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보복, '검사 독재' 전형"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일갈
[권력에 고발당한 기자들⑤] 검사 출신 권영빈·판사 출신 서기호 "권력의 언론 감시, 상식 벗어나"
윤석열 정부에서 권력을 비판한 기자가 고발을 당했다는 소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이 직접 고발에 나서고,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권력기관의 고소고발로 인해, 고초를 겪는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울러 비판 언론을 수사로 입막음 하려는 권력은 정당한가를 묻는다.[편집자말]
▲ 한동훈 법무부 장관 스토킹 혐의 '더탐사' 취재진 경찰 출두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고소된 '시민언론 더탐사' 소속 기자와 PD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법무부 장관 측은 지난 9월 28일 퇴근길에 '더탐사' 취재진에게 자동차로 미행당하는 등 스토킹 피해를 당하였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었다. ⓒ 연합뉴스
언론사 기자에 대한 권력기관의 명예훼손 고발전에 대해 검사·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부적절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권력기관이 직접 고소·고발을 벌이는 의도는 언론인 당사자에게 심적 압박감을 줘서 과거 청와대 하명수사와 비슷한 '압박'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마이뉴스>는 대구지방검찰청과 광주지방검찰청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고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내곡동 특검에 참여한 검사 출신 권영빈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판사로 근무하고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상록)에게 '권력기관의 언론사 고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권영빈 변호사는 "권력기관의 언론사 기자 고소·고발이 반드시 유죄를 얻어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의심이 든다"면서 "언론이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데, 거꾸로 권력이 언론을 감시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건 상식을 벗어난다"고 꼬집었다.
권 변호사는 이런 형태의 사건은 담당 경찰, 검사가 수사를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권 변호사는 "대통령이나 주요 고위직에 대한 사건은 중요 사건으로 분류되고, 검찰의 경우 검찰보고사무 규칙에 따라 윗선까지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며 "만약 보고가 소홀했다면 질책당하거나, 승진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사관의) 자발성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언론 더탐사> 등 일부 언론사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십여 차례 이상 발부되는 것을 두고 서기호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판사가 영장 심사를 꼼꼼히 해야 하는데, 영장 담당 판사들이 검사화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언론사 기자조차도 저렇게 당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냐,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영빈 변호사] "권력이 언론을 감시, 상식 벗어나"
▲ 권영빈 변호사 (자료사진) ⓒ 이희훈
-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이 나서서 비판 기사를 쓴 언론사 기자에 대한 고소·고발을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고 있나.
"대통령실의 경우 대통령을 보좌하는 행정기구다. 대법원 판례도 국가기관은 명예훼손 대상이 안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고발전이 반드시 유죄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심이 든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데, 지금은 권력이 언론을 감시하고 있다.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 과거에도 권력기관의 의도 대로 수사가 이뤄진 일이 있지 않았나.
"예전 정권에서도 청와대 하명 수사라는 것이 있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수사기관에 수사 거리를 던져주는 것. 이런 하명수사의 형식을 회피하면서, 사실상 하명 수사를 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기관의 위력이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선 하명 수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또 지금 정부가 적어도 검찰과 경찰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시키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할 거라는 기대가 있다. MBC의 대통령 비속어 보도의 경우, 제대로 판단하면 수사 기관이 각하해야 하는데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 잘 보여야 하니까."
- 그런 측면에서 수사기관에선 아무래도 수사를 더 강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검찰은 검찰보고사무규칙이 있다. 사회적 이목을 끌만한 중대한 사건이나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사건이라면 윗선에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고소·고발을 했는데, 그런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면 엄청난 질책을 받는 것은 물론 인사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거다. 이런 사건은 일반 고소·고발 사건과 다르게 취급될 수밖에 없다. (수사 담당자 입장에선 수사를 열심히 해야 할) 자발성이 극대화되는 거다. 이렇게 수사를 해야 하는 과정에서 과잉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결국은 재판까지 가서 치열하게 진실을 다퉈보려는 의도보다는 언론사 입막음 효과를 노린다는 얘기라는 것인가.
"대통령실이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서 현재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120%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재판 결과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검찰이 기소를 할 수는 있지만 법원에 가서는 무죄가 날 가능성이 아주 많다. 그렇게 권력기관이 언론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언론을 길들이고 싶어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예전 이명박 정부 때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로 언론이 위축된 것과 비슷하다. 개인적으로는 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된 <더탐사> 측에 대해 압수수색까지 한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거침입 혐의에 압수수색을 할 필요가 있을까."
- 언론에 대해 수사로 대응하는 권력은 정당한가?
"정당하지 않다. 권력기관이 고소·고발 명분으로 삼는 명예훼손의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부분 만이라도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서기호 변호사] "권력기관이 수사권으로 하는 보복"
▲ 서기호 변호사 (자료사진) ⓒ 이희훈
- 비판 언론에 대한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의 고소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여러 건들이 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MBC의 대통령 미국 순방 당시 비속어 보도에 대한 수사가 제일 황당했다. 대통령은 공직자 중에서도 누구보다 업무 수행과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 이 보도는 누가봐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가권력기관의 최고 책임자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거다. 그런 부분에 대한 언론 보도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명예훼손죄는 사람에 대해서만 성립하는 거라서 공직자 개인을 내세워서 고소 고발을 하는데,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도 (법원에서) 엄격하게 판단한다."
- 권력기관은 명예훼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한다면 이 부분은 인정이 될 수 있는 건가?
"공직자 개인에 대해 명예훼손죄가 무조건 안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주 엄격한 조건 하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판례에서도 그런 기준을 제시한다. 언론 비판이 공직자의 사적 영역에 해당되는 성격이 강하고,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리적 공격인 경우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공적 사안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요건에 해당되는 것은 찾기 어렵다. 또 재판 실무상 언론 보도에 대한 공직자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 권력기관이 고소·고발의 주체가 돼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를 하고, 그러면 수사기관이 아주 신속하고 치밀하게 수사를 한다.
"'검사 독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과거 군사독재와 비교해 보면 군사독재의 경우는 무력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형태를 취했다면 검사 독재 정권 안에서는 수사권으로 보복을 하는 거다. 비판 언론에 대한 권력기관의 보복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도 심각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 '언론사 기자조차도 저렇게 당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냐' 이런 생각이 퍼지면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 <시민언론더탐사>에 대해선 수십여 차례 수사 기관의 대대적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에 이렇게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인데, 어떻게 보나?
"영장 심사를 담당하는 영장전담 판사제도가 있다. 수사기관이 청구하는 영장에 대해 판사의 전문적인 판단을 구하고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려고 만들어진 제도인데, 단점이 있다. 오랫동안 영장만을 심사하다보니 담당 판사가 검찰의 입장에 동화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엄격하게 피의자 권리 보장도 감안하면서 기각을 할 수 있지만, 반복되면 수사기관 입장에서 이런게 필요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기준이 조금 완화되는 측면이 있다."
- 언론사 기자를 고발하는 권력, 정당하다고 볼 수 있나.
"그렇지 않다. 굳이 대법원 판례를 들지 않아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상식적으로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라는 측면에서 보면 권력기관은 이렇게 대응해선 안 된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권력기관의 정당한 권력행사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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