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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은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는 날?

열을 내려주는 약용 개구리의 효능

등록|2023.03.01 14:18 수정|2023.03.01 14:18
2023년 경칩은 3월 6일이다.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다. 칩(蟄)은 '숨다,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을 가져, 경칩은 '벌레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때'라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경칩 하면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폴짝 뛰어오르는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개구리울음점'이라는 세시풍속도 있다. 경칩 무렵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의 우는 소리를 처음 듣는 상황에 따라 한 해 농사와 건강 등을 점치는 것이다. 가령 개구리 울음소리를 서서 들으면 바쁘고, 누워서 들으면 편하게 농사를 잘 짓는다는 식이다.
 

법학자 / 울리히 자시우스 초상주세페 아르침볼도, 1566년, 캔버스에 유화, 64x51cm, 스웨덴 국립 미술관/ 14×10cm,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위 이미지의 왼쪽은 이탈리아의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1527?~1593)가 그린 <법학자>다.

법학자의 얼굴은 털이 뽑힌 닭, 입과 턱은 물고기로 표현했다. 눈은 새의 머리, 눈썹은 날개, 코는 몸통이다. 코와 눈썹은 목 없는 개구리로 설명되기도 한다. 두툼한 외투 속에는 책과 법률 문서가 있다. 정의롭게 법을 집행하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오만과 탐욕이 가득 찬 모습을 부각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오른쪽은 이 그림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독일의 법학자, 울리히 자시우스(1461~1536)의 초상이다.
 

이중섭,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8x41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 공유마당(만료저작물)


위는 이중섭이 그린 <닭>이다. <오줌싸개와 닭과 개구리>라고도 불린다. 작품 가운데엔 붉은빛의 닭 두 마리 있고, 왼쪽에는 오줌을 싸는 아이, 우하단에는 개구리가 있다.
   

오이와 개구리 / 청자개구리모양연적신사임당, 16세기, 종이에 채색, 34x28.3cm / 고려청자, 높이 7.3cm, 바닥지름 9.5cm ⓒ 국립중앙박물관

 
이는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초충도8곡병 중 하나인 <오이와 개구리>이다. 신사임당은 개구리를 즐겨 그렸는데, 초충도8곡병에서만 해도 <원추리와 개구리> <어숭이와 개구리>를 포함하여 3점이나 된다.

개구리는 예로부터 다산, 학문의 성취, 재복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개구리 모양의 고려청자 연적도 있다. 연적(벼루에 먹을 갈 때 쓰는, 물을 담아 두는 그릇)에도 개구리 형태가 많은데, 이것은 움츠렸다가 멀리 뛰는 개구리처럼 학문의 성취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음식, 약재로서의 개구리

우리나라에서도 몸이 허약할 때 혹은 정력에 좋다고 해 개구리를 먹었지만, 요즘은 식용개구리라고 하면 프랑스 요리나 태국의 길거리 음식이 먼저 떠오른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개구리를 음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개구리는 지방 함량은 적지만 단백질이 풍부하여, 예로부터 단백질 보충원으로 이용되어 왔다. 맛은 병아리, 닭과 비슷하다.

동의보감에서 약재로 사용한 개구리는 하마(蝦䗫), 그리고 와(鼃, 蛙)가 있다. 이것은 동의보감 <탕액편> 중 '충(蟲)'에 속해있다. 탕액편에서는 여러 약재에 대해 다루는데, 물·흙·곡식·사람의 몸에서 나는 약물들·날짐승·들짐승·물고기·​벌레·​​​​과일​·채소·​​​​​풀·​​​​​​나무·​​옥​​​​·돌·금속의 순서로 구성돼 있다.

'충'이라고 하면 보통 벌레, 곤충을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금수(禽獸, 날짐승과 들짐승)와 물고기를 제외한 동물까지 포함했다.

하마(개구리, 개고리)와 와(청개구리, 머구리)를 구분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하마는 생김새가 작고 배는 불룩하며, 등에 검은 반점이 있다. 잘 뛰어다니면서 여러 벌레를 잡아먹는데, 때로는 '압압'하는 소리를 내며 아주 급히 움직인다. 물가나 연못에 산다.

- 와는 등이 청록색이고  배는 희며 주둥이는 뾰족하고, 뒷다리가 길기 때문에 잘 뛴다. 잘 울며 '와와'하는 소리를 낸다. 물에서 사는 것을 와라고 한다. 


두 종류 모두 성질이 차서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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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는 어린이의 열로 생긴 피부의 헌데를 치료하고 아픈 것을 멎게 해주며, 이질과 설사에 좋다. 하마는 열이 맺혀서 부은 것을 가라앉힌다.

한편, 동의보감 본문에는 한자가 다른 하마(蝦蟆)를 청개구리라고 하며 '수종(水腫)으로 배가 팽팽하게 불러 오르고 그득할 때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오며 낫는다'고 소개한 부분도 있어 실제로는 하마와 와를 혼용하여 부른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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