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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로 가뭄 극복? "신기루 같은 얘기"

한화진 환경부장관, 가뭄 대책 '4대강 보 활용' 제시... 환경단체 반발 "<조선> 보도 사실과 달라"

등록|2023.04.04 11:24 수정|2023.11.10 13:05

▲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3일 환경부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의 주요 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김병기


윤석열 정부가 MB 정부 '4대강 보 물그릇'론을 재소환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광주‧전남 지역 가뭄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환경부는 3일 발표한 가뭄 중장기 대책으로 '4대강 보 적극 활용'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는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결정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어서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3일 오전 세종시 환경부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의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1단계 기본대책은 장흥댐-주암댐 연계 등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댐을 도수관로를 통해 연결해 물공급 체계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2단계 비상대책 일환으로는 극한 가뭄 발생시 댐 저수위 보다 아래 수위인 비상용량과 사수용량(댐의 바닥에서부터 비상방류구 사이의 용량)까지 활용해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마무리하면서 "환경부는 4대강 본류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하여 가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한다"면서 "한강, 낙동강, 금강 유역에 대해서도 올해 말까지 극단적인 가뭄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여 기후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번 가뭄 대책은 4대강 보 처리 방안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환경단체들은 금강-영산강의 세종보, 공주보, 죽산보를 철거하고 백제보와 승촌보를 상시 개방한다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4대강 보 활용론을 뒷받침하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영산강] 2개 보로 가뭄 극복? 광주 시민은 섬진강물 먹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31일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간 방치된 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환경부의 발표는 이날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인 셈이다. <조선>도 3일자 '文정부, 최악가뭄 예고에도 보 열어...光州시민 40일치 물 없앴다' '4대강 사업서 빠진 섬진강… 비오면 홍수, 안오면 가뭄'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부 발표에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과 <조선>의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가뭄이 심각한 원인은 기후위기의 시대에 4대강 보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날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부분 개방한 영산강의 승촌보와 죽산보뿐만 아니라 상시개방한 금강의 3개 보 수문을 다시 닫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대강 보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사업 폐기를 전제로 가뭄의 원인 진단과 해법까지 몰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가령 이런 식이다.

<조선>은 위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금강·영산강 5개 보에 대한 해체와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리면서 총 5280만t의 물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광주광역시 시민 146만명의 식수를 공급하는 영산강에서만 1560만t의 물이 손실됐다, 광주 시민이 40일간 쓸 수 있는 물이 사라진 셈"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광주 지역의 식수원은 영산강이 아니라 동복댐과 주암댐이 대부분이다. 이는 섬진강 수계이다. 현재 이 지역 시민들은 영산강 물이 아니라 섬진강물을 마신다는 얘기다. 따라서 식수난은 영산강 2개 보가 흘려보낸 1560만t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조선> 보도는 사실과 다르고, 윤 대통령의 4대강 보 활용론도 잘못된 처방인 셈이다.

녹조물 취수?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도 위험하다"
 

▲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영산강 쌀에 대한 분석을 하고 3월 13일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 환경운동연합


광주시는 식수난이 가중되자 지난 3월부터 영산강 덕흥보의 물을 일부 취수해서 식수로 공급하고 있기는 하다. 상수원으로 관리하지 않던 곳이지만 비상대책으로 불가피하게 고도정수 처리한 뒤 동복호의 물과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승촌보와 죽산보에서도 취수가 가능할까?

광주환경운동연합은 3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덕흥보가 위치한 곳은 광주의 하수처리 방류수와 광주 시내를 관통하는 광주천 유입되는 지점 상류에 있다"면서 "온갖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들이 영산강으로 흘러들어 승촌보와 죽산보에서 정체되기 때문에 2개 보의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환경단체들은 2개 보의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은 "영산강 수계 수자원의 96%는 농업용수인데 현재 상수원과 전남 지역 저수율은 58.8%"라며 "다른 지역의 저수율 평균 72%보다 밑돌지만, 5~6월 모내기철까지는 시간이 있고, 현재로서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낙동강에 이어 영산강의 녹조 물로 재배한 쌀에서도 간에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기에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 사용도 안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보수언론이 가뭄의 원인과 대책으로 4대강의 보를 운운하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신기루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3일 환경운동연합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낙동강, 영산강의 노지 재배 쌀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으며, 가장 높은 검출량은 프랑스 생식 독성 가이드라인의 5배 가량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섬진강] 4대강사업 안 해서 홍수? 준설-제방공사에 1000억원 투입했다
 

▲ 2020년 8월 섬진강이 범람해 구례와 곡성,광양, 순천 주민들이 대피했다. 구례의 경우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고 토지면 송정리 등이 범람해 저지대 마을은 물론 읍내 5일장 거리까지 물에 잠겼다. ⓒ 구례시민 제공


<조선>은 '4대강 사업서 빠진 섬진강… 비오면 홍수, 안오면 가뭄' 제하의 보도를 통해 "4대강 사업에서 빠진 섬진강 유역은 가뭄과 홍수 피해에 특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섬진강은 2020년 여름철 수해(水害) 때도 피해가 가장 컸다"고 보도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강바닥 준설과 제방을 확충하지 않아서 홍수를 키웠다는 것이다.

