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발표한 노래, 왜 빌보드 1위에 올랐을까?
위켄드의 'Die For You', 역주행 끝에 빌보드 정상
▲ 위켄드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함께 부른 'Die For You' 리믹스 버전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위켄드(The Weeknd)와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Die For You'가 2023년 3월 첫 주차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Die For You'는 2016년 위켄드의 앨범 < Starboy >에 실려 발표된 곡이다. 발표 후 7년 가까이 지나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셈이다. 지난해 발표된 앨범의 수록곡들은 차트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정작 예전에 발표한 곡이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흥미로운 상황이다.
캐나다 출신 팝스타 위켄드의 정규 3집 < Starboy > 앨범에 실렸던 이 곡은 발표 이후 빌보드 핫 100 차트 43위에 올랐지만, 다른 수록곡에 비해 큰 주목을 받았던 곡이라 보기는 어렵다. 당시 이 순위가 이 곡의 가장 높은 순위였다. 3주 동안 빌보드 핫 100 차트에 머물렀던 이 곡은 자연스럽게 차트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여기서 'Die For You'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틱톡에서 인기를 끌게 된 이후, 'Die For You'는 빌보드 차트에 입성했고 순위가 상승했다. 이 곡이 수록된 < Starboy >의 앨범이 차트에서 상승했다. 틱톡에서의 인기는 빌보드 차트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Die For You'가 틱톡에서 구가하던 인기는 라디오 신청곡, 스트리밍 수치로 연결되었다. 이 곡의 인기는 '아래로부터의 반란'에 가깝다.
유저들이 만든 유행, 팝스타가 응답하다
▲ 미겔(Miguel)은 숏폼 플랫폼에서 시작된 역주행에 맞춰, 'Sure Thing'의 'Sped Up' 버전을 발표했다. ⓒ Sony Music
심상치 않은 역주행을 감지한 위켄드는 아리아나 그란데를 초빙해 이 곡의 리믹스 버전을 발표했다. 위켄드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이미 'Love Me Harder', 'Save Your Tears', 'Off The Table' 등 여러 곡을 통해 좋은 목소리의 앙상블을 과시해온 바 있다. 리믹스 버전의 발매에 힘입어, 이 곡은 마침내 빌보드 핫 100 차트 정상에 올랐다. 한편 위켄드는 이 리믹스 발매와 함께 스포티파이 역사상 최초로 월간 청취자 수 1억 명을 돌파한 뮤지션으로 올라섰다. 이는 마일리 사이러스(8200만 명), 테일러 스위프트(8000만 명), 리한나(7900만 명) 등의 기록을 훨씬 넘어선 수치다.
위켄드, 프랭크 오션과 함께 'PB R&B 3대장'으로 불린 뮤지션 미겔(Miguel)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PB R&B : 2010년대 초반에 유행한 알앤비의 흐름. 일렉트로니카,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차용하면서 몽환적이면서 우울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알앤비) 2010년 발표곡인 'Sure Thing'이 틱톡에서 인기를 끌면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재진입한 것이다. 미겔은 예상하지 못한 역주행에 감사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타를 치며 이 곡을 노래하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겔은 이 곡의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을 발표했다. 스페드 업 버전이란 기존의 곡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보컬의 피치를 높게 올린 것이다.
단순히 노래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빠른 템포를 선호하는 틱톡 등 숏폼 컨텐츠에서 스페드 업 버전은 새로운 경쟁력을 지닌다. 사용자가 짧은 시간에 응용하기 쉬워지고, 익숙한 노래에 색다른 느낌도 부여할 수 있다. 스페드 업은 이제 팝계에 보편화되었다. 시저(SZA)의 'Kill Bill',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의 파생 콘텐츠에 삽입된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Bloody Mary',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의 'Bad Habit' 같은 곡 역시 스페드 업 버전을 따로 발표했다.
어떤 곡이 빌보드 1위에 오를지 예상할 수 없는 시대, 2010년대 알앤비의 아이콘들이 과거에 발표한 곡들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틱톡 사용자층이 한정된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낯선 일이지만, 'Die For You'와 'Sure Thing'의 선전은 오늘날의 음악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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