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빼달라' 예산 백종원 국밥거리 사장 "우리도 할 말 있다"
백 대표 '이름 뺀다' 선언 후 상인들 향한 비난여론... 직접 만나 이야기 들어보니
▲ 지난 3일 유튜브 '백종원' 채널에 올라온 방송 내용 화면 갈무리 ⓒ 유튜브 '백종원' 채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충남 예산군 '백종원 국밥거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기로 결정해 논란이다. 백 대표가 위생 강화와 메뉴 발전 등을 권해도 상인들이 '나는 빼 달라'는 식으로 거절하는 장면이 유튜브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오면서, 국밥거리 가게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
6일 기자가 직접 만난 국밥거리 상인들은 그의 결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자신들의 노력과 뜻이 곡해된 채 알려져 속상하다는 반응이다. 예산군은 백 대표의 뜻을 존중해 오는 4월 중 백종원 국밥거리 간판을 철거할 예정이다.
지난 3일 유튜브 '백종원' 채널에 올라온 '백종원 시장이 되다 12화 - 대체 예산 국밥 거리, 그곳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영상은 백 대표가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과 일화를 다뤘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황선봉 당시 예산군수는 예산이 고향인 백 대표에게 원도심 상권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달라고 부탁하면서 '백종원 국밥거리'를 조성했다.
이후 백 대표는 모범식당 견학, 위생·서비스 교육 등을 진행하며 백종원 국밥거리 지원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예산시장 재개장을 앞두고 예산군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백 대표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국밥집 상인은 "사소한 것까지 다 참견하니까 어렵다. 저희는 빼 달라"며 "우리들이 노력할 테니까 제발 좀 등허리에서 내려놔 달라. 영업정지 1년을 당하든 (벌금)천만 원을 물든 해도 내가 그렇게 할 테니까 제 장사는 그렇게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 지난 3일 유튜브 '백종원' 채널에 올라온 방송 내용 화면 갈무리 ⓒ 유튜브 '백종원' 채널
이밖에 백 대표가 조리방법 개선을 권했지만 '부담스럽다'며 눈물을 흘리는 한 점주의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
영상 말미에서 백 대표는 "저기(백종원 국밥거리)에서 간판을 떼게 됐다. 몇 년에 걸쳐 노력도 하고 많은 비용을 쏟았지만 (사장님들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저도 마음을 많이 다쳤다"면서도 "많이 이용해달라. 열심히 하는 분들 많다"고 마무리했다.
하지만 영상 댓글은 '어이가 없다', '저기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등 상인들을 향한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백종원도 손절'이라며 유튜브 내용을 인용한 기사들에도 '망하게 놔둬라',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 '그래서 지방이 더럽다는 것'이라는 원색적 힐난이 줄을 이었다.
상인들 "위생 유지 위해 노력 중", "전주비빔밥처럼 지역 맛으로 승부해야"
이같은 싸늘한 여론에 국밥거리 상인들은 기자에게 과거 사례가 확대돼 알려진 점을 안타까워 했다.
특히 간담회에서 '나는 빼 달라'고 항의했던 상인 A씨는 본인의 발언이 영상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씨는 "예전에는 예산장터국밥으로 포장(노점)을 치고 장사를 했는데 2017년도에 군에서 국밥거리로 들어오라고 했다"며 "'백종원 국밥거리'라고 이름을 붙인 것을 보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명칭을 예산국밥으로 해야지 어째서 사람 이름을 쓴 것인가 했다. 전주비빔밥처럼 지역명과 맛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간담회 당시) 백종원 대표의 말이 우리 국밥집들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그렇게 부담스러우면 나라도 빼 달라는 의미로 말했다"라며 "백종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어차피 지금도 내 힘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엄마가 6.25 전쟁 당시부터 해온 일을 내가 이어 받은 것이다.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벌금을 물든 영업정지를 당하든 알아서 할 테니 놔두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선 "사기업이 아닌 예산군에서 직접 나와 공식적(행정 절차)으로 처리하라는 의미에서 말을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누군가 '장사가 잘되니까 이제 와서 빼 달라고 한다'는 비판을 했던데, 우리 집은 천막 시절부터 장사가 잘 됐다"며 "온 정성을 다해 식당을 꾸려왔다. 지금도 그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충남 예산군 백종원 국밥거리 모습 ⓒ 이재환
위생상태가 불량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상인들은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상인 B씨는 "지금은 천막 시절의 위생 상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며 "물론 신세대 고객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 상인들도 청결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상인 C씨도 "백 대표가 상인들을 위해 애쓰고 진심으로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며 "지금은 고기가 다 떨어지면 장사를 끝낸다. 물을 붓고 국을 더 끓이는 일도 없다. 요즘은 고객들의 눈이 더 매서운 세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산군 "영업정지 사례 없어... 백 대표 뜻 존중해 간판 이달 중 철거"
예산군 관계자는 "아무래도 천막에서 장사를 해오셨던 옛날 분들이라서 위생 관념이 강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영업정지 수준으로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식품위생법 위반 건으로는 보건증을 갱신하지 않거나, 조리용 모자를 쓰지 않는 등의 사례가 있다"라며 "민원으로는 '청소 상태 불량'과 '고기 손질 과정이 비위생적'이라는 등의 항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군은 조만간 백종원 국밥거리 간판을 내릴 계획이다. 예산군 관계자는 "백종원 대표는 이전부터 국밥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며 "백 대표의 의견을 존중해 간판을 4월 중에 철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선구 예산군의원은 "황선봉 전 군수가 백종원 이름으로 국밥거리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의회의 반대가 있었다"며 "현재 생존해 있는 인물의 이름을 쓰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렇게 결론이 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 충남 예산군 백종원 국밥거리 모습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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