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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주, 안동, 제주... 1인 가구들의 삶, 서로 달랐다"

[이영광의 '온에어' 228] <솔로하우스> 연출한 이주형 광주 MBC PD

등록|2023.03.20 11:48 수정|2023.03.20 13:26
2000년대까지만 해도 집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고시원 등에서 사는 1인 가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1인 가구는 경제적 이유가 아닌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2월 말부터 4주에 걸쳐 광주MBC에서는 1인 가구를 주제로 한 4부작 다큐멘터리 <솔로하우스>가 방송되었다. 12편의 다큐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한 <솔로하우스>는 서울, 충남 공주, 광주, 전남 순천과 장성, 경북 안동, 제주 등 전국의 1인 가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담았다. 제작 이야기가 궁금해 4부를 방송한 날인 18일 <솔로하우스>를 연출한 이주형 광주 MBC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1인 가구, 지역마다 특색 달라"
   

▲ <솔로하우스> 포스터 ⓒ 이주형 제공


- 광주MBC 특집 다큐멘터리 4부작 <솔로하우스>를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마지막 방송 나간 게 한 30분 정도 지났는데요. 이게 루틴처럼 방송 테이프 넘겨서 방송되면 TV로 보는데 항상 방송 나가기 전에는 '테이프를 빨리 넘기고 여기서 빨리 벗어나야겠다. 이걸 끝내면 좀 쉴 수 있을까'란 생각하는데 이제 나가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 어떤 게 아쉬워요?
"이번 같은 경우 제가 어찌 됐든 간에, 처음에 <한 평의 삶> 그리고 기자님과 인터뷰했던 <리.플레이스> 그리고 이번에 <솔로하우스>까지 3년 동안 주제는 달랐지만 계속 공간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촬영 제작 해왔거든요. 근데 올해로 공간에 대한 걸 끝나게 되니까 영영 못 볼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또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주제를 원 없이 하고 끝내는 느낌이라 감정이 좀 다른 것 같아요."

- 지역 방송인데 내용을 보면 전국적으로 다루었잖아요. 어렵지 않았나요?
"1인 가구라는 게 서울이나 대도시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전국 각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을 거로 생각했고 또 지역마다의 특색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처음 나왔던 제주도에 사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좀 더 환경 속에 관심 갖는 분들이 계셨고 그다음에 도시 쪽에 있는 분들은 좀 더 독립적인 개인의 삶을 꾸리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저희가 지역 방송이긴 하지만 사실 광주·전남만의 이야기를 하는 게 로컬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에 나왔던 서울을 뺀 나머지의 도시들은 다 각자의 로컬에서 각자의 의미가 있는 지역들이니까 그것들을 보여주는 것도 또 다른 로컬로서의 공공성을 발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광주에서 촬영하는데 공주 이야기가 두 개 나와서 저도 이래도 되나 싶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이 가지는 매력은 정말 괜찮았기 때문에 소개해 줘도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 <솔로하우스>는 1인 가구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1인 가구에 어떻게 주목하게 되신 건가요?
"저도 처음에 입사해서 독립했을 때는 고시원이나 원룸도 살았어요. 그러면서 계속 그런 거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3년 전에 시작했던 <한 평의 삶>에서 고시원이나 원룸 같은 좁은 공간에서의 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줬다면 이번에 <솔로하우스>에서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예전에 저희가 인터뷰했던 건축사분도 한번 말씀해 주셨던 건데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혼자 사는 모습이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 이것 또한 하나의 주거 형태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최근에 통계청 자료들을 보면 1인 주거의 비중이 가파르게 올라가서 이제는 가장 많은 주거 구조의 비중을 차지해요. 그러다 보니까 1인 주거에 대해 사람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또 단순히 원룸이나 고시원으로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들도 점점 가진 것 같고요, 대부분 사람은 다 자기가 주어진 조건에 따라서 공간을 렌트한다거나 아니면 산다든지 해서 그 공간에 맞춰서 자기들이 사는데 저희가 취재했던 <솔로하우스>의 주인공들을 보면 좀 다르더라고요. 공간에 자기의 삶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따라서 공간을 꾸며가고 만들어가는 느낌이에요. 이게 되게 색다른 지점이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죠."

