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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지도부 출범, '윤석열 사당'이 탄생했다

[분석] 용산 직할체제 평가, 공천 개입 우려... "내년 총선 결과, 대통령이 뒤집어쓸 것"

등록|2023.03.08 21:28 수정|2023.03.09 07:14

▲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 남소연


"윤석열의 사당이 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이 '친윤(친윤석열)' 지도부로 결론 난 3.8 전당대회를 두고 내린 평가다. 그의 평가대로 8일 오후 열린 전당대회 결과는 '윤심'의 압승이었다. 김기현 후보가 득표율 52.93%로 결선투표 없이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또한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등 친윤계 인사들이 지도부에 진입했다.

이처럼 '윤심'에 따른 친정 체제가 확립되면서 '일사불란한 목소리를 낼 원팀 지도부가 구성됐다'고 반색하는 당내 여론도 있지만, 벌써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공천 개입에 대한 우려가 당내에 짙게 깔리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유승민·나경원 찍어내기, 대통령실 행정관 '김기현 홍보물' 전파 등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기 총선 결과가 도리어 윤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총선 대통령이 다 뒤집어써야 할 것"
 

▲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뒤 최고위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 최고위원, 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최고위원. ⓒ 남소연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리 당은 이제 완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사당이 된 것"이라며 "김기현 대표가 역할이 있겠느냐. 대통령과 잘 소통해서 대통령 하고 싶은 것 해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내년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당 대표가 아닌 대통령이 잘해야 한다. 그때 돼서는 대통령이 책임을 떠넘길 공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원들이야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면 잘될 거라는 마음으로 투표를 한 걸 텐데, 중도층이 이것을 보고 잘 된 결과라고 생각할 것 같진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당을 완전히 장악한 꼴인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내년 총선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대통령이 다 뒤집어써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지도부를 봤을 때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은 망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수원이나 대전 같은 격전지에 있는 후보들이, 지금 당 대표를 비롯해서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에게 지지 유세를 부탁하겠느냐. 누가 와도 아마 표를 깎아먹는 일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도덕적 기준을 상실한 당"이 됐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 최고위원은 완전히 조직표로 봐야 하는데, 장예찬 후보가 여러 구설에 올랐는데도, 25만 표를 준다는 건 우리 당에 지금 도덕적 기준이 상실됐다는 것"이라며 "김재원 최고위원을 제외하곤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중량감이 떨어지는데, 윤심으로 당선된 것이라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과반 득표가 확고한 리더십 증명? 친윤 최고위원들에 오히려 포위

'김기현 리더십'에 대한 물음표도 찍힌다. 김 신임 대표가 이날 선거인단 과반을 넘긴 24만 4163표(52.93%)를 얻었지만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했다고 자평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다 아는 건데, 압승을 못 하면 이상한 것"이라며 "이 정도 밀어줬으면 사실은 70% 이상은 나와야 정상인데, 과반이라는 건 대통령이 체면치레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준석계'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의 탈락은, 내년 총선 과정에서 김 대표에게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막말로 김기현 대표가 대통령의 공천권 행사를 거부한다면 친윤계 최고위원들이 사퇴해서 비상대책위를 세울 수도 있는 구조"라며 "윤 대통령이 측근들을 대구·경북, 강남 3구에 꽂더라도, 김 대표가 오히려 용산에 꼼짝도 못 하고 어떻게 해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정 직할 체제... "공천도 윤석열이 개입한다고 봐야"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치 평론가들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을 용산 대통령실 아래로 수직 정렬시킨 전당대회 결과라는 혹평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친정을 넘어서 직할 체제가 된 것이다. 김기현 후보는 본인의 힘으로 당선된 게 아니지 않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힘으로 당선이 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오너가 아니라 CEO다. (당) 내부에서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외부에서 영입된 대표인 셈"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천도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한다고 봐야 하고, 당직이라든지 당 운영 기조라든지 모든 것들이 용산 대통령실의 하청 구조화가 진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다음 총선 때 지지자들의 특성상 대통령의 뜻에 그대로 따라가고, 풍향계를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리라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의중이 그대로 관철되고, 과반 이상 지지를 해버렸으니 대통령에게 추인받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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