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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대 CCTV 녹화본, 홍보에 쓴 재수학원... 개인정보법 위반 논란

일산 대형학원, 학생 동의 없이 '밀착관리' 홍보에 활용한 혐의...경찰 수사 착수

등록|2023.03.27 16:49 수정|2023.03.27 16:49

▲ CCTV를 활용해 학생관리를 시연 중인 학원홍보 원본영상 캡처이미지 ⓒ 고양신문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유명 대형재수학원이 원내 자습실 CCTV를 홍보용으로 활용한 것과 관련해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학원은 자습실에 설치된 32개의 CCTV로 학원 상황실에서 학생들을 관찰하며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CCTV 영상을 학생 동의 없이 자사 홍보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동안 학생지도와 관리라는 명목하에 자연스레 학생 개인정보 권리를 침해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경찰은 A재수학원에서 CCTV를 학생 감시목적으로 남용했다는 신고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A학원은 지난해 자습실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의 모습을 CCTV로 녹화해 '리얼 밀착관리'라는 자사 홍보 영상으로 업로드한 바 있다.

영상에는 '자습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32개의 화면'이라는 자막과 함께 공부 중인 학생을 CCTV의 확대 기능을 활용해 클로즈업한 뒤 태블릿으로 무슨 영상을 보고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시범 장면도 포함돼 있었다. 홍보 영상은 현재 모든 동영상 플랫폼에서 내려진 상태다.

해당 홍보 영상에서 생활조교는 학생 태블릿을 확대하며 "지금 여기 같은 경우, 이 친구가 인터넷 강의를 보고 있죠. 그래서 유튜브 영상 같은 인터넷 강의가 아닌 것들은 다 보이게 되거든요. 그런 것들을 체크해서 벌점을 부여합니다"라고 언급했다. 분원인 A학원뿐만 아니라 본원 또한 CCTV 관찰로 학생들을 엄격히 관리한다는 점을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체계적인 밀착관리로 '대학합격증'을 쥐어준다는 것이 이 학원의 핵심 캐치프레이즈다.

<고양신문>이 입수한 원본영상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제한)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법령의 제1항에는 '다음 각 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를 설치·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제1항이 인정하는 경우는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통단속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통정보의 수집·분석과 제공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총 5가지다. 학원 측에서 주장하는 '학생지도를 위한 CCTV 관찰'은 앞의 5가지 경우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추가로 A학원의 CCTV 운용은 동일 법령의 제5항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기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아니 되며, 녹음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원 측에서 신입생들에게 제공한 개인정보수집·활용동의서에는 CCTV·액션캠은 '안전사고 및 도난 사고 예방을 위한 영상자료(자체운영)'로만 사용할 것이라 명시돼 있다. 따라서 1항의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와는 다른 목적으로 CCTV를 사용했기에 해당 법령에도 저촉될 수 있는 셈이다. 영상 내에서 확대 기능으로 장치를 조작해 특정 학생의 태블릿 PC를 비춘 점 또한 위반사항이 될 여지가 있다.
 

▲ (위) 학원 측에서 교부한 '개인정보 수집·활용 동의서' 일부, (아래) 학원 측에서 교부한 '홍보·마케팅 활용 동의서' 일부 ⓒ 고양신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제보자의 설명과 원본 홍보 영상만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여러 정황을 봤을 때 학원의 CCTV 운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제 25조 중 제1항, 5항, 6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의 신고자 B씨는 "학원 측이 CCTV를 이용해 감시를 지속적으로 행한 바가 있다"며 "해당 CCTV 영상의 녹화본을 모든 학생의 동의 없이 홍보에 무단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이 학원에서 배포하는 홍보·마케팅 활용동의서의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에 CCTV 녹화영상은 포함돼 있지 않다. 즉 홍보 영상에 등장한 수십 명의 학생들에게 CCTV 녹화본 활용에 대해 일일이 사전 동의받지 않았다면 이 또한 학원 측의 개인정보 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씨의 주장과 CCTV 감시에 대해 학원 측은 "현재로선 상세히 모두 답변 드리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접수와 현장 조사 완료 후 일산동부경찰서에 인계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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