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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세계선수권' 현장판매, 새벽부터 수백명 헛걸음

[쇼트트랙] 판매 사라진 1일권에 팬들 몰려... 대기줄 관리 등 운영에 아쉬움

등록|2023.03.11 12:19 수정|2023.03.11 12:19

▲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 입구 ⓒ 유준상


2016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안방에서 치러지는 대회다. 그러나 해외 팬들은 물론이고 홈 팬들을 위한 배려도 없다.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가 10일(금)부터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개최되고 있다. 월드컵 시리즈를 마무리한 선수들은 이번 대회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동계올림픽에 이어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활약하며 쇼트트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상승했다. 지난 2월 27일 오전 11시부터 판매된 세계선수권대회 3일권 티켓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동이 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팬들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으나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당초 판매하기로 했던 1일권(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티켓이 3일권 티켓 매진으로 인해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1일권 티켓을 구매하기로 계획했던 팬들로선 당황스럽기만 했다. 결국 3일권 티켓을 구매하지 못한 팬들에게 남은 방법은 단 한 가지, 현장 구매뿐이었다.

새벽부터 기다렸는데 돌아온 건 '매진'
 

▲ 11일 오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 앞 매표소의 모습, '전석매진'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 유준상


1일 차 일정이 진행된 10일 오후부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벌써부터 2일 차 티켓 구매를 위해 대기 중인 인원이 있다는 목격담이 속속 올라왔다. 자정 이후에도 줄을 서는 인원이 점점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직접 가 보니 사실이었다. 동이 트기도 전이었던 11일 새벽 6시, 목동 아이스링크 매표소 주변에 도착하니 돗자리나 캠핑용 의자를 펴고 기다리는 팬들이 눈에 띄었다. 어림잡아도 수십명에 달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매표소 앞쪽의 줄과 분리된 또 다른 줄이 존재했다. 매표소 쪽에 있는 인원이 표를 구매한 이후 남은 표를 사기 위해 '대기 줄'이 마련됐던 것이다. 다만 대기 줄 쪽에는 '입장권을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대기 줄에 있던 팬들은 "표를 구매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새벽 3시부터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자가용, 대중교통 첫차 등을 활용해 새벽에 도착했다. 기자가 도착한 이후에도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매표 시작 시각인 오전 8시에 가까워지면서 인원이 더 많아졌다.

매표 시작 이후 첫 공지가 전달된 시각은 오전 8시 36분이었다. "(현재로선) 99% 살 수 없다고 보시면 된다"는 현장 안전요원의 이야기였다. 이에 낙담한 몇몇 팬들은 자리를 떴지만, 여전히 수백명이 자리를 지켰다. 일부는 지나가던 대회 관계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안전요원의 안내 하에 잔여 표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중에 줄이 엉키는 등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기 줄이 위치한 공간은 협소할 뿐만 아니라 흡연구역과 가까이 위치해 있어 팬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결국 오전 9시 29분, 공식적으로 전석 매진이 공지됐다. 그제서야 하나 둘 발길을 옮겼다.
 

▲ 매표소 뒷편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새벽 3시에 온 팬도 있었다. ⓒ 유준상


미숙한 운영 도마 위로... 팬들은 상처를 입었다

전날부터 일찌감치 기다리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 번째는 1인당 최대 6매까지 현장 구매를 허용한 점이다. 한 명이 많은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구조다보니 일찌감치 매진될 수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서, 순수하게 관람 목적으로 티켓을 구매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암표' 판매로 이어지는 문제다. 현장에는 이를 단속하기 위해 경찰 인력이 투입됐으나 뚜렷한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장시간 대기한 팬들이 불만을 표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에 티켓이 판매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예매 과정부터 현장 판매까지 미흡함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일일이 보지 않는 이상 현장 및 대회 진행 상황을 알 수 없었다. 또한 해외 팬들에 대한 현장 안내도 이뤄지지 않았다.

새벽 6시에 도착한 한 팬은 "7년 전 세계선수권대회도, 2017년 '테스트 이벤트'로 열렸던 ISU 월드컵 4차 대회(강릉 아이스 아레나 개최)도 현장에서 봤다.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두 개 대회 모두 시스템이 다 갖춰진 상태였는데, 올핸 정말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싶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제대회를 여는 것에서 그칠 게 아니라 만족할 수 있는 대회를 운영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것이 곧 한국의 스포츠 경쟁력과 직결된다. 현장을 찾았다가 다시 되돌아가야 했던 팬들은 시간과 돈도 보상받을 수 없을 뿐더러 연맹의 미숙한 운영에 큰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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