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월급 절반 깎자" 이탄희가 도발한 이유
[스팟 인터뷰] "선거제 개혁의 진정성 의심받아... '원래 필요한 일' 해야 오해 없다"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도발적인 제안을 던졌다. 국회의원 세비를 무려 50%나 대폭 삭감하자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세비, 절반으로 줄이자"며 "2021년 기준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소득은 연 6415만 원, 국회의원 세비는 연 1억 5500만 원, 월평균 1285만 원이다. 가구당 평균소득에 맞추자"고 썼다. 그는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국민의 생활감각으로 의정활동을 하자"며 "'세비 절반' 먼저 국민 앞에 약속하고, 그 다음에 국회의원 정수 논의에 들어가자. 그래야 국민의 마음을 열고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불과 사흘 뒤 "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안은 아예 안건으로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김기현 대표)"고 돌변했다. 22일 열리는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현재 안을 그대로 처리한다면 세 가지 안을 놓고 전체 의원들이 토론할 전원위원회에 불참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놨다. 결국 여야는 '숫자는 빼고' 정개특위에서 결의안을 처리, 전원위에 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 결의안들은 논의의 출발지일 뿐이다. 도착지가 어떤 모습일지도 아직 미지수다.
그런데 선거제 개혁을 심도 있게 논의하려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의제다. 전문가들은 줄곧 '표 받은 만큼 의석을 나눈다'는 비례성을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지역구 숫자를 줄이기 어려우니 전체 숫자를 키우자고 주장해왔다. 정개특위가 외부기관에 의뢰한 '정치개혁 국민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막연한 의원 정수 확대에는 강하게 반발했지만(비동의 57.7%-동의 29.1%), '선거제도 개편'이란 목적이 있을 경우 좀더 마음을 열었다(동의 34.1%).
이탄희 의원도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민들에게 '정치개혁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징벌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 선거제 개혁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원래 필요한 일'을 '반드시 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세계적으로도 과도하다"며 "그러면 국민들의 생활감각과 동떨어진다. 부자만 대변하는 의정활동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이 마음 열어야... 국회의원 징벌하자는 게 아니다"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남소연
- 국회의원 세비를 50% 삭감하자고 주장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평소 소신이었다. 또 어제 기자회견에서 제가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가 낸 선거법 개혁안 세 가지에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가 포함되지 않은 채 정개특위에서 의결되면 국민들이 선거법 개혁 논의의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라고 우려하지 않았나. 그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 평소 소신을 더 적극적으로 다시 한 번 밝혔다."
- 한국 의원들의 임금 수준이 과도하다고 보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도 과도하다. 2022년 기준으로 국회의원 세비는 1년에 약 1억 5500만 원이고, 월 평균 1285만 원이다. 국민 1인당 GDP의 세 배가 넘는다(2022년 1인당 GDP 잠정치 4220만 원 기준으로는 약 3.7배 - 기자 주). 제가 알기로는 국회의원 세비가 1인당 GDP의 세 배가 넘는 나라는 드물다. 일본도 예전에는 1인당 GDP 대비 세 배가 넘었는데 지금은 두 배 수준이다.
이런 문제의식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 평균소득보다 지나치게 많은 세비를 받게 되면 생활 수준이 많이 차이 나고, 그러면 국민들의 생활감각과 동떨어진다. 결국 부자만 대변하는 의정활동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가스비가 오르면 그 압박을 직접 느끼는 경우와 아닌 경우가 다르다. 또 주69시간을 일한다면, 포괄임금제로 고통받던 사람들은 더 고통받지 않나. 그러면 '공짜야근'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있다."
- 판사 시절과 비교해봐도 국회의원이 많이 받는가.
"적어도 제가 판사 시절 받는 것보다는 많이 받는다(대법원의 '법관의 보수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2023년 2월 24일 기준 대법원장 월급이 1242만 8200원, 대법관 880만 2700원, 초임 판사는 334만 9800원 - 기자 주).
- 다른 의원들이 '50% 삭감'에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비 삭감 문제의 필요성, 범위 등을 두고) 개개인의 편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원래 필요한 일이었다. 또 지금 선거제 개혁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원래 필요한 일'을 '반드시 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선거 개혁을 이야기해야 국민들의 오해가 없고, 논의가 생산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
- '국회의원들은 돈만 많이 받고 일 안 한다'는 또다른 정치혐오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까도 말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평균 소득보다 지나치게 많이 받는 건 국민들의 생활감각과 동떨어진 의정활동을 낳는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들을 징벌하자는 게 아니다."
▲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이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선거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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