- 서울 MBC의 박연경, 김민호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에 참여했던데 섭외 과정이 어땠나요?
"일단 이게 저희가 처음부터 OTT로 12편을 계획해서 한 편당 시간이 15분짜리였거든요. 생각해 보면 상당히 방대한 양인 거예요. 그래서 원래는 외부 내레이션을 할까도 생각했는데 이 12편을 녹음을 진행하려면 스케줄 상 좀 복잡한 부분이 많이 있어서 저희가 2022년 말쯤 MBC 아나운서국에 협조 요청을 드렸고 다행히 또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저희가 박연경 아나운서랑 김민호 아나운서와 작업할 수 있었어요."

"1인의 삶, 꼭 고시원-원룸으로 점철돼야만 하나"
 

▲ <솔로하우스> 현장 스틸 컷 ⓒ 이주형 제공


- 12편의 미니 다큐를 4부작으로 만든 거죠. 옴니버스 형식이 아니라 다른 형식도 있을 텐데 이렇게 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이번 <솔로하우스>는 저희가 KCA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제작 지원을 받아 OTT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으로 진행이 된 건데요. OTT는 국내 OTT인 왓챠에서 12편을 전편 공개할 계획으로 했었고 그러다 보니까 이 12편 다 독립된 스토리라인 그리고 비슷한 구조로 꾸려가게 됐어요. 물론 TV 버전을 통해서도 이야기의 경중에 따라 충분히 편집할 수도 있죠. 12편이 다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TV 버전으로 편집했을 때 시간상이나 여러 가지 문제로 쳐내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그게 문법상으로는 더 효과적인 전달이 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제가 볼 때는 어차피 이거를 옴니버스라고 공개하고 각자의 편들을 보여주는 게 보는 입장에서는 더 부담이 안 되지 않겠냐는 생각도 했어요."

- 12가지 이야기 섭외는 어떻게 하셨나요?
"일단 처음부터 기획할 때 대략적인 폼은 잡았었고요. 특히 취향 같은 경우는 우리가 솔로하우스 이야기할 때 단순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눈을 끌 수 있는 것도 필요할 거다 싶어서 일단 취미하우스는 처음부터 계획을 했었던 거고요. 로컬은 작가진들 쪽에서는 약간 반대가 있었는데 1인 가구가 아닌 모습들이 좀 나오니까 그거는 제가 꼭 넣고 싶어서 했어요. 공동 주거는 솔루션이 될 수 있는 거에 대한 것이고 그렇게 대부분 자리를 잡고 진행했고 제주나 순천의 캠핑 같은 이야기들이 추후에 점점 구체화되면서 섭외가 됐죠."

- 셰어하우스 비슷한 것도 담으셨던데.
"청운광산 같은 경우 엄밀한 의미로 따지면 셰어하우스의 개념이기는 하죠. 이쪽도 서울시 지원받아서 하는 청년 임대부 주택인데요. 거기 같은 경우 지을 때부터 1인의 삶에 대해서 좀 고민을 많이 하고 지으신 거거든요. 서울 소셜 스탠다드-'삼시옷'에서 진행했는데 이분들은 전문적으로 그런 소셜 주거를 계획 많이 했어요. 그리고 청운광산 같은 경우 처음부터 각자의 방의 모습이 다 다르거든요. 그다음에 공용 공간 자체가 너무 깔끔하게 잘 운영이 되고 있다 보니까 이런 것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런 거였죠. 1인의 삶이 꼭 고시원이나 원룸으로 점철돼야만 하냐는 거죠. 우리가 이런 지원이나 관심을 조금만 더 주면 처음 시작을 안전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누리타운 같은 경우에는 좀 더 독립된 주거가 보장되죠. 재미있었던 건 1층에 복지관이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 케어가 된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항상 전화를 돌려주는 주체가 있더라고요. 안 나오시면 복지관 직원분들이 건강 체크를 하니까 노인 고독사 문제에서 이 입주분들은 자유로워지는 거죠. 다다름 하우스 같은 경우 장애인 비장애인이 같이 산다는 것 자체가 주변에서 볼 때 저거 어떻게 하지라고 하는데 오히려 거기서 사신 분들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엔젤스헤이븐 쪽에서 좀 그런 의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공간이 나오지 않았나 싶었어요."

- 수향씨의 캠핑카가 나오잖아요. 그분은 집이 캠핑카인가요?
"그건 아니고 따로 댁이 있는데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을 캠핑카에 꾸린 거죠. 그래서 거기 나왔던 것처럼 집에서 생활하는 거 외에는 항상 캠핑카에서 자유롭게 생활 하세요. 여행을 많이 떠나시고 실제로도 또 유튜버이시기 때문에 매주마다 그렇게 캠핑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 캠핑카를 집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알거든요.
"처음에는 저희도 아예 캠핑카를 집으로 하는 사람을 섭외할까 했는데 이게 일장일단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사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캠핑카에서 살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는 거냐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렇게 사는 사람도 한 2년을 못 버티는데 그것보다 수향씨의 경우처럼 자기가 정말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을 자기가 원하는 곳에 가서 놀고 쉴 수 있다는 콘셉트 자체가 오히려 더 지금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싶어서 그쪽으로 급선회한 거죠."

