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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8번 모아 하루 연차? 당신만 모르는 회사의 법

취업규칙 직원복무규정 확인하면 무리한 요구도, 당황할 일도 줄어

등록|2023.04.05 21:52 수정|2023.04.06 15:11
모든 세대의 직장인이 복잡 다난한 세상에서 힘들게 살고 있다. 요즘 세대들은 낡은 세대가 못마땅하기 그지없고, 기성세대들은 요즘 세대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서로 원칙을 고수하면 융통성이 없다고 욕먹고, 배려를 선보이면 이를 당연시해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난처한 일들

직장생활 관련 에피소드 기사가 많이 쏟아져 나온다.

한 기사에는 이전 팀장은 오후 반차를 내면 점심시간에 보내줬는데, 지금 팀장은 정해진 시간을 지키라고 해서 여행 기분을 망쳤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근무를 기준, 오후 반차는 1시 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팀장은 원칙을 지켰는데 팀원 기분을 망친 사람으로 뉴스에 등장했다.

한 기사는 재택근무가 사라져 사무실에 출근하니 상사 눈치가 보이고, 상사가 면전에서 잘못을 지적하는 게 스트레스라 정신과 상담을 고민하고 있다는 직장인의 사연을 전했다.

과연 상사만의 문제일까? 이는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일 수도 있지만, 직원의 근무태도 불량이나 직무 태만 때문일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한 장면영화 속 MK ENT는 대표 ‘차민규’(설경구)는 자신이 정한 '3가지 원칙'만을 고수한다. ⓒ 넷플릭스


이렇듯 요즘은 어느 한쪽만 힘들거나 잘못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시대다. 다양한 세대가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으니, 잦은 마찰과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쉴 새 없이 발생하곤 한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퍼져나간 내용을 다룬 신박한 기사 하나가 온라인을 달궜다. 한 신입사원이 8일 동안 점심시간에도 일했으니 연차 하루를 달라고 요구한 사건이다.

"본인이 계약한 근로계약서에 점심시간 모아서 연차로 쓸 수 있다는 규정 있는 거 아닌 이상 회사는 직원이 점심시간에 밥 제대로 먹고 제대로 쉬고 오후 일 잘하는 게 이득인데, 휴가를 달라니 누가 점심시간에 안 쉬고 일하랬나?"
"규정에 없다고 안 된다고 하고, 니가 나가서 회사 차려서 그런 규정 만들라고 해라."
"참 창의적인데 그런 건 상호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점심시간에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연차 요구하는 건 어떤 계산법일까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신입 직원을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고, 회사의 규정을 미리 알아보고 행동했어야 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비슷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여직원이 점심시간도 없이 한 달을 일하고 그만둔다며 그동안 점심시간에 일한 비용을 정산해 달라고 했다는 글도 있다.

친구네 회사에서의 일이다. 야근하는 직원들이 식사하러 가는 길에 퇴근하는 후배에게 '저녁 먹고 갈래?'라고 물었다. 식사만 하고 퇴근한 후배는 다음날 한 시간 추가 근무를 올렸다. 상사가 권유해서 저녁을 먹었다는 이유였다.

한 친구가 처음 팀장을 맡아 저녁 회식을 했다. 다음 날 직원 두 명이 3시간 추가 근무를 올렸다. 팀원들이 회식도 야근으로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에 놀라 그 뒤로 저녁 회식을 없애고, 환영회나 송별회 등의 식사 자리도 모두 점심시간으로 대체했다.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데, 회사에서 시대에 맞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니 벌어지는 일들이 아닐까.

당신이 모르는 회사의 법

요즘 직장인들은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8일 동안 점심시간에 근무한 8시간을 모아 연차를 요구한 신입사원이 상사를 골탕 먹이려거나 분노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취업하면 직원들은 근로계약서를 쓴다. 이로써 <취업규칙>을 지켜야 할 의무가 생긴다. <취업규칙>이란 근로계약에 적용되는 임금이나 근로일자, 근로시간 등의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을 사용자(기업)가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은 규정이다.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 공통으로 적용하는 사내규정 등을 말한다.

<취업규칙>에는 근로계약, 복무 의무, 출근, 결근, 지각·조퇴 및 외출, 배치, 전직, 승진, 휴직, 근무형태, 근로시간, 연차휴가, 임금의 구성항목, 임금의 계산 및 지급방법, 상여금지급, 퇴직 및 퇴직일, 해고, 정년, 징계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취업규칙>의 상세 내용에는 직무에 임하는 직원이 지켜야 할 사항을 기록한 '직원복무규정'이 포함돼 있다. 직원복무규정에는 수십 가지의 임직원 징계사유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직원복무규정이 바로 직장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회사의 법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사팀 직원 외에 이러한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직원은 별로 없다. 관리자가 된 후에 선배의 조언을 받아 회사 직원복뮤구정을 살펴보게 됐고 많은 걸 배웠다.

아는 게 약인 시대
 

갈등회사에서 직원복무규정을 잘 지키면 상사와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 Pixabay


요즘 세대는 명확함을 추구한다. 명확함이 결여된 업무지시에는 '3요'(제가요? 이걸요? 왜요?)를 무기 삼아 기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사가 개인적인 일을 시킨 게 아니라면 이는 (회사의 규정에 따라 다르지만) '회사의 지시, 명령 및 상사의 명령에 불복종한 경우'에 해당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로 징계를 내리는 상사는 거의 없다. 모두가 관대해서가 아니다. 이러한 규정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점심시간을 모아 연차를 요구한 사건을 비롯해 직장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는 모두가 회사의 복무규정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적극적으로 직원복무규정을 전파해야 한다. 그래야 상사와 직원들이 사소한 일로 얼굴을 붉히며 감정을 소모하거나, 피해를 보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출근 시간에 대한 갑론을박을 예로 들자면, 젊은 세대는 대부분 9시가 출근 시간이니 9시까지만 회사에 도착하면 된다고 여긴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직원복무규정에는 "시업시각 전에 출근하여 시업시각에는 업무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여론의 갑론을박에 상관없이 이 회사에 다니는 이들은 이를 지켜야 한다.

반차 사용 기준도 회사 내규 및 취업 규칙에 따라야 한다. 회사에서 반차의 기준과 시간을 명시한 취업규칙을 규정했다면, 근로자는 이를 따라야 한다. 오전 근무 후 휴게시간 없이 반차를 사용(조기 퇴근)하게 하는 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회사 대표 등 사측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상사도 팀원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반차 시간을 두고 얼굴 붉히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친구네 회사는 출근 시간이 오전 9시인데, 십수 년간 매일 오전 8시 45분에 회의를 시작했다. 최근에 입사한 신입직원이 '출근 시간 전에 회의하는 걸 인사팀에서도 알고 있냐'며 인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이의를 제기했다. 십수 년 이어지던 회의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회사 규정에 어긋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융통성이나 배려가 당연시되거나 독이 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규정을 지키면 회사나 상사와 대립하는 일도 조금을 줄어들지 않을까.

회사의 복무규정에는 직장인이 알아야 누릴 수 있는 혜택, 미리 알아야 이해하고 지킬 수 있는 규정도 많다. 직장인이 상사와의 마찰을 줄이고 원활한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원복무규정을 숙지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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