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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에 항의하듯, 휙 날아오른 달성습지 수리부엉이

[르포] 생명평화아시아 조류조사팀과 함께 금호강을 돌아보다... 공존의 철학 회복해야

등록|2023.03.06 15:10 수정|2023.03.06 15:10

▲ 낮은 여울에서 오리들이 열심히 물질을 하며 먹이를 찾고 있다.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명평화아시아 금호강 조류생태조사팀과 만난 것은 지난 4일 오후 1시 무렵이었습니다. 금호강 중하류에 해당하는 공항교 아래서 만나 함께 걸으며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새들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이곳은 동촌보 바로 아래로, 보로 인해 물길이 막힌 상류 동촌유원지 쪽 삭막한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 구간입니다. 동촌보 아래는 자연하천의 모습으로 여울이 군데군데 발달해 있고 식생(풀과 나무)들도 들어와 전형적인 습지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이런 곳은 새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터라, 백로와 왜가리를 비롯해 흰뺨검둥오리와 넓적부리 같은 오리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생태적 장치인 관목숲이 길게 이어진 구간

그런데 이곳 강 우안(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오른쪽)에는 특별한 장치가 돼 있었습니다. 강변 둔치 끝부분을 따라 관목을 길게 심어둔 것입니다. 개나리와 또 한 종의 관목을 이중으로 심어뒀는데, 이 관목이 제법 성인 키 높이까지 자라서 강과 둔치를 완벽히 차단시켜 놓았습니다.

둔치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있었지만 관목이 이중으로 서 있어서 새들과 야생을 위한 공간(금호강 습지)과 인간의 공간(파크골프장)이 완전히 구분돼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말하자면 '공존의 법칙'이 잘 적용된 공간이었습니다.
 

▲ 산책길 양쪽으로 심어둔 관목으로 강과 둔치 인간의 공간과는 완벽히 분리돼 있어서 생태적 교란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낮은 구간이다. ⓒ 정수근

  

▲ 파크곺프장 끝에 관목을 심어 하천에서 보면 파크골프장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새들에겐 교란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아주 바람직해 보였습니다. 애초 이 구간을 누가 계획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를 계획한 대구 북구청 공무원을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금호강에서는 사람과 야생이 공존할 수 있는 구간은 이 곳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약간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김정태 '산에들에생태연구소' 대표(이학박사)는 "관목의 폭이 5m 정도는 돼야 완벽한 차단효과가 생겨서 새들에게는 엄청 유익한 공간이 된다"라고 설명합니다.

지금은 폭이 각각 2m 정도이고 두 관목 사이에 2m의 산책길이 닦여 있는데 이렇게 하지 말고 "관목을 하나를 심더라도 그 폭을 5m 정도로만 만들어주면 완벽한 차단 효가가 생겨서 새들이 안정적으로 이곳에 머물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튼 이 구간엔 인간과 야생의 조화로운 공존의 장치가 들어서 있어서 조사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금호강 모든 구간에 시급히 도입해야 할 장치입니다.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이 자행된 금호워크폴리스 구간

이어 일행들과 강을 따라 하류로 향했습니다. 다음 조사 지점은 바로 지금 한창 터닦기 작업을 하고 있는 이른바 금호워터폴리스 구간입니다. 김 대표는 "바로 앞에 산이 있어서 강과 연결된 생태계라 생태적으로 아주 바람직한 공간인데, 이 주변에 너무 개발이 많이 돼서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일대에선 예전 농경지였던 곳을 다 갈아엎어 금호워터폴리스란 대규모 개발 단지를 조성중입니다. 강변 둔치엔 파크골프장, 야구장, 축구장, 오토캠핑장까지 골고루 들어서 있습니다.
 

▲ 이미 너무 많이 개발된 하천둔치.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야구장. 파크골프장, 축구장, 오토캠핑장 등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제내지은 금호워터폴리스는 터딱기 작업이 한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곳은 바로 상류에 봤던 것처럼 관목도 심어두지 않아서 하천과 인간의 공간이 전혀 나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야생과 인간의 공존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오로지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이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바로 앞 화담산과 강이 연결된 아주 완벽한 생태계가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로 인해서 심각하게 교란을 당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설상가상 맞은편 둔치에도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있고, 추가로 파크골프장을 하나 더 조성하겠다는 것이 대구시의 계획입니다. 탐욕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요.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맞은편 화담산 쪽에는 산 쪽으로 데크를 깔아서 산책로까지 만들어둔 것입니다. 야생동물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서 하천으로 내려오면 딱 이 산책로와 만나게 됩니다. 산책로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게 되면 야생동물들은 금호강으로 내려올 수가 없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교란 행위는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여간 이 구간은 생태적으로 완벽한 구간을 철저하게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 공간으로 탐욕적으로 개발해서 심한 교란 행위가 일어난 안타까운 구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인위적 개발의 요소를 덜어내서 야생의 생태계가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런 기막힌 이야기라도 해주려는 듯 말똥가리 한 마리가 선회비행을 하더니 화담산 나무 사이로 사라져 가고, 앙증맞은 논 병아리 세 마리가 시위라도 하는 듯 아주 천천히 유영을 하고 있습니다.

조사팀이 이어 향한 곳은 무태교입니다. 무태교 바로 아래는 무태보가 들어서 있어서 상류는 물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무태보 아래는 우안으로 신천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된 방류수가 흘러들어 오고 좌안은 신천이라 신천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이 만나는, 말하자면 두물머리인 곳입니다.
 

