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협상이 아닌 통보인가요
직장인들의 연봉 인상 요청은 정당한 권리이자 의무
▲ 직장인 ⓒ 픽사베이
2월이나 3월이 되면 작년과 달라지는 점이 생긴다. 작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1, 2월에 평가 진행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가 바뀌는 것. 평가 결과에 따라 연봉 인상률이 결정되고, 결정된 인상률에 따라 매달 받는 급여가 바뀐다. 또 진급 대상자들 같은 경우에는 고과에 따라 승진 여부가 결정된다.
직장을 다니며 기뻐할 만한 이벤트가 있다. 승진, 연봉 인상, 인센티브, 주요 포지션에 배치 등. 그중에서 해가 바뀌면 늘 생기는 이벤트가 연봉 인상이다. 승진 같은 경우에는 매년 생기는 이벤트는 아닌 데다가 인센티브는 직장 다니는 내내 해당 사항이 없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평가할 부서의 성과가 회사 내에서도 높은 수준일 경우에는 A등급을 30퍼센트, B등급을 50퍼센트, C등급을 20퍼센트 기준으로 성과가 할당된다. 하지만 성과가 낮은 부서일 경우에는 높은 부서와 반대로 A, B 등급 분배 기준은 낮아지고, C등급의 배분이 높아진다.
따라서 부서 성과에 따라 S등급이 나올 수도 D등급이 존재할 수도 있다. 보통의 경우에는 S, D등급은 부서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년도에 회사를 위한 공로가 특별한 경우나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 S, D 등급은 적용된다.
각 등급은 1차, 2차 평가자를 통해서 최종 등급이 결정된다. 해당 등급에 따라 연봉 인상률이 최종 결정되게 된다. 예를 들어 B등급은 인상률 4퍼센트를 책정했다고 하면, C는 2퍼센트, A는 6퍼센트와 같은 형태로 인상률을 결정한다. 이런 경우 S등급의 경우는 9~10퍼센트가 책정되고, D등급의 경우에는 동결이나 삭감을 의미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부서 간 기준 인상률을 차등하여 두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A부서의 기본 인상률을 3퍼센트, B부서는 5퍼센트를 책정했다고 하자. 이 경우 A부서의 A등급은 5퍼센트, B등급은 3퍼센트, C는 1퍼센트가 된다. B부서는 A는 7퍼센트, B는 5퍼센트, C는 3퍼센트가 된다.
정해진 인상률에 대해서는 번복이 쉽지 않다. 즉, 우리가 자주 쓰는 용어 중 연봉협상은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다. 특히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협상이라는 단어보다 통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즉 평가된 등급에 맞게 인상률이 책정되고, 해당 인상률을 적용해 연봉 계약서를 쓰는 형태다. 따라서 연봉협상이 아닌 회사에서 정한 연봉통보가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이직을 하는 경우 연봉협상이라는 명목하에 회사와 개인이 줄다리기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진정한 '능력자'거나, 도박할 정도의 간 큰 이직 희망자가 아닌 경우라면 제시한 연봉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희망 연봉 제시도 개인이 하지만 그 기준 또한 재직 중이었던 회사의 연봉을 기준으로 인상률을 정한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통보된 인상률이나 제시된 연봉에 불만을 품고 협상을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간혹 협상 테이블을 요청하는 '능력자'들이 있다. 오랜 시간 회사를 다니며 이런 '능력자'들을 봤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는 직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급여를 맞춰줄 리 만무하다.
간혹 조정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아주 미세한 조정일 뿐이다. 회사에서 가장 많이 제시하는 '설득'의 방법은 하나다. '내년에는 더 좋은 평가를 줄 테니 올해는 사인해' 같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약속이 그 방법이다. 하지만 아주 간혹 잘 준비한 평가지표와 개인이 아닌 팀이나 부서의 성과를 재평가 요청할 때는 제대로 된 조정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나도 과거 다녔던 회사에서 부서 간 고과를 다르게 적용해 기준 인상률이 타 부서와 차등이 있었던 적이 있다. 내가 기준 인상률이 낮게 책정된 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때였다. 같은 일을 하는데 고객의 행태에 따라 팀이 나뉘었을 뿐이었다. 영업 부서와 함께 성과를 묶어서 하는 바람에 매출로 인한 차이가 생긴 것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매출을 성과지표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은 기술 인력도 적었고, 고객도 많았던 터라 소명의 기회가 필요했다. 다행히 당시 대표이사의 별도 평가로 기준지표가 바뀌어서 기준 인상률이 올라가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명확한 근거와 성과 지표를 갖추고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면 시도해 봄 직하다.
회사를 다니는 많은 직장인은 2월이나 3월이면 바뀐 급여를 기대한다. 2월, 3월에 바뀐 급여가 처음 통장에 찍힐 때는 생각보다 조금 더 오른 금액에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1월에 대한 소급 적용된 한 달 인상분이 추가로 2월에 나온 것이라 늘 생기는 이벤트는 아니다. 당장 3월이 되면 오른 인상률에 대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당장 5퍼센트 올랐다고 해도 매달 받는 급여의 몇십만 원 추가된 수준임을 알게 되면 '현타'는 당연한 현실이다. 이런 괴리감으로 4월, 5월을 보내다 보면 또 당장의 현실에 무뎌진다. 이렇게 11월, 12월이 되면 또 한 해의 평가 후에 내년의 연봉 인상을 기대한다. 불과 한, 두 달 뒤면 또 반복되는 실망이라는 현실을 마주할 텐데 우린 그렇게 또 한 해를 보낸다.
직장인들의 연봉 인상 요청은 정당한 권리이자 의무다. 다만 그 정당한 권리와 의무를 지켜나가기 위한 장벽은 높아도 너무 높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룬 성과와 객관적인 지표를 무엇보다 잘 챙겨야 한다. 최소한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이 챙겨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향후 제 개인 브런치에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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