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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진출 티켓을 놓고 벌이는 '김단비 더비'

[여자프로농구] 오는 11일부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플레이오프 미리보기

등록|2023.03.10 09:43 수정|2023.03.10 09:52
일주일의 휴식기를 가졌던 여자프로농구가 봄 농구 일정에 돌입한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원과 구나단 감독이 지휘하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오는 11일부터 3전 2선승제로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2018-2019 시즌까지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피언 결정전으로 직행했던 여자프로농구는 2020-2021 시즌부터 정규리그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크로스 토너먼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만큼 플레이오프를 통해 이변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사실 정규리그 성적만 놓고 보면 플레이오프는 우리은행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할 수 있다. 정규리그 맞대결 결과에서도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에게 4승2패로 우위를 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정규리그 25승5패를 기록한 우리은행에게 2승을 챙긴 팀은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신한은행 뿐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플레이오프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 김단비의 현 소속팀과 전 소속팀의 맞대결로 성사됐다.

6시즌 만에 우승 노리는 전통의 강호
 

▲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박혜진이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한다면 우리은행은 시리즈를 의외로 간단히 끝낼 수도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 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기록한 '레알 신한'은 우리은행에 의해 왕조에서 물러난 후 전성기가 빠르게 저물었다. 하지만 2012-2013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또 한 번의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은 7연패에 실패한 후에도 여전히 WKBL의 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18-2019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최근 5시즌 동안 단 한 번도 7할 미만의 승룰로 떨어진 시즌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10년 넘게 여자농구의 강호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최근 5시즌 동안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정규리그 1위를 달리던 2019-2020 시즌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됐고 2018-2019 시즌과 2020-2021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서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삼성생명에게 덜미를 잡혔다. 지난 시즌에는 챔프전에 올랐지만 박지수가 이끄는 KB스타즈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우승을 놓쳤다.

이에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6시즌 만의 챔프전 우승을 위해 FA시장에서 '만능 포워드' 김단비를 영입했다. 그리고 김단비는 이적 첫 시즌부터 우리은행이 기대했던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생애 첫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우리은행이 박혜진, 최이샘 등 주축선수들의 부상에도 WKBL 역대 최고승률(.943)을 기록했던 2016-2017시즌 이후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승률(.833)을 기록한 것은 새 에이스로 도약한 김단비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정규리그를 보낸 우리은행이 통산 11번째 챔프전 우승을 향해 순항하기 위해서는 이번 시즌 발바닥 부상으로 고전하며 12.77득점 6.2리바운드 3.8어시스트로 부진(?)했던 박혜진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리그에서 가장 먼 슛 거리와 뛰어난 경기운영능력, 풍부한 경험을 겸비한 박혜진이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으로 김단비와 콤비가 된다면 봄 농구에서도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에게 3연승을 거뒀던 '디펜딩 챔피언' KB가 팀의 기둥 박지수의 부상으로 인해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지 못하고 탈락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챔프전 우승컵을 탈환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는 뜻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신한은행의 도전이 만만치 않겠지만 우리은행의 시선은 이미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가 아닌 6시즌 만에 우승에 도전할 챔프전으로 향해 있다.

마음 비운 도전자, 이변 일으킬 준비 끝
 

▲ 신한은행으로 이적하자마자 득점왕에 오른 김소니아는 플레이오프에서 '친정' 우리은행을 상대한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20-2021 시즌과 2021-2022 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신한은행은 작년 5월 김단비가 우리은행으로 이적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신한은행에서만 15시즌 동안 활약한 김단비는 자타가 공인하는 신한은행의 절대적인 에이스였다. NBA에 비유하자면 마치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이탈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엄청난 전력손실이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김단비가 팀을 떠나자마자 곧바로 그를 대체할 선수를 찾았다. 바로 김단비의 보상선수로 지명한 혼혈선수 김소니아였다. 김소니아는 팀을 옮기자마자 신한은행의 새로운 에이스로 활약하며 18.87득점(1위)9.43리바운드(2위)1.47스틸(5위)을 기록, 역대 최초로 '보상선수 득점왕'에 등극했다. 적어도 득점과 리바운드 만큼은 김소니아가 김단비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 셈이다.

김소니아의 대활약에 가려지긴 했지만 신한은행의 '보상선수 신화'는 김소니아 외에도 또 있었다. 바로 BNK 썸으로 이적한 한엄지의 보상선수 김진영이었다. BNK 시절부터 적극적인 움직임과 성실한 플레이로 코칭스태프와 팬들로부터 신뢰가 높았던 선수다. 김진영은 신한은행에서 활약한 이번 시즌 12.00득점 6.07리바운드 2.70어시스트 1.03스틸 0.50블록슛 등 공수 전반에 걸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사실 대부분의 공격과 수비지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우리은행에 대적하기엔 신한은행의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주력 선수 7~8명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우리은행에 비해 신한은행은 경기당 10명 내외의 선수가 코트를 밟는 경기가 많다. 30대의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우리은행에서 파울트러블에 시달리는 선수가 나오거나 경기 후반 체력전으로 간다면 신한은행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올 수 있다.

신한은행이 마지막으로 챔프전에 진출한 시즌은 최윤아와 하은주, 김연주 등이 현역으로 활약했던 2013-2014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는 그만큼 신한은행이 챔프전 진출에 목 말라 있다는 뜻도 되지만 만년우승후보인 우리은행에 비해 플레이오프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포츠에서 이변은 마음을 비운 약체팀이 승리에 대한 부담이 넘치는 강호를 만났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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