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한 시대에 읽는 500년 전 을묘사직소
[서평] 이상영이 주해하여 옮긴 조식 선생 <을묘사직소>
조선을 움직인 한 편의 상소라는 수식어가 붙은 <을묘사직소>는 남명 조식 선생이 500년 전에 쓴 <을묘사직서>를 번역한 책입니다. 번역자 이상영이 밝혔듯이 그간 나온 여러 번역문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구구절절 소상하게 풀이합니다. 풀이하고 풀이하고 또 풀이합니다. 때로는 원문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내용까지 말합니다." 주해번역이라고 이름 붙인 까닭이기도 합니다.
상세하고 정확한 풀이를 위해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주역, 서경을 찾아보고, 한유, 유종원, 정명도, 정이천, 주희 등이 쓴 글을 살펴보며, 남명집, 학기유편 등을 통해 조식의 말과 표현을 가늠합니다. 500년 전 조선의 시사를 확인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과 당대 문헌을 두루 살피는 수고와 노력을 담은 번역입니다.
조식 선생이 <을묘사직소>를 쓴 때는 조선 명종 11년(1555년)입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온나라가 쑥대밭이 되기 불과 37년 전입니다. "척족 세력이 날불한당과 같은 정치를 펼치고 있었고, 논밭을 빼앗기고 유랑하는 백성이 농사짓는 백성보다 많았던" 시기라고 합니다.
마침 이때 조정에서 조식에게 '단성현감' 벼슬을 내리자 그는 단성현감을 사직하는 상소 형식을 빌어 당시 정치를 강력하게 비판하는데, "임금의 책무를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 궁궐에서만 살아와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하는 과부"라는 직설적 표현이 등장합니다. 조정을 장악하고 있는 척족세력 세력을 향해서는 야비한 승냥이 무리라 하고, 벼슬아치들의 간악함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날을 세워 비판합니다.
오늘의 통치자를 탓하는 듯한 소름 돋는 문장들
자그마치 500년 전에 쓰인 <을묘사직소>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임금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자인 시대가 되었지만, 불의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을묘사직소를 읽다, 마치 오늘 이 시대를 이야기하는 듯한 문장과 만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당나라 유학자 한유는 우두머리 목수가 나무를 쓰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굵은 나무를 대들보로 쓰고 가느다란 나무를 서까래로 쓰는 일은 목수가 해야 하는 일이다. 기둥 위와 아래에 쓸 나무를 찾고 문지방과 문설주와 문짝에 쓸 나무를 고르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목수는 이와 같이 나무를 취하여 방을 이루고 집을 이룬다."(본문 중에서)
오늘날 대한민국 목수는 대들보도 서까래도, 문지방과 문설주 그리고 문짝까지 모두 한 가지 나무만 골라 집을 짓고 있습니다. 모두 검찰 출신이지요. 한 가지 나무로만 지은 집이 얼마나 제대로 지탱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소름 돋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물고기가 썩을 때 뱃속부터 썩는 법입니다. 나라 또한 물고기와 같으니, 내부에서 썩기 시작해 곧 악취를 풍기며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작금의 대한민국도 내부에서부터 썩기 시작하여 무너져 내리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지요. 여러 일들이 있지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항복문서와 다름없는 대일 강제동원해법 발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500년 전 을묘사직소에도 일본과의 관계를 지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공격하지 않고 은덕을 배풀고자 하였으나 왜구는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나라를 얕보며 함부로 날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바야흐로 왜구의 침탈이 일어나는 것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변고라고 할 수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지금 대통령의 친일 굴욕외교 역시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주장하던 세력들이 현재 집권 세력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지요. 스스로 무릎 끊은 대일 강제동원 해법 제안으로 500년 전 왜구들처럼 일본이 우리나라를 얕보고 더욱 날뛰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나라가 곧바로 망하지는 않지만, 수습할 수 없는 재앙으로...
조식은 이렇게 해도 나라가 곧바로 망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변고가 생기면 수습할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군자가 한 나라에 살면서 인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명한 신하를 존중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곧바로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날 평범하지 않은 변고가 일어나면 장수는 수레에 올라 달려가고 군졸은 달음박질로 달려가 손짓하며 수습하려 해도 재앙이 닥친다."(본문 중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비로소 목이 마르고 입술이 타들어 갈 때 하늘을 우러러 탄식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형벌과 강압으로 명령으로 흩어진 백성을 불러모을 수는 있어도 임금(나라를 위해)에게 헌신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명령으로 이끌면서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은 형벌을 피하려고만 할 것이니 백성에게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본문 중에서)
일시적으로는 명령과 형벌로 국민을 굴복시킬 수 있겠지만 강압과 명령으로 영원히 통치할 수는 없다는 것을 500년 전에도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권력기관을 동원한 압수수색과 구속기소로 언제까지 국민들의 저항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지금 전하의 나랏일은 매우 잘못되고 있습니다. 전하의 나랏 일은 마치 새의 양날개가 서로 다른 쪽을 향해 퍼드덕대는 것과 같습니다....... 「맹자」에서는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백성이 바라는 일을 들어 주고 싫어하는 일을 베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본문 중에서)
국민이 바라는 일은 들어주지 않고, 국민이 싫어하는 일에만 집착하는 통치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500년이 지난 오늘, 저는 매일매일 <국민사직소>를 쓰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권력을 잘못 맡긴 주권자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을묘사직소>를 일독하였습니다.