▲ 무태보 위에서 민물가마우지 두 무리가 낼개를 말리고 있다. 그 모습을 백로 한 마리가 지켜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여러 종류의 새들이 자리잡고 쉬고 있는 금호강 신천 합수부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런 곳은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공간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합니다. 이를 입증하든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태보 위에는 깊은 물을 좋아하는 민물가마우지와 비오리가 많이 모여 있었고, 무태보 아래에는 흰뺨검둥오리서부터 알락오리, 쇠오리, 물닭, 왜가리, 백로 등 참으로 다양한 새들이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새들이 많이 찾고 있으니 맹금류 또한 자주 출몰한다"는 것이 김정태 대표의 설명입니다.

일행은 금호꽃섬이라 불리는 하중도 인근과 와룡대교 바로 아래 구간까지 조사를 마치고 마지막 종착지인 달성습지로 향했습니다. 달성습지는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로 대구에서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곳입니다. 바로 아래 야트막한 산인 화원동산까지 연결돼 있어서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시끄럽다는 듯, 달성습지 수리부엉이 날아올랐다

숲새들을 조사하기 위해서 달성습지 산책로를 따라서 걸었습니다. 하늘 위에는 민물가마우지가 편대로 날아서 보금자리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새들이 먹이활동을 마치고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일몰 무렵이라 숲새 또한 많이 보이진 않았습니다. 박새와 오목눈이, 오색딱다구리를 만나고 숲을 돌아서 나오는데, 생명평화아시아 이명은 국장이 숲속의 고라니를 만나서 녀석의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 달성습지에 만난 고라니 수놈.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나 늠름해 보인다. ⓒ 이명은

   

▲ 달성습지에서 바라보는 일몰. 은은한 수묵화를 보는 느낌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카메라에는 우리나라엔 개체수가 많아 천덕꾸러기 신세지만 국제적 보호종 고라니 수놈의 늠름한 모습의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하루해가 서산 너머로 넘어가며 달성습지의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선사합니다.

일행은 달성습지를 나와서 마지막으로 '귀한 새' 수리부엉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일행은 땅거미가 질 무렵 화원동산 하식애 앞으로 놓인 탐방데크를 따라 걸으며 혹시나 녀석을 만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걸었습니다. 사실 조사단은 실물을 만나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다만 울음소리로 녀석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날은 녀석의 존재를 꼭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필자는 녀석의 존재를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린 사람 중 하나로 이 탐방데크가 만들지던 2018년 이미 녀석의 존재를 확인했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녀석이 당시 그 녀석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당시에 이미 녀석을 존재를 확인하고 지금 놓여 있는 탐방테크 조성공사를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인 수리부엉이와 삵이 화원동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카메라로 담아 확인을 해줬지만 달성군은 해당 사업을 밀어붙였습니다. 결국 수리부엉이는 탐방데크가 놓인 후 이곳에서 나오는 소음을 고스란히 들어면서도 아직까지 위태로운 공존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대견하면서도 안타깝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 수리부엉이는 특유의 '우우'하는 중저음의 울음소리를 내었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잽싸게 달려간 필자가 녀석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습니다.
 

▲ 달성습지의 수리부엉이. 나뭇가지 사이에 앉아 우우 중저음의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수리붕엉이 날다. 녀석의 평화를 방해한 것 같아 미안했다. 이렇듯 수리부엉이와 같은 야생동물들은 소음을 싫어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나무 위에 늠름한 자태를 드러낸 수리부엉이 한 녀석이 앉아 있었습니다. 일행이 모습을 드러낸 녀석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자, 탐방객들이 떠들기 시작했고, 녀석은 시끄럽다는 듯이 휙 날아올랐습니다. 녀석은 30여 미터 아래 나무로 날아가더니 이내 몸을 숨겼습니다.

공존의 철학 회복해야

탐조조차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소란스러운 소음이 녀석에게 얼마나 거슬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녀석의 집인 화원동산 하식애 바로 아래에 깔린 이 탐방로(이름을 생태탐방로로 붙였지만, 사실은 생태교란로)가 얼마나 녀석에겐 스트레스로 작용하는지 모릅니다. 말하자면 마지못해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존의 철학을 좀더 고려하자는 것입니다. 야생과 더불어 살자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인간의 관점이 아닌 야생의 관점에서 판단을 해야 합니다. 해가 져 달성습지가 어두워지면 사람들이 산책로조차도 이용할 수 없도록 조명을 설치하지 않은 것처럼 이 이름만 생태탐방로인 이 탐방테크의 이용 시간도 일몰까지로 한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리부엉이나 숲새 같은 새들이 마음 놓고 푹 쉴 수 있을 것입니다.
  

▲ 달성습지의 일몰 풍경. 해는 떨어지고 새들은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평화가 바로 이곳에 있다. 공존의 철학을 생각하게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금호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내내 확인한 사실은 금호강이 인간 편의 위주로 개발돼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이 불편함을 해소하려면 인간의 요소를 조금씩 걷어내야 합니다. 하천 쪽으로 관목 숲을 조성한다든지 하천에는 조명 시설을 일체 하지 않는다든지, 바로 이곳 탐방테크에도 조명을 끄고, 해가 지면 사람의 출입을 통제해 야생의 시간으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존의 원리이자 공존의 철학입니다. 대구시나 각 구청이 되새겨야 할 21세기의 시대정신인 것입니다. 대구시와 각 구청의 생태적 각성을 촉구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과 우리 강을 다니면서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 운동을 계속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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