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렇게 아프다고? 내 몸에 미안해지는 순간
건강을 위해 운동은 했지만 몸과 마음은 돌보지 않아서 생긴 일
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아침이 되어 침대에서 내려와 일어서는데 왼쪽 고관절 통증이 밤보다 심해졌다. 걸을 때마다 골반과 다리가 이어지는 부분을 빙 둘러서 찌릿찌릿 통증이 왔다. 평소 전조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곧 괜찮아지겠지' 가볍게 생각하고 아이와 외출을 했다. 오후에 똑바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더니 저녁 무렵이 되자 절뚝거리며 걷게 되었다.
통증이 발생한 지 3일째 되는 날 한의원에 방문했다. 증상에 대한 얘기를 들으시고 고관절 가동 범위 2가지를 확인했다. 첫 번째는 누운 상태에서 왼쪽 다리 무릎을 접어 몸 쪽으로 당기는 동작이었다. 평소 스트레칭할 때 자주 하던 동작이었는데 고관절 접히는 부분에 통증이 심해 몸 쪽으로 당길 수가 없었다. 반면 오른쪽 다리는 허벅지가 가슴에 닿을 정도로 당겨졌다.
두 번째는 누운 상태에서 왼쪽 다리를 접어 발목을 오른쪽 무릎 위에 올려두고 왼쪽 무릎을 바닥 쪽으로 내리는 동작을 했는데 가동 범위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증상을 확인한 후 평소 전조증상이 없었는데 걸음을 못 걸을 정도의 통증이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씀드렸다.
몇 가지 질문을 받고 증상을 얘기하다 보니 다리가 아프기 전 허리가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허리도 많이 아픈 것은 아니었기에 방학을 맞아 아이들 책상과 책 정리를 한 후 며칠 더 허리에 통증이 있었다.
심각하다고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 방학으로 바쁜 스케줄을 쫓아다니느라 평소 하던 운동까지 쉬면서 몸에 무리가 온 것 같다. 한의원에서는 엉덩허리근에서 발생한 통증이 왼쪽 고관절 통증으로 이어졌을 거라고 했다. 평소 아프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의 불편함과 약한 통증이 조금씩 쌓이다가 몸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시점에 터진 것 같다고 하셨다. 내 몸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 걷기의 소중함 ⓒ ? bruno_nascimento
걷고 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몸에 대해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나는 체력이 좋으니까, 건강하니까 하며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가볍게 여기고 돌보지 않았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건강을 위해 운동은 했지만, 몸과 마음의 휴식은 취하지 못했다.
날아가는 새의 날개가 꺾인 것 마냥 바쁘게 달려온 일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남편이 쉬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면서 '유주얼 서스펙트의 주인공처럼 우리가 나가면 절뚝거리던 다리를 바르게 걷는 거 아니냐'며 큰 웃음을 주었다. 덕분에 최소한의 움직임을 제외하고 꼼짝없이 누워 지내며 몸과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몸이 아프자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의 어떤 움직임들이 이 통증을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최근 아이들 방을 정리하며 이틀을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책상 위치를 옮기고 책장 정리를 했다. 무거운 책을 꺼내고 넣고 하면서 허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또, 추운 날씨에도 빠질 수 없는 놀이터가 문제였다. 아이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느라 바빴지만, 아이들 근처에 서서 1~2시간 있다 보면 손발이 꽁꽁 얼고 몸이 경직되었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잘 회복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침대에 누워 패드를 펼치고 한의원에서 알려준 아픈 부위의 근육을 찾아 스트레칭과 강화 운동법을 정리해 두었다. 몸이 좀 나아지면 회복 차원에서 통증이 없는 범위까지 조심히 운동을 시작하기로 다짐도 했다.
무리가 간 몸에, 여유가 없는 마음도 원인 제공을 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몸을 바쁘게 움직였다. 육아도 살림도 똑 소리 나게 잘 해내고 싶고 지금은 일을 쉬고 있지만 틈이 날 때마다 관련 책을 읽고 강의도 들으며 불확실하지만 언젠가 다시 일을 하게 될 때를 대비해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뭐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살다 보니 화살이 당겨진 팽팽한 활처럼 긴장감이 가득한 하루를 보냈다. 누구나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 내 시간은 유독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매 시간 시계를 보고 머릿속으로는 하루 일과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해야 할 일들을 쳐냈다. 좀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최단 거리 동선을 생각하고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시간에 쫓겨 전전긍긍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몸이 아프면 쉬고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한데 휴식을 위해 쓰는 시간은 아까웠다.
일주일을 절뚝거리며 걸은 후에야 통증이 가라앉았다. 지금은 언제 아팠나 싶게 멀쩡하다. 아이를 데리러 뛰어가다가 문득 정상적으로 걷고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몸의 움직임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했다. 쉼 없이 달려온 내게 강제로 쉬어갈 타이밍을 알려준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저의 개인 블로그와 SNS 에 게재 될 예정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