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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한반도, 미중 대리전 무대 될 수 있다"

희망래일 '대륙학교' 14일 개강,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강제동원 배상안, 배후에는..."

등록|2023.03.17 07:16 수정|2023.03.17 07:16
사단법인 희망래일(이사장 이철)에서 주최하는 대륙학교(교장 정세현) 13기가 3월 14일 개강했다. 첫 강사로는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전 국립외교원 원장이 충무로역 인근의 '공간 하제'를 찾았다. 김 교수는 14일 오후 7시부터 2시간여에 걸쳐 '국제정세의 대격변과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며 국제정세와 대한민국의 대처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 강의하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 ⓒ 차원


먼저 김준형 교수는 "팍스아메리카나, 세계화의 시대에서 호전적 민족주의, 파편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지금 상황이 1차대전 이후의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평생을 살며 이 정도의 혼란은 본 적 없다"고 국제정세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던 시대를 지나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어 "국제기구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면서 "유엔(UN),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통화기금(IMF)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실리를 찾지 않고 앞장서 '이념의 돌격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에 등 떠밀려 친미 반중 노선으로 달리다 보면 결국 뒤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가 중국의 배터리 회사 CATL과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을 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뉴노멀'과 '탈진실'을 시대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기후위기와 마찬가지로 국제질서도 회복 불가의 지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불확실성, 불안정성, 불평등성 등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진실보다 입장이, 사실보다 의견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면서 "나와 진영이 다르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는다. 이런 시류를 따라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 버티고 견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갈등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주저앉히는 시나리오, 중국이 30년 내 미국을 추월하는 시나리오, 미중이 협력관계가 되는 시나리오 이렇게 세 가지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며 "긴장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양국이 한반도에서 서로 간을 보며 대리전을 펼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특히 그렇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이 서로 친해야 미중이 우리를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우리 허락 없이 전쟁은 안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오히려 선제공격, 전쟁 불사론을 이야기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정세 변화 대응 최상책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대륙학교 13기 수강생들 앞에서 강연하고 있다 ⓒ 차원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선물해 줬지만, 아무것도 받아낸 것 없이 미국에 반도체 접근권을 허용하고, 수익 일부를 공유하게 하고, 대중 투자를 차단당한 '반도체지원법'으로 도리어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역할을 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이번 강제징용(동원) 배상 해법은 미국의 숙원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미국이 배후에 있음이 명확하다. 한국이 미일동맹의 하부로 들어가는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서 더 나아가 이번엔 어떠한 합의도 없이 그냥 다 퍼주고 말았다"며 "미국과 일본에만 구애하는 사이 한국은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도 "전쟁이 앞으로 1년, 2년 더 길어지고 우크라이나가 결국 분단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또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내년 대선이 있어 먼저 물러서고 전쟁을 끝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시 3년이 넘는 전쟁 중 2년은 휴전 협상을 하면서도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간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작년 한국과 폴란드의 방산 계약 당시 무기 거래의 기본인 '제3자 이전 금지 조항'에 체크하지 않았다고 추측한다"며 "포탄에 쓰여있는 한글을 지우는 작업을 수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그 무기가 전쟁에 쓰인다면 감당 못 할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을 이야기하는데, 먼저 양보를 하는 것이 '담대한' 것이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면 돕겠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담대한' 구상이 될 수 있느냐"고 평가 절하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을 큰형처럼 의지했는데, 남북평화가 깨져버린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당시 미국의 눈치를 보며 남북관계를 더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후회했다. 이어 "미중 갈등과 국제정세 변화에 대응하는 최고의 방법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고 주장하며 한반도가 대륙국가, 해륙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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