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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이럴 때일수록 '이 이야기'를 해야"

[스팟 인터뷰]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제' 제안한 민주당 광주시당 변원섭 정개특위 위원장

등록|2023.03.08 20:18 수정|2023.03.08 20:18

▲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주최로 2월 12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지역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에서 이병훈 광주시당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는 모습. 맨오른쪽은 변원섭 민주당 광주시당 정개특위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최고 의결기구인 상무위원회가 열렸다. 안건은 정치개혁특위 위원회가 제출한 선거제도 개편안. 약 두 달 동안 여론조사, 간담회, 공청회 등을 거쳐 내린 결론이었다.

민주당 광주시당 정개특위는 크게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①세대, 젠더, 직업 등 다양한 사회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한다. ②특정 정당에 의한 지역 일당지배 체제를 깬다. ③중앙당 중심 정당 공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유권자들의 참여권을 확대한다. 이를 토대로 내린 결론은 지역구 253석은 선거구마다 1명씩 뽑는 게 아니라(소선거구제) 권역별로 5~8명씩 뽑고(대선거구제), 비례의석 47석은 '조정의석'으로 활용하는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대표제'였다.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는 매우 낯선 방식이다. 하지만 스웨덴, 덴마크 등 이미 실시 중인 곳도 있다. 이렇게 국회의원을 뽑으면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지역구 의석을 배정하고,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조정의석을 추가 배분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의석 전체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할 수 있다. 사표 역시 줄어든다. 이렇게 하면 결원이 발생하더라도 다음 순위 득표자가 의원직을 이어받기 때문에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민주당 광주시당 정개특위는 여기에 '개방형 정당명부제'도 제안했다. 현행 비례대표의원 선거는 유권자가 정당에게만 투표하고, 정당이 자체 평가해 순위를 매긴 후보들에게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폐쇄형 정당명부제'다. 하지만 개방형으로 제도가 바뀌면 유권자들은 정당별 비례대표 후보를 직접 골라서 뽑는다. 그런데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진다면 앞번호를 차지한 후보가 유리하지 않을까? 정개특위는 이 점도 고려해 무작위 번호배정 방식 등도 검토했다.

변원섭 위원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면서도 "정치 생태계가 변해야 한다면, 이 과정은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선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며 영남 민주당과 연대해 국회 차원의 논의가 활발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 상황이 어수선할수록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정치개혁을 말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했다.

[정치개혁 용어사전] 국회의원 어떻게 뽑을까요 https://omn.kr/22ewj

민주당 광주시당은 왜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제'를 제안했나

- 3월 4일 민주당 광주시당 상무위원회에서 정개특위가 제출한 선거제도 개편안이 의결됐다고 들었다. 중앙당이 아닌 지역에서 이런 활동은 드문 편인데.

"광주가 최초일 거다. 1월 18일 시당 정개특위가 출범해서 논의를 진행했고, 대선거구제를 중심으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결론을 냈다. 다만 여야 협상 결과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대 1로 균형을 맞춰라. 이를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을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 복수안이긴 하지만 방점은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대표제에 찍혀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다만 대선거구제로 하면 국회의원 정원 300명을 유지하고, 소선거구제로 하면 꼭 비례대표를 증원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 안이 광주시당 상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조만간 중앙당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국회에는 비슷한 내용으로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있다. 광주시당 안은 어떻게 나왔나.

"워크숍, 토론회, 공청회 등을 거쳐 정개특위 회의 결과 대선거구제를 중심으로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안이 나왔다. 예를 들어 광주는 하나의 선거구에 8명, 수도권도 8명, 농촌은 5명씩 뽑자는 얘기다. 이렇게 하면 한 당에서 8개 의석 전부를 확보할 가능성이 작다. 가령 광주는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정의당, 진보당 다 한 사람은 후보를 내지 않겠나. 그러면 과거 득표율로 계산했을 때, 당선자가 모두 민주당일 확률은 확 떨어진다.

또 기존의 비례대표 의석 47석을 조정의석으로 둬서 전국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면 다당제가 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온다. 국회의원 300명이 민주당 아니면 국민의힘이 아니라 여러 정당으로 이뤄진다면 정책 등도 다양해질 테고 연합정치, 연대정치로 갈 수 있다. 그게 맞는 길이다."

- 하지만 대선거구제는 지역구 범위가 워낙 넓어서 인지도 있는 현역에게 유리하고 신인이나 군소정당은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다만 이제는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을 믿을 수밖에 없다. 또 청년이나 여성을 진입시키고 싶다면 정당이 이들을 앞순위로 배치하면 된다. 실무적으로는 기호를 무작위로 배분하는 방법도 있고. 아무래도 앞순위가 당선될 확률이 높지 않은가. 그러면 인구에 비례해서, 예를 들어 투표인 수 10만 명마다 투표용지를 바꿔서 하는 방법도 할 수 있다."

- 유권자들의 선택권 확대, 중앙당의 공천권 견제를 위해 개방형 정당명부제 도입도 제안했는데, 이렇게 하면 투표용지 1장이 너무 길어지지 않을까.

"외국은 전지(1절지)만한 투표용지도 있다더라(웃음).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울 거다. 익숙하지 않으면 불편하지 않나. 하지만 정치 생태계가 변해야 한다면, 이 과정은 겪을 수밖에 없다. 뭔가 변해야 하니까."
 

▲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제안한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대표제에 따른 투표용지 예시. 민주당 광주시당 정개특위는 비례대표 후보도 직접 유권자들이 선택하는 '개방형 명부제'도 도입하자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수도권은 관심 떨어지지만, 비수도권에선 이게 대세"

- 투표용지도 그렇지만, 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보다 지역대표성이 떨어져서 지방소멸 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이제는 시·군 단위를 두고 '내 것, 네 것' 싸울 게 아니라 광역권으로 보고, 권역별로 발전모델을 가야 한다. 물론 농촌까지 대선거구제로 가면 불편하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도 4~5개 군을 하나로 묶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힘들다. 아예 지역 공동의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서 지방소멸을 방지하고 인구정책, 특산물 판매, 도로개설 등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지금 수도권에선 선거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영호남 지역이 양당 독점지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선거제 개편 논의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영남 지역 민주당과 단일안을 만들어서 연대할 계획이다. 광주-영남시민사회 역시 공동으로 이 안을 바탕으로 조속히 정치개혁을 하라고 촉구하려고 한다. 비수도권에선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대표제가 '대세'로 가고 있다."

- 광주 안에서의 공감대는 있나.

"시민사회에는 이 안이 맞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주당에서 이 정도 안이 나오면 굉장히 혁신적'이라고들 생각하고. 또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나. 국민들이 민주당에 더 공감하려면 광주부터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민들은 양당이 각각 지역에서 독점하는 구도에 비관적이다. 이제는 생활정치, 연합정치, 연대정치로 가야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만 가면 되겠냐는 문제의식들이 강해졌다."

- 그에 비해 국회나 중앙당 차원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어떤 점이 가장 답답한가.

"국회의원들이 '정치개혁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말을 하지만 실천을 안 하거나 이런 저런 핑계만 대서야 되겠나. 또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밀어붙일 역량을 가져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받아주겠어?'라며 먼저 판단하고 포기하는 게 문제다. 이러다가 눈치만 보고, 결국 (선거제도 개편안이) 잡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당 상황이 어수선할수록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정치개혁을 말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의기소침할 필요 없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그게 정당의 역할이다."
 

▲ 김진표 국회의장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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