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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입막음용 고소·고발 실태

[권력에 고발당한 기자들③] '공적 영역 취재' 무시, 수사기관 나서 기자들 압박

등록|2023.03.15 13:32 수정|2023.04.13 15:38
윤석열 정부에서 권력을 비판한 기자가 고발을 당했다는 소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이 직접 고발에 나서고,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권력기관의 고소고발로 인해, 고초를 겪는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울러 비판 언론을 수사로 입막음 하려는 권력은 정당한가를 묻는다. [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7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이나 대통령 측근 등 권력 핵심을 비판하다가 고소·고발 당하는 기자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법무부 등 정부 부처와 그 수장이 직접 고소·고발 당사자로 나서 언론사와 기자들을 맹비난하고, 동시에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양새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 대해선 압수수색과 조사가 수차례 이어지면서 '보복 수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정부·여당 측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기자들은 MBC, KBS, <한국일보>, <한겨레>, <뉴스토마토>, <시민언론 더탐사> < UPI뉴스> 등에 소속된 기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에 대해 비판 기사를 썼던 기자들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고소·고발 당하는 기자들
 

▲ ⓒ 박종현


지난 3일 대통령실은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한국일보>와 <뉴스토마토> 기자들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권력의 최정점인 대통령실이 기자를 직접 고발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를 톺아봐도 흔치 않은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관저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가 "허위사실을 공표해 김 여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당했다. 국민의힘 측 인사가 직접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기자는 지난해 9월 5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1월 7일에는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해 오보를 냈던 KBS 기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검사장)이 유시민 작가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종편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는 보도였는데 이는 오보였고, KBS도 공식 사과했던 건이었다. 하지만 서울 남부지검은 2년여간 수사 끝에 이를 보도한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관련기사 :  "기자 2년간 수사하고 기소, 고소인 한동훈 아니라면 가능했겠나" https://omn.kr/229jd)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MBC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윤 대통령의 순방 발언을 왜곡 보도해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 사장과 기자 등을 고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접수돼 있다.

탐사보도매체인 <뉴스타파>의 경우 직접 고발이 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참고인 신분 등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2일 김건희 여사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모자로 볼 수 있는 주요 녹취를 보도했다. 이를 근거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논평을 냈는데 대통령실은 김 의원을 고발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쥴리 의혹,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한 <시민언론 더탐사> 기자들에게는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더탐사>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더탐사> 사무실과 소속 기자들의 휴대전화 및 자택 등에 15건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강진구 <더탐사> 대표를 상대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물론 과거에도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직접 고소·고발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한겨레>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현장 사진이 연출됐다는 의혹을 보도하자 청와대가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또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보도했을 때도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고소·고발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1년에도 청와대가 직접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보도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대통령 취임 1년도 안된 윤석열 정부만큼 언론 보도에 대한 고소·고발이 두드러지는 경우는 없었다. 이는 언론계는 물론 법조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국언론노조 관계자는 "언론인들에 대한 권력기관의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 등을 비판하는 기사들에는 특히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과거 정권에도 고소·고발이 있었지만, 지금 정권처럼 권력 기관이 직접 주체가 돼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고발을 당한 기사들을 살펴보면 충분히 보도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고, 대부분 공적 영역에 대한 위법성 조각 사유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들"이라면서 "권력기관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정권과 비교해도 유독 심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권력 기관의 고소·고발은 대부분 법정에서 무죄로 끝을 맺었다. MBC PD수첩의 경우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도 <세계일보> 측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겨레>의 세월호 참사 현장 사진 연출 의혹 보도 사건도 지난 2014년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을 수사로 입막음하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철저하게 실패할 것"이라며 "언론인들의 취재가 수사로 꺾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정부의 비판 언론을 향한 고소·고발이 '노골적인 입막음용'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정부 기관이라면 비판 보도의 진위를 밝히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국민들에게 정부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고소·고발로 맞대응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도 않고, 오히려 언론 비판에 제대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만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권력 취재 계속 할 것"
 

▲ 기자들은 권력기관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는 경우 큰 부담을 느낀다. ⓒ unsplash


기자들은 권력기관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는 경우 법적 대응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자기검열을 비롯해 불안감과 심리적 압박도 만만치 않다. 특히 수사에 나선 경찰이나 검찰이 혐의에 비해 과도한 수사를 한다고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A 기자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다녀오면 평일 반나절 정도가 소요된다, 물리적으로 상당한 제약이 있다"면서 "경찰이 휴대전화 기록 등을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해 둬야 하기 때문에 취재원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특히 신변 노출을 하지 않아야 하는 제보자의 경우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기자도 "권력 취재를 위해선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이나 이야기가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막상 권력기관의 고발이 이뤄지니까 접촉을 해왔던 취재원들이 위축되면서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경찰이나 검찰에서 갑자기 자택을 압수수색한다거나, 소환 통보를 해오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C 기자는 "그동안 언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봐왔기 때문에 비판 기사를 쓴 뒤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도 있었다"면서 "정부가 이렇게 강경하게 고소 고발로 대응하면 담담하게 마음먹는다고 해도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 기자들은 정권 차원의 고소·고발이 취재와 보도를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히려 취재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권력에 대한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할 수밖에 없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보도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권력이 감추려 했던 진실이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C기자는 "고발과 수사로 인해 취재 활동이 위축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고발을 하는 권력자들이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결과가 아니겠는가"라며 "정부의 언론 탄압에 언론인으로서 대응하는 방법은 계속 취재를 하고 권력을 끊임없이 감시하면서 비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 기자는 "권력기관이 고발함으로써 대중들에게는 권력을 둘러싼 의혹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찰에서 본격 조사를 시작하게 되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드러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기자로서 전투 의지가 불타오른다"고 밝혔다.

B기자는 "고발로 인해 잠시 부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을 나만 겪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담담하게 대응하려 한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평상시처럼 취재하면서 감시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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