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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숙소, 알바보다 적은 월급... 누가 ROTC 하겠나"

ROTC 출신 초급 간부·후보생 등이 본 지원율 하락 원인... 처우 개선 급선무

등록|2023.04.06 13:47 수정|2023.04.06 13:52
학군장교(ROTC) 지원율이 급락하자 국방부는 지난 3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초급간부 복무여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사태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ROTC 출신 초급 간부와 ROTC 후보생들은 어떤 입장일까? 초급 장교와 후보생 5명을 만나보니, 한결같이 '간부들의 처우 개선'을 ROTC 지원률 제고 방안으로 꼽았다.

지난 7일 간 춘천지역 한 대학교 ROTC 60기부터 62기 출신까지 현역 중위, 소위, 후보생 등 5명을 만나본 결과, 초급 간부들의 열악한 처우와 이에 따른 낮은 군 생활만족도가 ROTC 지원율이 낮아지는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ROTC 60기 출신 중위인 김아무개(60기)씨와 나아무개(60기)씨는 "벽에 곰팡이가 가득하고 벌레가 기어 다니는 숙소를 지원받고 있다"며 "일반 병사들보다 긴 복무기간을 감수해야 하는데다 더 높은 계급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르바이트하는 것보다 적은 봉급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4학년 사관후보생인 최아무개씨는 "군인은 사명감을 갖고 하는 직업이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보장해 줘야 사명감을 잃지 않고 국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병사들의 처우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데 간부들의 처우는 몇 년째 그대로이고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후배들에게 ROTC를 지원하라고 말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빠르게 인상되고 있는 사병 급여와 처우개선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초급 간부의 열악한 현실을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이 ROTC 지원율 하락의 요인이 되는 것 같다"며 "낙후된 관사 제공은 물론, 훈련 시에도 식비 공제 한 후 월급을 지급하는 등 초급간부의 처우가 열악한데도 병사들의 처우만 계속 개선하려고 하니 장교 지원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초급간부에게 제공되는 곰팡이, 물이 센 흔적 등이 있는 열악한 숙소 내부. ⓒ 한림미디어랩 The H


ROTC는 1·2학년에 ROTC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학년부터 후보생 신분으로 전환, 교내 군사학 수업을 이수하고 3·4학년 여름방학을 통해 전투 지휘자 훈련을 받은 후 초급간부로 임관, 군생활을 시작한다.

대부분 ROTC 지원자는 리더십 함양, 자신감 배양, 애국심 고취와 명예 획득 등을 기대하며 ROTC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릴레이 인터뷰 결과, 대체로 ROTC 생활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그러나 이들은 "임관 이후 불합리한 것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열악한 처우 문제 이외에 군 조직 문화에 대한 불만도 표출됐다. 한 초급 간부는 "꿈꿨던 군 생활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달려 나가는 팀워크를 기대했는데, 현실은 개인적, 이기적이고 실속 없는 업무의 연속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간부는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조직 분위기와 고생한 것에 비해 급여, 처우는 물론 사회적 인식까지 낮은 것도 불만족스럽다"고 토로했다. 임관 후 초급 간부의 군 생활 자체가 사기충만한 군 조직 문화의 체험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초급 간부로 임관한 ROTC와 ROTC 후보생들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군의 위치와 지위가 점점 약해진다"는 불안감도 상당했다. 나아무개씨는 "군의 중추가 되는 초급간부의 지원율이 하락하고 중도 이탈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점차 야전으로 배출되는 신임 간부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이는 국방 안보 문제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악한 처우가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다보니 해결방안도 처우개선이 1순위로 제기됐다. 이들은 ROTC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봉급, 주거환경, 휴가 여건 보장 등 초급 간부에 대한 확실한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복무 장려금 인상, 군장학생 단기복무장려금 중복 수혜, 당직근무비 인상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군사교육 강화 차원에서 "공수기본훈련 등 사관학교 생도들이 받는 다양한 군사교육 기회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병사 중심 처우개선에 치우쳤던 기존 정책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표가영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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