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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부 타 버려 살곳 사라졌다", "대통령 와서 봐야"

갈산중·고교 대피소에 머무는 충남 홍성 서부면 주민들... 급박했던 탈출 상황 전해

등록|2023.04.04 09:15 수정|2023.04.04 11:06

▲ 3일 설치된 갈산 중고등학교 대피소 ⓒ 이재환


충남 홍성군 산불 사태가 3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든 집을 떠나 대피소로 피신해 온 주민들도 늘었다.

지난 3일 산불 피해가 큰 서부면 주민 230여 명은 인근 학교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됐다. 이 중 48명의 주민은 이날부터 갈산중고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아래 갈산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3일 오후 서부면 판교리 묵동 마을 일대까지 불길이 번지면서 묵동 마을 주민 상당수도 이재민이 됐다. 현재 갈산 대피소에는 묵동 마을과 중리, 이호리, 양곡리 주민 일부가 들어와 있다.

갈산 대피소에 머무는 주민들은 이날 오후 7시 기자와 만나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대부분 80대 이상의 고령 노인들로, 소방관과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대피소로 이동했다.

중리와 양곡리는 화재 첫날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중리에서 처을 발생한 불길이 양곡리 쪽으로 이동하며 삽시간에 불길이 번졌다.

한 주민은 집을 탈출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중리 주민 A씨는 "2일 불이 잘 지나가는 줄 알았다. 3일 새벽에는 불씨가 꺼지는 줄 알았는데 오후에 또 다시 동네로 불길이 번졌다"며 "연기가 자욱해서 앞이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서 불이 났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꺼진 줄 알았는데 불씨가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양곡리 주민 B씨는 "2일 집에서 나왔다. 뒤돌아보니 집이 타고 있었다. 새로 지은 집과 헌 집 두동이 모두 다 탔다"며 "지금 당장 살 곳이 없다. 대통령한테 집을 지어 달라고 하면 집을 지어 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어제 아들이 찾아왔는데 보자마자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고 호소했다.

장광진(서부면 판교리 묵동)씨는 "서부초등학교로 갔다가 오후에 관광버스로 이곳으로 왔다"며 "헬기가 집근처로 와서 불을 껐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불이 나서 여러 채의 집이 탔다고 들었다. 이곳의 상황을 대통령이 와서 직접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용록 홍성군수도 현장을 방문했다. 김태흠 지사는 "여러분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 갈산 중고등학교 운동장에 쌓여 있는 구호품. ⓒ 이재환

 

▲ 3일 오후 김태흠 충남지사가 갈산 대피소를 찾았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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