"다들 약간 느슨한 연결 정도의 관계 원하더라" 
 

▲ <솔로하우스> 연출한 이주형 광주 MBC PD ⓒ 이주형 제공


- 다큐 마지막 부분 보면 출연자에게 솔로하우스란 뭔지 물으셨더라고요. PD님에게 솔로하우스는 뭔가요?
"제가 생각하는 솔로하우스는 몇 년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기는 싫은 요즘 솔로들이 살고 싶은 공간'이라고 생각하고요."

- 왜 그럴까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많은 분이 이야기한 건데요. 내 공간 안에서 내가 주체적으로 있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을 방치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자기 성장에 대한 자양분을 삼기 위해서는 연결이 돼야 되는데 그런 연결이 예전에 우리가 흔히들 알던 가족이 됐든 직장이 됐든 어떤 집단이 됐든 이런 강한 유대 관계나 협력을 원하는 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같이 연결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고 때로는 한 발짝 떨어질 수도 있고 약간 느슨한 연결 그 정도의 관계를 다들 원하는 것 같아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을까요?
"(1부 내용인데) 제주에서 만났던 서지씨랑 다샤씨 같은 경우 쓰레기 같은 게 안 나오게 하려고 노력한다거나 심지어 재활용된 옷이나 가구를 쓴 걸 보면서 저는 물을 사서 마시면 맨날 페트병 버리는데 이렇게 분리수거 잘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제가 너무 잘못하고 있나란 생각도 들었어요. 촬영하면서 그게 좀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다샤씨 집은 너무 더웠거든요. 에어컨이 아예 없어요. 저희가 7월 말에 집 내부를 촬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에어컨이 없으니까 선풍기를 틀었는데도 너무 더운 거예요. 그 집에 다행히 제습기가 있더라고요. 습기 제거하려고 제습기를 틀었는데 제습기의 습도가 80%예요. 웃겼던 건 그때 그렇게 한 번 더위를 겪고 나니까 서울이나 다른 곳에 가서 촬영하는데 아무리 더운 데 가도 하나도 안 더운 거예요. 근데 재미는 있었어요. 80% 떴을 때가 너무 인상적이었죠."

-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집이 곧 돈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돈을 벌기 위해서 집을 사고 그러다 보니까 4인 기준 아파트가 제일 주목받게 되는데 저희 <솔로하우스>에 나온 집들은 그런 규격화된 집 말고 다른 기준에서 만들어진 집이라는 게 보이잖아요. 그렇게 경제적 이점을 추구하기 위해서 집을 사거나 팔거나 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저희 <솔로하우스> 같은 영상을 보면서 정말 나한테 필요한 공간은 어떤 거고 무슨 공간이 필요한 건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연출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흔히 우리가 생각할 때 솔로라고 하면 왠지 고집스럽고 자기밖에 모를 것 같은 이미지가 있죠. 촬영하면서 느꼈던 건 뭐냐면 다들 정말 각자의 고집스러움이 있는 건 맞아요. 근데 이게 고집이라는 게 남에 대해 완고한 게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 자신이 정해놓은 어떤 룰에 대해서 타협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런 게 되게 인상적이었고 시청자들도 저희 12편의 <솔로하우스>를 통해서 나만의 공간이 갖는 매력에 대해서 한번 느껴보시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난 3년 동안 제가 공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계속해왔는데요. 해를 거듭하면서 저도 나름대로 시행착오가 있어서 그런 실수를 줄이고 제작 스태프들과 소통을 더 늘릴 수 있게 하려고 다양한 시스템을 많이 만들어봤어요. 왜냐하면 이번에는 12편이나 되다 보니 제가 모든 걸 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할 수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정확하게 분업하고 분업이 돼서 나온 결과물들을 제가 최종 감수하는 시스템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게 3년 동안 가꾸다 보니까 올해가 가장 잘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제작 방식이 나중에 제가 다음 연출할 때 큰 자양분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이제 공간 아이템 제작을 마무리하게 됐는데요. 그동안 저와 함께 해온 작가분들과 디지털 에디터분들 그리고 저희 촬영 감독과 신입 조연출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말씀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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