섬진강 홍수 사태 당시에도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을 옹호하면서 <조선>과 비슷한 주장을 했었다. 하지만 당시 <오마이뉴스>는 '섬진강 1000억 투입, 그래도 터졌다... 김종인 알고 있나?'(https://omn.kr/1rfxt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사실을 바로 잡았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던 2009년, 국토해양부 등은 1086억 원을 투입해 실시한 '섬진강살리기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벌이며 준설과 제방 보강을 했다.

댐 안전 위해 '물폭탄'... 홍수 원인은 댐 관리 실패

그렇다면 섬진강 홍수의 원인은 뭘까?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댐 수위 조절의 실패였다. 이와 관련, 당시 <오마이뉴스> 환경탐사전문 시민기자인 최병성 목사는 "주호영 대표님, '악마목사'와 4대강 1대1 끝장토론합시다"(https://omn.kr/1rfdl) 제하의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 바 있다.

"섬진강 홍수의 원인은 간단합니다. 섬진강댐의 관리 잘못입니다. 이번 장마는 무려 54일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이었으며, 6월 1일∼8월 15일 사이의 전국 누적 강수량 920여㎜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전국 댐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WAMIS)에서 섬진강을 살펴보았습니다. 섬진강댐의 계획홍수위는 197.7m입니다.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었음에도 7월 26일까지 겨우 초당 5톤을 방류했고, 평균 194m의 수위를 유지했습니다. 홍수가 발생한 지난 8월 8일에 계획홍수위를 초과한 197.87m까지 이르렀고, 무려 초당 1863톤까지 방류했습니다. 섬진강댐의 수위가 계획홍수위를 초과하자 댐의 안전을 위해 순식간에 많은 물을 방류했던 것입니다."


최병성 시민기자는 "50일간 지속된 장마로 인해 섬진강도 평소보다 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섬진강댐의 방류로 물폭탄이 쏟아져 내리자 제방이 넘치며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주호영 대표님의 주장처럼 모래 준설과 큰 물그릇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환경부도 당시 섬진강 댐 관리가 부실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지난해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자연재난대책기간 동안 가동한 홍수피해 방지 비상대응체계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넣었다.

"소양강댐 등 19개 다목적 댐의 수위를 홍수기 전반기(6월 21일~7월 31일)에는 홍수기 제한수위보다 낮게 유지하여 홍수조절용량을 약 2배 증가(18.9→35.4억㎥)시킨다.

특히, 섬진강댐은 2021년과 같이 홍수기제한수위를 2.5m 하향 조정하는 시범운영을 통해 홍수조절용량을 약 3배 증가(30.3→90.2백만㎥)시켜 홍수기에 대응한다."


한 장관 "4대강 보 과학적 활용"?... 사실상 국가물관리위 과학적 결정 번복

한화진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말까지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4대강 보의 존치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럼에도 한 장관은 "보의 존폐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장관은 "이번 조치를 통해 보를 과학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특별한 근거를 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기획위 등을 통해 수년에 걸쳐 강을 모니터링했고,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4대강 보의 가뭄과 홍수 예방 효과는 없다'고 확인했다. 또 국가물관리위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2021년 1월 18일, 금강과 영산강에 있는 5개 보의 해체와 상시개방을 결정한 바 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지 1년여 만에 등장한 '4대강 보 활용' 계획. 지난 정권에서의 지난한 연구를 무위로 돌리는 데 들이댄 근거는 MB 정부가 4대강 사업 때 주장했던 '물그릇'론이다. 환경부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미 폐기처분된 개념이다. 금강과 낙동강 지역의 환경단체들도 환경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금강의 경우 2022년 가뭄 대비를 명분으로 공주보 수문을 닫았지만, 단 1리터의 금강물도 농업용수로 사용되지 않았다"면서 "수문 닫아도 실제 필요 지역까지 미치는 수위 상승은 지극히 미비하며 이미 물공급이 가능하도록 양수장 등 대책을 마련한 상황이기에 가뭄을 대비해 보를 이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보에 갇힌 물은 녹조 독이 가득한 물인데 이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한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지금 광주전남 시도민에게 필요한 물은 맑고 안전한 물이지, 녹조 독이 들어있는 위험한 물이 아니다, 안전한 식수와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서라도 4대강 보를 해체하거나 수문을 상시 개방해야 해 영산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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