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김기현 "의원 확대? 안건으로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

정개특위 결의안, 3일 만에 번복 모양새... "비례성 확보, 지금도 돼 있지 않느냐" 반문도

등록|2023.03.20 10:41 수정|2023.03.20 10:42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안은 아예 안건으로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국민의힘이 의원정수 확대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편에 강하게 반발했다. 단순히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회 전원위원회에 해당 안건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3일 만에 판을 뒤집는 듯한 모양새이다.

지난 17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논의의 틀'을 마련하겠다며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제안한 3가지 안을 그대로 채택한 것. 이 중 두 안은 의원정수 50명 확대가 포함되어 있고, 세 번째 안은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중대선거구제를 일부 도입해 지역구 의원수를 줄이는만큼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는 방향이다(관련 기사: 정개특위, 19년 만에 열리는 국회 전원위에 '선거제 개편안' 올린다 https://omn.kr/234s1 ).

소위에서 해당 안건들을 결의해 정개특위 전체회의에 올린 것은, 자문위 안을 중심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원위원회에서 같이 논의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논의에는 국민의힘도 참여했다. 소위원장으로써 의사봉을 두드린 게 국민의힘 소속 조해진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도 함께 만들어 온 큰 틀의 합의를, 당 지도부가 나서서 3일 만에 깨는 셈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중 정개특위 위원들과 만나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지도부가 정개특위 소속 위원들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이다.

"우리 당의 뜻과 다른 내용들이 통과됐다... 경위 파악 중"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의원 정수는 절대 증원시키지 않겠다"라고 못을 박았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안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그 근본 취지는 민주당이 앞장서서 비틀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국적 불명, 정체불명의 제도를 정상 제도로 바꿔놓자는 것에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현행 선거법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라면서도 "그 틈을 이용해 느닷없이 의원 수효를 증원시키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 당은 어떤 경우에도 의원 수효가 늘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안은 아예 안건으로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는 이야기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결의를 두고 "전혀 우리 당의 뜻과 다른 내용들이 통과됐다"라며 "의원총회에서 '의원정수는 전혀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지금 소선거구제에 문제가 있으니, 가급적 중대선거구제로써 진영 대결의 정치를 지향하는 쪽으로 선거제도를 바꿔보자'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50석을 늘리는 안 두 개를 넣어서 통과시켰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금 이따가 정개특위 위원 전체를 소집해서 그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며 "전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우리 당의 뜻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반복했다. "지금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고치는 데는 확실히 뜻을 (같이) 하지만, 그 방법으로 의원정수를 늘리는 꼼수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고, 허용하지도 않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김기현 "비례성 확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정작, 김기현 대표는 '비례성 확대'를 위해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사이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자문위의 안의 방향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김 대표는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비례성 확대란 게 뭐냐? 지금도 비례성이 확대되어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렇게 막연하게 '비례성 확대'라고 하면, 해석을 자기 마음대로 할 것 같다"라며 "비례성이란 게 인구비례도 있고, 지역비례도 있는 것이다. 지역별 민심도 반영해야 하고, 인구별 민심도 반영되어야 하고, 그래서 그 비례성이 확보가 되어서 지금 선거제도가 만들어져 있는 것인데, (자문위 안의) 비례성 확보라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라고 답했다.

'비례성 강화' 혹은 '비례성 확대'는 현행 선거구제 개편안의 핵심적인 방향으로,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계에서도 꾸준히 주장해 온 내용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자문위를 통해 제안한 3가지 안건 모두 비례대표 의원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과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수를 2:1 비율로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막상 집권 여당의 대표가 정치개혁 논의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