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 동남아시안게임 자국민 무료입장 발표

25~50달러 경기 입장료 "너무 비싸 못 사겠다" 국민 분노에 화답

등록|2023.04.01 11:19 수정|2023.04.01 11:19

▲ 오는 5월 개최 예정인 제32회 동남아시안게임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는 반발에 밀려 자국민 입장료 무료를 공식 발표한 캄보디아 훈센 총리. ⓒ 박정연


지난 3월 30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훈센 총리는 오는 5월 개최되는 제32회 동남아시안게임 입장권을 모든 캄보디아인에게 무료 제공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일명 'SEA ​​게임'으로도 불리는 동남아시안게임 티켓 판매 발표 직후 입장료 가격과 관련해 국민들이 분노하자, 총리가 서둘러 진화에 나서면서 국민을 달랜 것이다.

최근 광고에 따르면, 경기 입장료는 미화 25~50달러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 비싸 도저히 살 수 없다고 불평하였고, 또 상당수는 티켓을 사지 않겠다고까지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훈센 총리는 이날 대국민 음성 메시지를 통해 총리 자신이나 캄보디아조직위원회(CAMSOC) 위원장인 띠어 반 국방장관 등 그 어느 누구도 티켓 판매를 공식적으로 승인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훈센 총리는 국가가 지역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기다려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이 행사를 조직하기 위해 그동안 수백만 달러를 썼고 수년을 보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국민들에게 표를 팔 수 있는가? 또 (입장권 판매로) 얼마를 받을 수 있나?"라고 물었다.

총리는 국민들의 동남아시안게임 무료 입장은 개회식과 폐회식은 물론이고 모든 스포츠 종목이 포함된다고 발표하고 자신의 권고와 다르게 행동하는 단체나 공무원들은 "총리와 법"에 대해 응당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캄보디아올림픽위원회(NOC) 밧 짬로운 사무총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훈센 총리 각하의 적극 추천에 따라 SEA 게임 개막식과 폐막식은 물론이고 모든 스포츠 경기 행사는 자국민 입장을 무료로 허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금년 5월 제32회 동남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캄보디아 모로독 테쪼 주경기장의 외부 전경. (지난해 12월 촬영) ⓒ 박정연


동남아시안게임은 대회가 시작된 지 64년 만에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최대 스포츠 축제다. 하지만 대회 준비 과정에서 그동안 크고 작은 잡음이 일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동남아 인기 격투 스포츠이자 태국의 전통무예인 '무에타이'가 명칭 갈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개최하는 캄보디아가 "무에타이는 캄보디아가 위치한 크메르 지역의 문화에서 유래했다"며 무에타이 종목명을 '쿤 크메르'(크메르의 무술)로 일방적으로 바꾼 것이 화근이 되었다. 무에타이 종주국을 자처해온 태국이 이에 발끈해 '동남아시안게임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한 것이다.

태권도 역시 예상치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F) 주관 태권도 종목 외에 북한이 그동안 주도해온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종목을 정식 경기에 끼워 넣으려다 논란이 되자 급히 취소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 중국정부의 무상원조로 건설된 모로독 데쪼 주경기장 내 관중석 모습. ⓒ 박정연


동남아시안게임은 1959년 태국 방콕 개최를 시작으로 아세안 11개국에서 2년마다 번갈아 열리는 대회다. 지난 2021년 베트남 주최 대회는 코로나로 인해 1년 연기된 지난해 3월 개최된 바 있다.

동남아의 더운 날씨를 감안해 역대 동남아시안대회들은 대부분 건기에 접어드는 9~12월 사이 개최해왔으나, 올해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제32회 대회는 연중 가장 무더운 5월로 앞당겨 개최될 예정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일부 현지 정치전문가들은 38년째 '철권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훈센 총리가 오는 7월 예정된 총선에서 마지막 연임에 도전하는 가운데 선거 직전에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스포츠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선거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38년째 철권통치자인 훈센 총리의 뒤를 이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 장남 훈 마넷 장군의 모습(오른쪽).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최근 4성장군으로 진급했다. ⓒ 박정연


지난 1985년 34살 세계 최연소 총리로 취임해 38년째 장기집권해온 훈센 총리는 사실상 군 최고사령관이자 최근 4성 장군에 오른 장남 훈 마넷에게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의사를 지난해 공식 밝힌 바 있으며, 이에 집권당과 정부 각 부처 장관들도 일제히 지지 성명으로 화답한 바 있다.

삼랭시를 비롯한 야당 지도자들이 수년째 해외 망명 생활을 이어가는 등 무기력한 야당의 모습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진 가운데, 현재 분위기로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훈센 총리가 이끄는 인민당(CPP)의 압승이 예상된다.

한편, 개막식과 폐막식, 축구와 육상 경기 등이 열리는 모로독 데쪼 주경기장은 중국의 무상원조로 건설되었으며, 제32회 대회는 5월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태권도와 축구, 주짓수, 세팍 타크로, 크메르 전통무술인 보카토 등 38개 종목에 걸쳐 총  608개 경기가 17일까지 열리며, 뒤를 이어 제12회 아세안 장애인게임이 6월 3일부터 9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