 일 앞에선 성과급이란 몇 푼의 돈으로 조종사를 회유하여 수십 수백 배의 큰 손실을 막아 놓고선, 막상 뒤에 가선 배 아파하는 삐뚤어진 심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전 세계 어느 건설현장에서도 대한민국처럼 작업 속도가 빠른 타워크레인은 찾아볼 수가 없다. 똑같은 건설기계인데 왜 그런지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협박'하며 월례비 챙겼다? 

이 나라는 지난 여러 해 동안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대형 사고로 인해 사고 공화국이란 불명예까지 떠 앉았다. 그럼에도 현장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위험에 처하든 말든 오로지 대충대충 해서 더 빠르게 움직여주길 바랐었다. 사실 그들은 매번 작업 지시만 내리면 끝이기 때문에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공중에서 느끼는 여러 유형의 위험 부담은 생각도 않는다.

이런 것으로 볼 때 그동안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건설현장을 협박하여 월례비를 받아왔단 국내 언론기사 대부분은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복잡한 이권이 개입된 건설현장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운행 규칙을 위반해 가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협조해 왔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범죄자 취급을 하고 나섰다.

그러지 않아도 속으로 울고 싶었던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었다. 하물며 이들에게 힘은 못 실어줄 망정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는 월례비를 빌미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빰까지 후려치고 나섰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난 몇 달 사이 공정한 법은 무너졌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암울한 세상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이 나라 국토부를 상대로 이길순 없다. 이제라도 국토부와 철콘업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법과 원칙대로 따라줄 수 밖에.

앞으로는 전국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작업 방식이 사뭇 달라질 것이다. 원칙적으로 타워크레인은 구분 동작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때로 현장 관계자의 강요와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공기에 쫓겨 연속 동작으로 근무해 왔음을 인정한다.

과거의 잘못은 뒤로 하고 이제라도 안전운행 규칙에 맞게 조종해야 옳다. 이 나라 국토부 장관과 철콘업체들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힘을 쏟는 만큼, 타워크레인 조종사들도 건설기계 관련 법에 명시된 안전 규칙을 발판으로 적극 협조하겠단 의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경수씨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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