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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부결, 뜻밖의 결과... 이재명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슈] 상처만 남은 체포동의안 부결... 균열일까, 분열일까

등록|2023.02.27 21:56 수정|2023.02.27 23:10

▲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남소연


예상했던 부결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총 투표수 297표중 가 139표, 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서 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27일 국회 본회의장,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이 참여했지만 '압도적 부결'은 없었다. 국민의힘 114명, 정의당 6명, 시대전환 1명은 물론 18명이 더 참여했다. 여기에 기권·무효까지 합하면 최대 38명의 민주당계 의원이 '단일대오'를 거부했다는 뜻이었다. 이후 취재진을 만난 이 대표는 "당내와 좀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듣겠다"는 말로 애써 난감함을 감췄다. 하지만 대표실로 향하는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당 밖에서도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최소 30표 이상 이탈했다"며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이탈의 폭이 상당히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총선 전망이 어둡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 같다"며 "이 대표가 그동안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사법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강경일변도로 밀어붙인 것 등에 따른 불만이 나타났다"고 봤다.

엄 소장은 "다만 기권이나 무효로 표가 적절하게 분산됐다"며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경고다. '구속은 막지만, 정말 많이 변하라'라는 의원들의 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당 지지율이 더 떨어지거나 총선 전망이 더 어두워진다면 사법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지도체제 전환 요구 등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이 대표가 변하고, 당과 본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이 대표 사퇴 후) 비대위로 가는 것을 어떻게 막겠나"라고 했다.

30명 이상 이탈... "이재명을 향한 경고"

김민하 시사평론가도 "예상을 벗어났다"며 "무효, 기권 다 누가 찍었겠나. 심지어 민주당에서 찬성표(가)를 찍은 사람이 있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되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대로 총선까지 간다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과 검찰이 원하는 쪽으로 끌려가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며 "그걸 안 하려면 여기서 끊어야 한다. 앞으로 무게 중심을 검찰 수사가 아니라 당이, 한국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하나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사실 대표로 뽑힐 때도 다들 검찰 수사 상황을 알면서도 뽑았다"며 "그건 그런 (의제 중심의) 공간을 이재명의 정치가 어떻게든 만들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금까지 그걸 못 보여줬다"며 "'민주당 뭐해?' 하면 검찰하고 싸우거나, 국회에서 밀어붙이거나 계속 이 두 개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총선까지 이재명이 무엇을 내놓을까' 하는 면에서 상당히 신뢰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비명계 의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A의원은 "'이탈표'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며 "비명계 의원들이 최근 이 대표와 만날 때마다 '선당후사', '지금은 부결시켜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도 이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똑같은 태도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들 '이렇게는 선거 못 치른다, 이런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분당' 식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 대표는 오늘 표결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B의원도 "기자간담회를 보니 '비주류 의원이 그렇게 얘기해도 단 하나도 고민하지 않은 건가' 싶었다"며 "이 지도부는 의원들을 설득할 생각이, 그럴 사람이 전혀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 또한 국민의힘이 이번 결과를 '정치적 탄핵, 사망선고'라고 비유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을 분열시키려고 했다면 아예 가결시켜버렸을 것"이라며 "이 대표와 지도부는 이 자체를 '도저히 우리랑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비명계의 요구는 '현재 판을 깨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 B의원은 "기자들도, 원로들도 '이번엔 이렇고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냐"며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가 이 사안을 다룬 태도나 방식으로는 도저히 윤석열 정권이 쳐놓은 함정에서 우리가 빠져나올 수 없다. 이 상황을 완전히 엎어버리라'는 요구"라고 정리했다. 또 "오늘 결과가 오히려 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며 "우리가 '단일대오'로 쭉 갔으면 '역시 민주당은 안 된다''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을 깨달라'지만... '분열'의 신호탄 될까

유일한 비명계 최고위원,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지도부가 가고자 하는 반향에 대한 설득도 필요할 것 같아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긴 했는데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저를 포함한 지도부에 대한 경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연히 부결될 것이다'라는 발언들이 오히려 너무 자만한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지지자와 국민들에게까지 명확히 무언가를 보여줘야 될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친명계는 '균열' 보다는 '분열'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35년 몸 담은 내 사랑 민주당이여! 마침내 검사 독재에 문을 열어주려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김용민 의원은 "대선을 이겼으면 자기가 가장 공이 크다고 하고 다녔을 사람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무엇이 정의로운지는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정치적 야욕에 눈이 먼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에 다시 방향 모를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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