▲ 을묘사직소 겉표지남명 조식이 쓰고 이상영이 주해하여 옮긴 <을묘사직소> ⓒ 뜻있는 도서출판
상세하고 정확한 풀이를 위해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주역, 서경을 찾아보고, 한유, 유종원, 정명도, 정이천, 주희 등이 쓴 글을 살펴보며, 남명집, 학기유편 등을 통해 조식의 말과 표현을 가늠합니다. 500년 전 조선의 시사를 확인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과 당대 문헌을 두루 살피는 수고와 노력을 담은 번역입니다.
조식 선생이 <을묘사직소>를 쓴 때는 조선 명종 11년(1555년)입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온나라가 쑥대밭이 되기 불과 37년 전입니다. "척족 세력이 날불한당과 같은 정치를 펼치고 있었고, 논밭을 빼앗기고 유랑하는 백성이 농사짓는 백성보다 많았던" 시기라고 합니다.
오늘의 통치자를 탓하는 듯한 소름 돋는 문장들
자그마치 500년 전에 쓰인 <을묘사직소>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임금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자인 시대가 되었지만, 불의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을묘사직소를 읽다, 마치 오늘 이 시대를 이야기하는 듯한 문장과 만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당나라 유학자 한유는 우두머리 목수가 나무를 쓰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굵은 나무를 대들보로 쓰고 가느다란 나무를 서까래로 쓰는 일은 목수가 해야 하는 일이다. 기둥 위와 아래에 쓸 나무를 찾고 문지방과 문설주와 문짝에 쓸 나무를 고르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목수는 이와 같이 나무를 취하여 방을 이루고 집을 이룬다."(본문 중에서)
오늘날 대한민국 목수는 대들보도 서까래도, 문지방과 문설주 그리고 문짝까지 모두 한 가지 나무만 골라 집을 짓고 있습니다. 모두 검찰 출신이지요. 한 가지 나무로만 지은 집이 얼마나 제대로 지탱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소름 돋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물고기가 썩을 때 뱃속부터 썩는 법입니다. 나라 또한 물고기와 같으니, 내부에서 썩기 시작해 곧 악취를 풍기며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작금의 대한민국도 내부에서부터 썩기 시작하여 무너져 내리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지요. 여러 일들이 있지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항복문서와 다름없는 대일 강제동원해법 발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500년 전 을묘사직소에도 일본과의 관계를 지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공격하지 않고 은덕을 배풀고자 하였으나 왜구는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나라를 얕보며 함부로 날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바야흐로 왜구의 침탈이 일어나는 것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변고라고 할 수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지금 대통령의 친일 굴욕외교 역시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주장하던 세력들이 현재 집권 세력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지요. 스스로 무릎 끊은 대일 강제동원 해법 제안으로 500년 전 왜구들처럼 일본이 우리나라를 얕보고 더욱 날뛰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나라가 곧바로 망하지는 않지만, 수습할 수 없는 재앙으로...
조식은 이렇게 해도 나라가 곧바로 망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변고가 생기면 수습할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군자가 한 나라에 살면서 인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명한 신하를 존중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곧바로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날 평범하지 않은 변고가 일어나면 장수는 수레에 올라 달려가고 군졸은 달음박질로 달려가 손짓하며 수습하려 해도 재앙이 닥친다."(본문 중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비로소 목이 마르고 입술이 타들어 갈 때 하늘을 우러러 탄식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형벌과 강압으로 명령으로 흩어진 백성을 불러모을 수는 있어도 임금(나라를 위해)에게 헌신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명령으로 이끌면서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은 형벌을 피하려고만 할 것이니 백성에게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본문 중에서)
일시적으로는 명령과 형벌로 국민을 굴복시킬 수 있겠지만 강압과 명령으로 영원히 통치할 수는 없다는 것을 500년 전에도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권력기관을 동원한 압수수색과 구속기소로 언제까지 국민들의 저항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지금 전하의 나랏일은 매우 잘못되고 있습니다. 전하의 나랏 일은 마치 새의 양날개가 서로 다른 쪽을 향해 퍼드덕대는 것과 같습니다....... 「맹자」에서는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백성이 바라는 일을 들어 주고 싫어하는 일을 베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본문 중에서)
국민이 바라는 일은 들어주지 않고, 국민이 싫어하는 일에만 집착하는 통치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500년이 지난 오늘, 저는 매일매일 <국민사직소>를 쓰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권력을 잘못 맡긴 주권자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을묘사직소>를 일독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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