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열차충돌 참사는 '인재'... 정부 규탄 시위 확산
아테네·테살로니키 등 대도시서 시위... 경찰, 최루탄 쏘며 진압
▲ 그리스 라리사시 인근에서 열차 2대가 충돌한 가운데 2023년 3월 1일 새벽 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 등이 구조 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그리스 열차 정면충돌 사고가 '인재'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AP통신,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각) 사고 열차를 운영한 그리스 수도 아테네 헬레닉 트레인의 본사 앞에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정부와 철도 회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병폐 가득한 시스템... 한 개인의 책임 아냐"
이번 참사로 인한 사망자 중 상당수가 그리스의 봄철 카니발 시즌을 맞아 연휴를 즐기고 돌아오던 대학생들로 확인되면서 이날 시위에는 젊은 층이 대거 참여했다.
시위에 참여한 스타브로스 난티스는 "우리는 역대 정부와 철도 회사가 그리스의 철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다는 것에 화가 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선로 변경을 잘못 지시한 혐의로 라리사 역장을 체포했으나, 시위대 니코스 사바는 "철도 직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철도 시스템이 낡았기 때문"이라며 "병폐로 가득한 시스템 때문에 벌어진 비극을 한 개인이 책임져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부실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사고 열차에 가족이 타고 있었으나 아직 생사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디미트리스 부르나시즈는 "철도 회사에 세 차례나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라며 "총리와 장관들은 사고 현장에 왜 왔는가"라고 반문했다.
시위는 아테네를 비롯해 제2 도시 테살로니키, 사고가 발생한 라리사 등에서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가 돌을 던지거나 건물에 불을 지르며 과격한 행동을 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철노도조 24시간 파업 "정부가 개선 요구 외면"
사건 발생 직후 그리스 정부가 철도 안전에 대한 관리 및 감독에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 교통부 장관이 사임했으며, 그리스 철도청과 자회사 수장들도 일제히 물러났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라고 규정했다. 정부 대변인 야니스 이코노무 대변인도 "그리스 철도는 고질적인 폐를 겪어왔다"라며 "오랫동안 개선 요구가 있었음에도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철도청(EUAR)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는 2018~2020년 유럽 28개국 중 철도 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는 정부가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방관한 탓에 이번 참사가 벌어졌다며 2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이번 사고로 두 열차의 기관사 2명씩을 포함해 승무원 등 8명의 직원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더 많은 상근 직원, 더 나은 직무 교육, 현대적인 안전 시스템 등 우리가 수십년간 요구했던 개선 방안이 쓰레기통에 버려졌다"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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