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왔습니다, 남편 아닌 저에게 집중해주세요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8회 한국여성대회③] 존재 주권을 외치는 나, 거침없이 세상을 넘나드는 여성
"나는 몽골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여성이다."
이십여 년 전 한국어를 배우고자 유학을 왔다. 유학생이었던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한국에서는 유학생이었던 과거의 나도, 한국 사람과 가족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도 '이주여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나는 나를 '이주여성'이라고 소개한다.
혹시 당신도 '이주여성'이라는 말을 언제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의 소개를 들은 사람들 중엔 이 단어가 정확히 어떤 이들을 말하는지 모른다는 듯 갸웃거리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문화 가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 바로 알아듣는다.
"나는 몽골에서 한국으로 온 여성이다."
나는 그저 이와 같은 소개말이 더 마음에 든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소개하고 난 뒤에는 '나'에 대해 묻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에 관한 질문 대신 남편이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잘해주는지를 묻는다. 이어서 아이가 몇 명인지, 몇 살인지, 한국어를 잘하는지 묻는다.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라는 여성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가 어떻든 다른 나라에서 건너와 사는 여성에게 관심은 없다. 단지 그 여성이 한국에서 누구와 살고 있고, 그 가족은 어떤 삶에 속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화가 난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나인데 나의 가족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도, 나의 사회적 지위를 서둘러 규정하고자 하는 궁금증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외침을 멈추지 않는다. 어디에서인가 세상을 건너온 여성이 지금 당신 앞에 동료 시민으로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이주여성을 이방인으로 두고자 하는 경계 없이 서로 낯섬을 걷어낼 수 있는 질문 하나를 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세상을 넘나든 한 여성으로서 한국 생활이 어떠한지, 꿈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서 나에 관한 질문 하나 던져 주기를. 한국에서 한 여성으로 살고 싶을 뿐이라고,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로서 한국과 연결되어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라 거침없는 이동성을 가진 한 여성, 지금은 한국 사회의 시민 그 자체로 살고 싶다는 답을 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시민 그 자체로 살고싶다"라는 '바람'이 아닌 "시민으로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다"라는 확신의 소개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성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한 삶의 여정에서 위태롭게 버틸 수 밖에 없는, '존재주권'을 상실한 이주여성 삶의 골조를 만드는 한국정부의 성인종차별적인 정책을 직면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3.8여성대회, 한국에서 마음 놓고 살아가고 싶다는 나의 바람, 많은 여성들의 바람이 파도를 일으킬 것이다. 그 파도를 함께 넘을 당신에게 안부를 전한다.
이십여 년 전 한국어를 배우고자 유학을 왔다. 유학생이었던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한국에서는 유학생이었던 과거의 나도, 한국 사람과 가족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도 '이주여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나는 나를 '이주여성'이라고 소개한다.
"나는 몽골에서 한국으로 온 여성이다."
나는 그저 이와 같은 소개말이 더 마음에 든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소개하고 난 뒤에는 '나'에 대해 묻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에 관한 질문 대신 남편이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잘해주는지를 묻는다. 이어서 아이가 몇 명인지, 몇 살인지, 한국어를 잘하는지 묻는다.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라는 여성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22년 10월 15일 종로에서 열린 여가부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에서 발언하는 나랑토야 활동가 ⓒ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유가 어떻든 다른 나라에서 건너와 사는 여성에게 관심은 없다. 단지 그 여성이 한국에서 누구와 살고 있고, 그 가족은 어떤 삶에 속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화가 난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나인데 나의 가족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도, 나의 사회적 지위를 서둘러 규정하고자 하는 궁금증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외침을 멈추지 않는다. 어디에서인가 세상을 건너온 여성이 지금 당신 앞에 동료 시민으로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이주여성을 이방인으로 두고자 하는 경계 없이 서로 낯섬을 걷어낼 수 있는 질문 하나를 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세상을 넘나든 한 여성으로서 한국 생활이 어떠한지, 꿈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서 나에 관한 질문 하나 던져 주기를. 한국에서 한 여성으로 살고 싶을 뿐이라고,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로서 한국과 연결되어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라 거침없는 이동성을 가진 한 여성, 지금은 한국 사회의 시민 그 자체로 살고 싶다는 답을 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시민 그 자체로 살고싶다"라는 '바람'이 아닌 "시민으로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다"라는 확신의 소개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성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한 삶의 여정에서 위태롭게 버틸 수 밖에 없는, '존재주권'을 상실한 이주여성 삶의 골조를 만드는 한국정부의 성인종차별적인 정책을 직면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3.8여성대회, 한국에서 마음 놓고 살아가고 싶다는 나의 바람, 많은 여성들의 바람이 파도를 일으킬 것이다. 그 파도를 함께 넘을 당신에게 안부를 전한다.
덧붙이는 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부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나랑토야 몽골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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