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윤석열, 문재인 너무 많이 지워 나라까지 지우려 해"
11일 오후 민주당 경남도당 강연 ... "당, 서로 감싸 안지 않으면 몰락"
▲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 ⓒ 윤성효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요즘 뉴스를 보면 화가 난다. 텔레비전을 꺼버리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두 달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임기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숨이 막힌다. 그런데 아직 4년이나 남았다"며 "이 어려운 상황들이 다만 분노로만 표출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고 의원은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창원KBS 아나운서를 지내기도 한 고 의원은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배상 방식'에 대해, 고 의원은 "우리가 일본에 내주었으면 하나는 받아와야 한다. 외교는 큰 나라와 작은 나라 사이든 일 대 일이어야 한다. 그래서 외교는 전쟁이다"고 했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일본이 수출규제를 했다. 그래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싸웠고, '지소미아'가 중단되었다. 이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일본이 우리 대법원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수출규제를 했던 것이다.
대법원 판결대로 하지 않는 걸 우리가 내어주었다면 일본에서 받아오는 게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일본은 수출규제를 풀지도 않았다. 문 전 대통령 때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그런데 일본이 수출규제를 풀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WTO 제소를 풀었다. 이런 외교가 어디에 있느냐. 그래서 조공 외교라고 한다. 옛날 조선시대에 사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으면 명나라에 가서 무릎 꿇고 했던 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 자존심이 상한다."
중국·러시아와 관련해, 고 의원은 "중국이 40여 개국에 대해 단체관광을 풀었는데 한국은 빠져 있다.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버리고 갈 것이냐. 지금은 냉전 시대처럼 할 때냐"며 "외교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를 살리는 문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한테 정말 부탁드리고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지우기를 그만두고 그냥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하는 거 보면 문 전 대통령이 했던 것을 다 지우다 보니 너무 많이 지워서 나라까지 지우려고 하는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미워하기에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숨이 턱턱 막힌다"고 한 그는 "우리는 야당 노릇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야당은 예산 권한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닐 때도 국민을 살리겠다며 한 몸을 바쳤다. 지금 민주당은 여당처럼 예산도, 정책도, 외교도 걱정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 나라를 이대로 무너지게 할 수 없으니까. 나라는 살리고 봐야 한다. 그런 절박함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대통령은 야당이 하는 말은 무조건 안 듣는 것 같다. 우리가 제안했던 대로 했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렇게까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대로만 가다 보니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 ⓒ 윤성효
"오늘 저녁의 일몰에서 내일 아침의 일출을 읽는 마음이 지성"
민주당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당 고문은 당을 지켜온 사람들"이라고 한 고 의원은 "어머니께서 오래전 '운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운명을 깨부수고 살아가는 게 인생인 것 같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그것은 오래 사신 분들의 삶의 지혜인 것 같다"며 "당 고문들이 어떨 때는 그것밖에 못 하느냐라고, 또는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실 때가 있는데, 그런 분들이 계신다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나이가 많을수록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분들을 그냥 두고 가면 안 되고 손을 잡아야 한다. 세상을 오래 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은 서울이 많이 힘들고 경남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당이 힘들 때마다 당을 지켜준 분들이 고문이다"고 했다.
이어 "힘들다고 해서 그냥 주저앉아 있을 것인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해야 한다. 어떨 때는 목숨을 내놓는다는 각오로 민주당을 지켜오신 것"이라며 "당 고문들을 볼 때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우리 모두 나는 김대중만큼 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연을 언급한 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카메라 앞과 뒤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다.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KBS 아나운서로 있을 때 많은 정치인과 유명 인사들을 만나 봤다. 대개 유명 인사들은 98%가 카메라 앞과 뒤가 다르다. 카메라 앞에서는 친절한데 카메라가 꺼지면 권위적이다"라며 "카메라 앞뒤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 문 전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어 함께 하게 되었다"고 했다.
'친문(문재인)'에 대해,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래 같이했다. 그래서 마음을 알게 되었다. 기자들이 '친문'이냐고 물어보면 고맙다고 이야기한다"며 "지금은 '친문', '반문', '친명(이재명)'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이재명 대표를 왜 싫어하느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이 대표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지금 당내 상황이 많이 어렵다. 이재명 대표를 지켜달라는 목소리가 있고 이대로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다"며 "우리 안에서 수많은 갑론을박의 의견이 분출되어야 한다. 다만 누군가를 밟고 가는 것은 안 된다. 안에서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바깥에서 공격하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했다.
"선배들한테 민주당은 왜 맨날 어렵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고 한 그는 "선거는 이겨야 한다. 이기는 싸움은 우리 힘만으로는 안 된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보궐선거, 심지어 지도부 선거도 힘들다. 누군가는 원래 우리는 그렇다고 하더라. 그것은 우리가 진보이기 때문이다. 진보는 세상을 개혁하는 사람들이기에 당연히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보수는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기에 진보보다 조금 녹록하다"고 했다.
"결국은 확장해야 한다"고 한 그는 "노무현 정신으로 해야 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우리를 뽑아줄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기려면 나를 찍지 않았든, 민주당을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든,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품에 안아야 한다"며 "당 안에서 누구 편이냐, 네 생각은 어떠냐며 사상 검증하듯이 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 저녁의 일몰에서 내일 아침의 일출을 읽는 마음이 지성입니다"라고 했던 고 신영복(쇠귀) 선생의 말을 든 고 의원은 "일몰은 절망이라고 말하는데, 신영복 선생은 일몰이 끝난 게 아니라 내일 아침에 떠오를 태양을 준비하자고 했다. 그것을 읽어내고 행동하는 걸 지성이라고 했다"며 "일몰에서 일출을 읽어내는 민주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많이 힘들고 어렵지만, 국민들은 안다. 민주당이 새로운 활기를 다시 만들어 내는 게 우리의 의무다"라고 말했다.
고민정 의원은 "민주당 안에 어려움과 갈등이 있지만 종국에는 서로 감싸 안지 않으면 모두 몰락한다. 그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 ⓒ 윤성효
▲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 ⓒ 윤성효
▲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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