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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가 '감동'이라는 그 직장..."퇴사 생각하는 사람 많다"

"무노조 광주글로벌모터스" 강조한 김문수... GGM 노동자 "뼈 묻을 생각으로 일할 곳 아냐"

등록|2023.03.06 20:40 수정|2023.03.06 20:40

▲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본인의 SNS에 작성한 글. ⓒ 김문수


지난 2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광주글로벌모터스에 방문했습니다. 감동받았습니다"라며 "노조가 없습니다. 620명의 평균나이 28세, 현장에서 휴대폰은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균임금은 4천만 원이 안 됩니다(현대·기아차의 40% 정도)"라고 썼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광주글로벌모터스(아래 GGM) 노동자의 생각은 어떨까? 6일, GGM에서 일하고 있는 동민(가명)씨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민씨는 김 위원장의 글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현대차 생산직 공고에 대거 지원... 다들 떠날 생각"

-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 어떻게 들으셨나요?

"현장에서 일해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GGM'이 감동적인 곳이 되려면 적어도 문 닫지 않고 계속 가야 할 텐데 솔직히 현장 분위기를 보면 앞으로 계속 굴러갈 수 있으지 모르겠습니다. 캐스퍼 차량 생산을 시작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퇴사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그동안 50여 명이 퇴사했다고 합니다(지난 2022년 9월 채은지 광주시의원은 "노동자들이 '반값 연봉'을 받고, 주거 등 대체 복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창사 3년 만에 50여 명이 퇴사했다"고 주장했다. - 기자 말). 몇 명 되지도 않는 회사에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퇴사자가 나온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퇴사하지는 않았지만 사직서를 마음속에 품고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데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GGM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들, 대기업 공채 소식에 민감합니다. 얼마 전 현대차 생산직 공채 공고에도 저희 회사 직원들이 대거 지원했습니다. 지금 당장 달리 일할 곳이 없으니 우선 하루하루 일하고 있지만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겁니다. 정말 좋은 일자리였다면 이랬을까요?

얼마나 높으신 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님' 정도 되시는 분께 감동을 줄 만큼 좋은 사업장에서 이렇게 많은 퇴사자가 나오고 있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그분이 단편적인 설명만 듣고 이 사업장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소식을 듣고 실제로 일하는 입장에서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GGM 노동자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지금 GGM에서 일하는 분들은 하루하루 바쁘게 사시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굳이 회사에서 이야기가 막 나오지는 않았고 그냥 알고는 있는 분들만 좀 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사회 이슈에 민감한 분들이 아닙니다. 다들 먹고 살길 생각하느라 바쁩니다.

올해 말이 되면 GGM에 전기차 생산 설비가 들어옵니다. 이 설비를 시공하려면 몇 달 정도 공장을 멈춰야 합니다. 두 달 정도일 것 같은데, 다들 이때 쉬면서 어떤 준비를 할지 회사를 계속 다닐지 말지 고민하면서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고 있습니다. 몸으로 하는 일을 하다 보니 힘든데, 근로시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다들 더 좋은 삶의 경로를 찾고 있는 겁니다."

"단 한 번도 월 실수령액 300만 원 넘긴 적 없어"
 

▲ 광주글로벌모터스 전경 ⓒ 김동규


- 괜찮으시다면 급여를 비롯한 근로 조건에 대해 질문해도 될까요?

"제가 그래도 2년 넘게 일했는데, 단 한 번도 월 실수령액 300만 원을 넘긴 적이 없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정확한 건 급여명세서를 봐야 하겠지만 250만 원이나 260만 원, 야근이 많을 때에는 270만 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근에는 야근이 줄어서 이마저도 조금 줄어든 상태입니다.

솔직한 말로 지금 하는 일보다 훨씬 쉬운 일을 하면서 비슷한 돈을 받는 일이 이 사회에 그렇게까지 드물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50명 넘는 분들이 퇴사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많은 분들이 당장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퇴사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그렇게 오래 할 일이 못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공공주택 지원 등으로 부족한 임금을 뒷받침하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뤄지고 있는 게 없어서 다들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혜택이 있다면 캐스퍼 차량을 조금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치하시는 분들께서 회사 측의 설명만 듣고 단순히 생각하시지 말고 이런 현실을 꼼꼼히 살펴보고 어떤 대안이 필요할지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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