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난 이웃집 돕기 모금... 반나절만에 천만 원이 모이다
인근 집 화재 소식에 재빠르게 도움 나선 캐나다 사람들... 이웃의 재난에 공감하는 방식
▲ 화재로 인해 불이 난 집(기사와는 상관없는 자료사진). ⓒ pxhere
최근 밤늦게까지 글을 쓰고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더니, 남편이 사이렌 소리를 혹시 못 들었냐고 내게 물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던 부엌은 창문이 산 쪽으로 나 있는 데다가, 밤에는 이상하게 각종 집안 소리들이 시끄럽게 들려서, 바깥소리는 오히려 잘 안 들린다.
남편 말은 바깥 어딘가에서 불이 났는지, 소방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었다. 어디 멀지 않은 곳에 불이 난 것 같았단다. 남편은 노트북 컴퓨터를 열고 페이스북의 동네 커뮤니티에 접속을 했다.
모두가 다 직접 아는 것은 아니지만, 만나는 모두를 이웃으로 생각하고 반겨주는 것이다. 그리고 동네에서 일어나는 많은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다른집 우편물이 자기네로 잘못 배달된 것 같으니 아무개 씨는 자기네 집으로 찾아오라든가, 아이가 자라서 이 장난감이 필요 없는데 가져다 쓸 사람이 있느냐든가 하는 글들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다.
'곰 나타났어요', '냉장고 쓰실 분'... 다정한 이웃들
우리 집도 과거 누군가가 처분한다고 했던 작은 냉장고를 받아와서, 보조 냉장고로 현재 잘 쓰고 있다. 여기서는 소소한 나눔이나 판매도 이루어지고, 담장을 수리하고 싶은데 누구 잘 아는 사람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글도 올라온다. 몇 번지에 곰이 나타났으니 아이들을 집으로 들이라는 소식도 빠르게 뜬다. 사람들이 다정하다.
찾아보니, 페이스북 페이지에 역시 화재 소식이 떴다. 어디 불났느냐고 묻는 게시물 밑에 덧글이 달렸지만, 정확한 것은 확실하지 않았다. 더 자세한 소식은 다음날 아침에야 밝혀졌다.
누군가의 방화로 추정되며 용의자는 현장에서 잡혔다고 했다. 다행히 가족은 집에 없었으나 키우던 개가 있었고, 다행히도 소방관들에게 구출되었단다. 불이 난 집은 전소되었고, 이웃집까지 화재가 번졌다. 90분 동안 진화가 계속되었으며, 다행히 더 많은 집들에까지 옮겨 붙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웃집 전소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재난 뒤 마주한 연대의 힘
▲ 기금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 첫화면 ⓒ 고펀드미
캐나다 집들은 대부분 목재로 지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불이 나면 거의 무방비이다. 이 지역이 만들어진 지 약 4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이렇게 제대로 된 큰 화재는 처음 발생했다고 했다. 따뜻한 이웃이 사는 곳, 아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동네에서 놀 수 있는 이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 근처 주민들은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집은 아마도 화재보험이 되어있겠지만, 그곳 가족들은 당장 갈 곳도, 옷도, 먹을 것도 없었을 것이다. 이들을 위해 거의 곧바로 기금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서 모금이 시작되었다. 두 집을 돕는 목표금액이 천만 원이었는데, 그 돈이 모이는 데는 약 반나절 정도 걸린 것 같다.
여기는 부촌도 빈촌도 아닌 동네다. 모금을 한 사람들 중에는 익명으로 한 이도 있었고, 이름을 밝힌 사람도 있었다. 백만 원을 선뜻 내놓은 사람도 있었고, 단돈 '만 오천원'이라는 액수도 보였다. 각자 가진 한도 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힘을 합친 것이다.
사람들은 화재 소식에 마치 내 가족의 일처럼 안타까워했고, 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주유카드, 식료품점 카드, 옷가지나 아이 장난감 등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자, 기부하는 물품들을 동네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오후 4시~6시 사이에 받겠다는 공지가 그날 바로 추가로 올라왔다.
살면서 세상이 참 각박해져 간다 싶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이웃의 재난에 깊이 공감하고, 말로만 위로하는 것을 넘어서 선뜻 자기 주머니를 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너무나 감사하게 된다. 결국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음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피해를 당한 가족이 어서 안전하게 다시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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