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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밥 한공기 먹기' 제안, 이래서 참 민망합니다

[取중眞담] '쌀 재배면적 감축' 양곡법 취지는 어디로... 캠페인 아닌 법으로 말해야

등록|2023.04.06 21:35 수정|2023.04.06 21:35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 도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 남소연


"가령 우리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지금 가슴 아픈 현실 아닙니까?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한 거예요 (...) 여성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나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어떤 국민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한 말이다. 진행자가 당내 '민생119' 위원장을 맡은 그에게 '농민을 보호해줄 수 없는 방안', 즉 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을 물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황당함은 더 컸다.

그의 '밥 한 공기' 발언은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쟁점 두 가지를 놓치고 있다. 먼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단순하게 '의무매입' 규정만을 담고 있는 법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대안이 '소비 촉진'만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인식 개선 등 캠페인만으론 법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법은 제도적 안전망이자 국민들에게 전하는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양곡관리법, 과연 '의무매입'이 전부인 법일까?
 

▲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에서 상경한 251개 농민단체 농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대통령 거부권 반대 및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며 즉각 공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물론,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주된 골자로 알려진 건 '의무매입'이다.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매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벼 재배면적이 증가하는 경우 초과생산량을 매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또 벼 재배 면적이 증가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매입물량 감축을 허용하는 단서 조항도 마련했다.

나아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을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든다. 양곡관리법 제16조3을 신설하고, ▲재배면적을 연도별로 관리하고 관련 시책을 수립·추진하여야 하고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 대하여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지냈던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이 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그는 당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목표는 '쌀값 정상화'"라며 "사전적으로 생산 면적을 철저히 관리해서 과잉 생산을 방지하는 것이지, 의무매입해서 정상화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생산 단계에서 재배 면적 관리를 하더라도 풍년이라든가 일시적인 과잉이 있다"며 "(의무 매입 부분은) 비상시에 필요한 안전장치처럼 사후적으로 과잉생산에 대한 정부 책임을 명기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현재 논에서 벼가 아닌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을 지원하는 정부의 '전략작물직불제'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즉, 매년 쌀값 변동에 따라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을 놓고 왈가왈부 하는 상황을 반복치 말고, 벼 재배면적을 효과적으로 감축할 '논 타 작물 재배 지원'의 토대를 확고히 다지자는 입법인 셈이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다시 돌아가자. 여야 공히 '쌀 생산량'을 줄여나가고, 이를 통한 '가격 정상화'가 목표인 것은 동일하다. 그런데 대뜸 조 최고위원은 '많이 생산되니 많이 먹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식의 발언을 했다. 왜 쌀이 소비에 비해 많이 생산되고 있는지, 쌀값의 폭락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도 찾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물론 쌀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동시에, 쌀 수요를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더 좋다. 하지만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쌀밥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으니,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라는 말에선 쌀 수요 증진에 대한 어떠한 산업·정책적 고려도 없어 보인다. 그저 '아이디어'라고 할 지라도 비웃음을 당할 수준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면밀히 살피고, 법안에 반대한다면 직접 토론과 설득에 나서야 하는 것이 여당 최고위원이라는 자리다. 하지만 조 최고위원은 농민 생존권이나 식량 주권 등의 굵직한 의제를 안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이슈를 하루아침에 '여성들이 밥을 잘 먹으면 되는' 문제로 희화화했을 뿐이다.

조수진이 내놓는 '캠페인'의 문제점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조수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조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래와 같이 해명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5년 성남시장 시절 쌀 피자 만들기 등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을 펼친 일이 있습니다. 민생119 회의에서 나온 몇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 선동을 벌이는 것에 유감을 표합니다."

그런데 그가 내세운 '이재명의 캠페인'은 성남시 산하 농업기술센터가 초등학생 대상으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밥피자 만들기 행사를 한 것이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진 양곡관리법 논란 속에서 조 최고위원이 '농민 보호 방안'으로 "밥 한 공기 먹기"를 제안한 것과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또한 정책·입법을 대책으로 내놓기도 전에 새마을운동 식의 '대국민 캠페인'부터 말한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절한 방식이라고 볼 수 없기도 하다.

법의 효과는 강력하다.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쌀값 폭락에 대한 불안감이 적어져서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와 같이 임의로 매입하는 구조에서는, 정부가 쌀값을 손아귀에 쥐고 '고물가 관리'를 위해 언제든지 쌀값을 폭락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물가나 경제 상황에 쌀값이 흔들리지 않는, 일종의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조 최고위원이 내놓은 '밥 한 공기 먹기' '가루쌀 제품 현장 찾기' 등 '캠페인'은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변수가 많아 지속성이 없다. 이는 농민들의 불안함을 전혀 줄일 수 없고, 당연히 하나의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도 없다.

이미 조 최고위원이 이끌고 있는 집권여당의 '민생119' 특위의 1호 추진과제는 '물 보내기 대국민 운동'이었다. 이 역시 해당 캠페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관련 기사: 편의점 도시락 먹은 국힘, 민생 대책 1호는 물보내기 운동https://omn.kr/23cuc ).

부디, '물 보내기 운동'의 후속탄이 '여성 밥 한 공기 먹기 운동'은 아니길 바란다. 조 최고위원, 그리고 김기현 지도부의 첫 특위로 출범한 '민생119'가 '캠페인'이 아닌 '입법'으로 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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