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내 최고의 자전거 도시'에 가다
[자전거 원정대 현지 통신] 뮌스터가 자부심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서두르고 있는 일
▲ 열정적으로 설명중인 카타야 쉬프만(ADFC 뮌스터 지부)씨3월 1일 저녁 뮌스터시의 사무실에서는 6명의 ADFC 뮌스터지부 임직원이 우리를 환영해준 가운데 두 시간가량 만남이 진행되었다. 프리젠테이션 첫 화면에 "뮌스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혀있다. ⓒ 김길중
우리가 거쳐온 도시는 모두 자전거 도시라 할 수 있지만 하나의 모습은 아니었다. 파리와 네덜란드의 도시들이 달랐다. 위트레흐트와 암스테르담, 그리고 마지막의 하우턴까지 다른 느낌이었다.
하우턴에서의 점심을 마친 일행은 네덜란드에서의 일정이 끝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야 했다. 저녁의 특별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 만날 조직은 'ADFC 뮌스터란드 지부'라는 조직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독일 자전거 클럽연맹 뮌스터지역 지부'이다.
이번 일정에서는 현지 공관이나 공적 채널의 도움을 받아 만날 이들을 섭외한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는 유일하게 나의 섭외를 통해 성사된 케이스다. 단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처를 찾아 연락했고, 이들은 흔쾌하게 우리의 방문을 반겼다. 이들은 우리 도시의 사정들도 궁금하다며 '가능하면 한국의 자전거 상황에 관한 자료를 준비해 가지고 오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 우리를 위해 환하게 불켜둔 ADFC 사무실. 이 공간에서는 회의를 하기도 하고 자전거 수리 등을 가르쳐 주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이외에도 자전거 투어를 조직하거나 자전거 관련 정치적 요구를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다. ⓒ 김길중
특이하게도 이날 일정은 유일하게 저녁 시간으로 잡혔다. 민간인들의 자원봉사로 단체가 유지되는 만큼 저녁 시간의 일정을 ADFC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나중에 별도로 소개하겠지만 이런 연락 과정은 뮌스터란드 한인회 서봉석 회장님의 도움이 매우 컸다.
ADFC지부 및 뮌스터 시청과의 약속이 잡힌 것을 확인하고서도 세심하게 여러 가지를 챙겨주셨다 '매사 철저하고 분명한 것을 중시하는 독일 사람들 특성상' 혹여라도 우리가 결례를 범하거나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과, 보기 드문 모국 사람들의 방문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컸기 때문 아니었나 싶다.
오후 5시에 뮌스터에 도착하였다. 서둘러 짐을 풀고 각자 저녁을 해결하고 ADFC 사무실까지 걸어서 간다. 'Dortmunder Strasse 19, 48155 뮌스터'의 주소를 가진 주택가 한가운데의 작은 사무실이 있었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는데, 6명이 나와 환영해 준다. 서로 간의 인사를 마치고 카타야 쉬프만(Katja Siepmann)씨의 발제가 시작됐다.
'독일 내 최고의 자전거 도시'라는 자부심
프레젠테이션은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담은 사진으로 시작한다. 도시 전체적으로는 63% 도심부는 91%가 파괴된 채 전쟁이 끝났다고 한다. 이를 재건하기 위한 원칙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였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궤도 전차가 남아 있었고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점차 자동차가 증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1960년대에는 이런 추세가 본격화되고 늘어나는 자동차 교통을 해결하기 위한 우회 고속도로 등이 놓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뮌스터의 특이한 점은 자동차가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자전거 이용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한다. 뮌스터가 자전거 도시가 된 걸 언제부터라고 특정할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그래서 뮌스터는 자전거 도로(우리나라로 치면, 인도 위의 보행자 겸용 도로)를 놓기 시작했단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주목할만한 변화가 없었지만 독일 내 자전거 도시로서의 평판은 이어졌다. 2000년대 이후 독일 내 자전거 도시 평가에서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한 뮌스터에 대한 자부심은 매우 커 보였다.
▲ 뮌스터의 역사좌측 사진은 2차세계대전 직후 폭격으로 폐허가 된 뮌스터 시가의 사진이다. 이후 1950년대, 1960년대의 사전을 통해 점차 자동차 통행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이 시기에도 뮌스터의 자전거 통행량이 줄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 ADFC 뮌스터란드 지부
이후 발제는 '뮌스터 자전거 도로 2.0'과 벨로루트 등의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뮌스터 자전거 도로 2.0은 2018년경부터 시작됐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를 기준으로'라는 구호를 바탕으로, 연석 형태의 보행자 겸용도로가 중심인 인프라를 자전거 전용도로나 전용차로 형태의 인프라로 개편하는 것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한다.
