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박정희 생가역' 추진... "이러다 구미시 이름도 바꿀라"
대구권 광역철도 사곡역 명칭 변경 나서... "박정희 아니면 안 되나" 시민·정치권 반대
▲ 구미~경산 대구권광역철도 사업으로 신설되는 구미 사곡역 조감도. ⓒ 대구시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추모관 건립 논란에 이어 대구권 광역철도사업으로 신설되는 사곡역사의 역명 개명에 나서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구미시는 사곡역을 '박정희 생가역'으로 변경하겠다며 지난달 30일 '사곡역사 역명 개정을 위한 주민 의견수렴' 공고를 내고 이달 8일까지 주민의견을 수렴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역명 개정 지침에 따르면 지역의 대표 명소라든지 행정구역명만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박정희역이나 정수역 등은 사용이 힘들어 '박정희 생가역'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는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박정희 생가역'으로 변경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구미시는 앞서 지난해 12월 국토부 및 국가철도공단과 역명 변경을 협의하고 상모동 주민들에게도 역명 변경을 홍보하기도 했다.
"전임 시장들도 이런 건 안 했는데..."
하지만 구미시의 역명 변경 추진을 두고 구미시민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사곡역은 사곡 주민들에겐 관문이나 마찬가지인데 박정희 생가역으로 변경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며 "구미시장이 주민들 의사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자기 표 계산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 사무국장은 "최근에는 구미시를 상징하는 관광기념품을 발굴하겠다면서 박정희 대통령과 생가를 상징하거나 박 전 대통령 업적을 상징할 수 있는 기념품을 공모하고 있다"며 "전임 시장들은 이런 것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박정희 팔이에만 매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찬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구미에서 하는 모든 것은 박정희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러다가는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꾸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도 구미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사곡역 이름 변경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한 시민은 "사곡역을 박정희 생가역으로 변경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친일독재 등 부정적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다. 죽은 사람을 찬양하는 것보다 미래를 생각해야 구미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구미는 박정희 아니면 안 되느냐? 노인들만 사나?"라며 "이제는 시민과 더 나은 구미 만들기에 신경써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진영역이 '노무현 생가역'이 되지 않은 것처럼 사곡역이 박정희 생가역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KTX 정차역도 아니고 전철역에 이런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정말 박정희 대통령을 예우하는 사람이라면 하면 안 된다"며 "또한 역 이름에 박정희 이름을 붙인다고 관광수요나 방문객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청도 새마을휴게소'에 관광객이 오지 않는 것과 비슷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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