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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폄훼' 지적에... '앵무새 답변' 반복한 한덕수

[대정부질문] 극우단체·태영호 관련 질의에... "희생자 등 명예회복에 최선" 반복하며 답변 회피

등록|2023.04.03 21:15 수정|2023.04.03 21:31

▲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한덕수 국무총리가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극우단체 등의 4.3 폄훼 논란이 특별법 위반이라는 질문에 또 '빠져나가기'로 일관했다. 그는 단지 "정부는 무고한 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수차례 반복했다.

최근 제주도에는 우리공화당 등 극우단체들이 '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고 주장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사진을 제시하며 한덕수 총리에게 "보기에 이런 현수막을 게첩하는 게 문제 없는가"라고 물었다. 한 총리는 "오늘 대통령께서 제가 대독한 추념사에서 '정부는 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하셨기 때문에 그 말씀이 모든 걸 다 설명한다"고 답했다.

"명예회복에 최선" 약속하면서... 폄훼엔 무대응?

김 의원은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는 특별법 13조도 언급하며 "대통령 추념사에서 하신 말씀과 근본 취지가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 현수막에 나온 내용, '4.3은 김일성 지령에 따른 공산폭동'이라고 주장하는 게 허위사실이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한덕수 총리 : "글쎄요. 분명한 건 무고하게 희생된 희생자,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김 의원은 같은 주장을 펼쳐온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도 지적했다. 그는 "그냥 내용이 부적절하다,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정부 주도 연구용역 결과, 4.3 진상보고서에 명확하게 위반되는 내용"이라며 "문제는 북에서 배웠다는 내용을 근거로 의원이 이렇게 얘기하고, 이에 부화뇌동해서 많은 극우단체들이 동일한 내용으로 현수막을 걸고 언론에서 얘기한다. 왜? 아무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덕수 총리 : "이런 것을 한 번 보고 사법적으로 법률과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고. 그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당사자가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길들은 다 열려 있지 않나 말씀드린다. 분명한 건 정부는 무고한 4.3 희생자,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선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

김 의원은 "오늘 (총리가) 대독한 추념사도 상당히 추상적인 내용이고, 작년 추념사와 상당 부분 동일하다"며 "유족이 원하는 특별법 개정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도민, 유족들은 당장 내 눈 앞에 보이는 현수막에서 유족을 명예훼손하고, 사실과 다른 허위주장을 하는데도 정부가 막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어려운 요구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 고민하겠다 이런 얘기는 해줘야 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한덕수 총리 : "일반적인, 이런 여러 가지, 최근의 현수막과 연관된 문제들도 있고. 또 (당사자들이) 모든 사법적 판단을 구할 길이 열려 있으니까 정부도 그런 문제에 항상 관심을 갖고 보겠지만, 정부의 정책이란 건 너무 분명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무고한 4.3 희생자,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선 최선을 다하겠다."

역사 평가 얘기엔... "대한민국 건국과정도"

한 총리의 두루뭉술한 답변은 김 의원이 '북에서 김일성 지시로 4.3이 일어났다고 배웠다'는 태영호 최고위원의 주장을 지적할 때도 등장했다. 김 의원은 "북한에서 그렇게 배워서 그게 사실이라고 2023년 대한민국에서 얘기한다"며 "이에 대해서 정부가 구체적으로 법 위반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미래세대에게 북에서 배운 정보가 아니라 우리 정부가 나서서 조사해 확인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그러한 쪽으로 항상 사실을 전달하는 교과서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된다는 비단 이 문제만이 아니고"라고 답했다. 그는 "여러 다른 문제에 대해서, 현대사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대한민국 건국과정이라든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정부로서 노력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처의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계획 등 최근 시작된 '이승만 띄우기'를 연상시키는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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