벨로루트는 과거 뮌스터의 성곽이었던 팔로미나데(Promenade)를 비롯해 뮌스터 및 인근의 지역을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망을 의미한다. 5~20Km의 범위를 크게 3개의 원형 연결망 및 외곽에서 시내로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망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단체는 뮌스터 인근 지역에 5000명, 뮌스터 시내에 거주하는 회원이 1800명가량이라고 한다. 이들의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대중교통 및 자전거, 보행 등에 대한 확충을 요구하는 활동, 교통 계획 및 의사결정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활동, 논평과 보도 자료를 통한 입장 표명 등의 활동, 정치와 행정 등에 지속적인 요구를 하는 활동 등이다.
▲ 뮌스터 시청앞에서 한인회와 함께뮌스터 시청과의 일정을 마치고 나온 일행이 서봉석 뮌스터란드 한인회장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 김길중
3월 2일 아침, 공식 일정 마지막으로 뮌스터 시청을 방문했다. 이곳에 현재 거주하는 인구 32만여 명. 인근 광역에 해당하는 지역에 130만 명가량이 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부터 뮌스터 시청 직원 Klara van Eickels(클라라), Max Stewen(맥스)의 발제가 시작되었다.
뮌스터 시청의 교통 및 토목공학 사무소(교통 토목국) 자전거 부서에서 일하는 둘 이외에 이제 막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젊은 여성 등 세 명이 우리를 시청홀에서 마중하면서 일정이 시작됐다. 뮌스터에는 유서 깊은 뮌스터대학이 있어 6만여 명의 젊은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독일 전체적으로는 자전거가 수송분담률의 11%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뮌스터는 생태도시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보다 높은 41% 인구가 자전거를 이용하며 승용차의 비중은 34%가량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여느 도시 못지않은 자전거 도시임을 입증하는 자료다. 뮌스터 시의 최종적 목표는 이를 50%로 높이고, 보행자의 비율을 15%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 고안된 것이 뮌스터 자전거 도로 2.0과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2.0인 벨로루트인 것이다.
설명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새로운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를 개발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의 활용이었다. 'APPGRADE 캠페인'이라고 하여 2021년 4월 12일부터 5월 9일까지 2200여 명이 실제 움직인 거리, 2만3000여 개의 주행기록, 총 16만km에 이르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 설계에 반영한 것이다.
▲ 벨로루트, 자전거 네트워크 2.0, APPGRADE를 통한 시민참여형 자전거 네트워크 개발ADFC와 뮌스터 시청의 발제시 활용된 내용이다. 좌측은 뮌스터 외곽에서 뮌스터로 연결되는 14개의 자전거 도로망(벨로루트) 구축도이며 가운데 사진은 그 네트워크를 환상의 연결을 통해 구축하는 자전거 네트워크 2.0의 개념도이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실제 자전거 이용 자료를 집적하여 네트워크 개발에 활용한 예를 설명하는 자료이다. ⓒ 뮌스터시청, ADFC뮌스터 지부
그리고 이어진 한 시간가량의 공동라이딩. 전날 하우턴에서는 자전거가 매우 버거운 사람들이 많았다. 체형 자체가 큰 이곳 사람들에게 맞춘 자전거라서 남성들도 버거워했던 것이다. 이날은 서봉석 회장님이 재빠르게 움직이신 덕분에 여성들도 탈 수 있는 자전거를 구할 수 있었다.
앞뒤에서 이끌어준 클라라와 맥스 덕분에 중간중간 끊기긴 했지만 하우턴보다 훨씬 번잡한 도심 내에서의 공동 라이딩을 무사하게 마쳤다. 공식적으로 방문한 5개의 도시, 그리고 세 번의 라이딩까지 포함해 우리의 모든 일정이 끝나는 순간이다.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여러 가지로 고마웠던 서봉석 회장님과 통역을 맡아주신 정순심 박사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약소하나마 선물을 드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갈 길을 서둘러야 했다.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하루 쉰 다음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은 상황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담아가고 있는 것일까?
▲ ADFC뮌스터 지부 3월 1일 저녁 ⓒ 김길중
▲ 뮌스터에서 자전거 타기 20230302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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