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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계절근로자 이탈 0%... 홍천군의 비결은

[인터뷰] 신영재 강원 홍천군수 "브로커 개입 차단하고 농가와 계절근로자 소통 지원"

등록|2023.03.29 14:23 수정|2023.03.29 14:26
한 방송사가 2021년 한국에 온 외국인 계절근로자 중 근무지를 이탈해 미등록 체류자가 된 비율이 '56%'라고 보도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어가에서 농번기에 필요한 일손을 충당하는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됐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도의 부작용으로 지난해 전라북도에 입국한 1006명의 계절근로자 가운데 321명이 이탈했고 강원도에서도 2951명의 입국자 가운데 410명이 무단이탈했다. 계절근로자 이탈이 많은 몇몇 도시들은 법무부로부터 패널티를 받아 올해 계절근로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런데 강원도 홍천군은 달랐다. 지난해 계절근로 사업을 위해 545명이 입국했는데 단 1명의 무단이탈도 없이 모두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계절근로사업으로 전국의 농업도시들이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다양한 정책으로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신영재 홍천군수를 지난 27일 군청에서 만났다.
 

▲ 신영재 홍천군수 ⓒ 홍천군


-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의 현실이 어떤가요?

"급속한 노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농촌에서는 농작물 가격에 비해 인건비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인력의 수급과 합리적 인건비로 농촌의 일손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는 현재 농촌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력입니다."

- 지자체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데려오는 데에는 3가지 방법(외국인근로자 수급방식)이 있지요. 홍천군은 어떤 방식을 사용하고 있나요?

"홍천군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 기초지자체와 업무협약(MOU) 체결방식 ▲결혼이민자의 본국 가족 초청 방식 등 2가지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2년도에는 MOU를 통해 501명, 지역 결혼이민자 가족초청을 통해 44명을 모셔와 총 545명의 계절근로자를 운영하였습니다."

- 해외 지자체와의 MOU를 통한 계절근로자 수급방식의 경우 중간에 브로커가 개입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습니다. 홍천군은 어떤가요?

"홍천군은 2009년부터 필리핀의 산후안시와 우호교류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2017년부터 이 산후안시에서 계절근로자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호간의 충분한 협의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홍천군는 필요한 인력을 제공 받고, 산후안시는 풍부한 노동력을 수출해 지역 경제발전에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홍천군은 처음부터 제3자인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고 계절근로사업을 운영해 많은 지자체에서 홍천군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계절근로자 제도의 난제 '브로커 개입'

'브로커 개입'은 계절근로자 제도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계절근로제도를 운영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상담과 접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는 결혼이민자 모국 가족 초청 방식보다 해외 지자체 MOU방식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와 국내 지자체 사이에서 MOU를 성사시킨 브로커는 계절근로자 도입의 전권을 가지고 입국 단계에서 수백만 원의 보증금과 수수료를 받거나 입국 후에는 일부 임금을 착취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계절근로자로 입국하면 최대 5개월 일하는 것이 전부인데 이미 수 백 만원의 비용을 지출한 계절근로자는 무단이탈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 그래도 홍천군이 지난해 도입한 545명의 계절근로자 중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사업을 마무리한 것은 놀랍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먼저 산후안시에서 철저한 면접을 거쳐 우수한 계절근로자를 선발합니다. 이후 홍천군에 온 뒤에는 농가주와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이에 의사소통으로 인한 불편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 필리핀 결혼이민자를 언어소통 도우미로 배치합니다. 홍천군은 농가와 근로자의 오해가 발생하면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현장을 방문해 민원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선발과 브로커 개입 차단, 농가와 계절근로자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비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권상경 농촌인력지원팀장(왼쪽)과 유진수 농정과장(가운데)과 함께 올해 계절근로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신영재 홍천군수(오른쪽) ⓒ 송하성


- 계절근로자가 홍천군에 체류하는 동안 특별한 행정지원을 하는 것이 있나요?

"올해 계절근로자들께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산후안시에 '홍천-산후안 세종학당'을 개원했습니다. 계절근로자를 위한 특별반을 통해 이분들이 한국의 기본예절과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홍천에서 쉽게 적응하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추진하는 K2H프로그램을 통해 산후안시 공무원을 초청해 필리핀 계절근로자의 관리를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공무원과 함께 하면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되는 것이고, 홍천군의 입장에서도 계절근로자 관리가 한층 효율화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계절근로자를 위한 긴급의료지원도 중요합니다. 2019년에 계절근로자가 입국 3일 만에 온열질환 증세로 쓰려져 헬기로 긴급 후송해 목숨을 구한 사례가 있습니다. 2022년에는 다른 계절근로자가 입국 2주 만에 간농양으로 긴급치료를 받고 목숨을 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병원비입니다. 홍천군은 필리핀 지자체에서 선별해 파견한 계절근로자의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전국에서 최초로 계절근로자를 위한 긴급의료비를 예산에 편성하고 있습니다."
 

▲ 지난 3월 6일 필리핀 산후안시를 방문해 원활한 계절근로사업에 대해 협의한 홍천군방문단 ⓒ 송하성


- 이번에 계절근로와 관련해 필리핀 3개 도시를 방문하셨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홍천군방문단은 3월 6일부터 10일까지 필리핀 바탕가스주의 산후안시 외에도 로사리오와 산호세시를 방문했습니다. 기존에는 산후안시에서만 계절근로자를 도입했는데 2개 도시를 추가해 도입처를 다변화하기로 했습니다.

세 개의 도시는 홍천군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고 공통적으로 더 많은 수의 계절근로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홍천군은 앞서 말씀드린 세종학당 설치 등 이들 도시와 국제교류와 협력을 다져나가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급을 통해 계절근로 프로그램이 모범적으로 안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계절근로자 도입에 지역 항공사 '플라이강원'과 협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올해 홍천지역에는 산후안시로부터 550여 명, 산호세시티로부터 197명, 로사리오시로부터 65명 등 800명이 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할 예정입니다. 추가인원까지 더하면 900명이 넘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면 입국 후 홍천까지 2시간 이상 장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홍천군은 플라이강원과 간담회를 갖고 오는 4월 입국하게 될 계절근로자들이 지역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을 이용해 지역공항인 양양공항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논의했습니다. 플라이강원을 이용할 경우 계절근로자의 항공료 절감은 물론 강원 지역경제 선순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현행 계절근로제에 개선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한국에 오는 계절근로자는 최대 5개월간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가에서 농작물을 파종하고 수확하는 데 5개월 내에 다 끝나는 일은 드뭅니다. 계절근로자들이 와서 하던 일을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체류 기간을 수개월 더 늘린다면 농가에도 큰 도움이 되고 계절근로자도 조금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홍천군에서 계절근로사업에 참여하는 계절근로자와 농가에 한 말씀해 주신다면?

"홍천군은 필리핀에서 홍천으로 일하러 오는 계절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5개월 동안 홍천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농가와 계절근로자 간의 원만한 의사소통을 지원할 것입니다. 농가주 여러분도 홍천에 일하러 오는 필리핀 계절근로자들에게 따뜻한 언어를 사용하며 가족같이 대해주시기 당부드립니다. 홍천군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하는 신영재 홍천군수(오른쪽) ⓒ 홍천군청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외국인주민을 위한 정보매체 파파야스토리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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