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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수 대법관, 공화당 후원자 돈으로 20여 년간 호화여행"

<프로퍼블리카> "토머스 대법관, 공화당 후원자 향응 받아" 보도... 민주당 "탄핵" 촉구

등록|2023.04.07 13:31 수정|2023.04.07 14:46

▲ 미국 연방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왼쪽)와 공화당 후원자 할런 크로(오른쪽)의 호화 여행 접대 의혹을 보도하는 <프로퍼블리카> 갈무리 ⓒ 프로퍼블리카


보수 성향의 미국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가 공화당 억만장자 후원자의 돈으로 20여 년간 호화 여행을 즐겨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미국 비영리 인터넷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6일(현지시각) 토머스 대법관이 매년 여름마다 댈러스 지역 기업인 할런 크로 소유의 개인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겼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코로가 공화당 후보나 정책 추진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있는 영향력 있는 후원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토머스 대법관은 텍사스 동부에 있는 크로 소유 농장과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남성 전용 사교단체 보헤미안 클럽 캠핑장에서 함께 휴가를 보냈다.

2019년에는 크로의 전용기를 타고 부부 동반으로 인도네시아에 가서 호화 요트로 타고 여러 섬을 돌아보는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프로퍼블리카>는 만약 자비로 비용을 냈다면 50만 달러(약 6억 6000만 원) 넘게 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토머스 대법관의 호화 여행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평소 캠핑카 여행을 즐기며 해변보다는 월마트 주차장을 선호한다고 말했던 것과 대조된다"라고 지적했다.

미 언론 "충격적"... 민주당 의원 "탄핵해야"

보도가 나오자 크로는 성명을 내고 "친한 사람들끼리 사적으로 모인 것"이라며 "어떤 법적·정치적 사안과 관련해 토머스 대법관에게 영향을 끼치려고 한 적이 없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민주당은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미 상원 법제사법위원장인 리처드 더빈 의원은 "대법관은커녕 미국 국민이 모든 공무원에게 바라는 윤리적 기준과 전혀 맞지 않는다"라며 "최고의 법원이 가장 낮은 윤리적 기준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도 "이 문제는 당파를 넘어선 것"이라며 "의회가 토머스 대법관을 탄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반면에 공화당 의원들은 대법관이 개인 자격으로 향응을 받은 기록을 공개할 법적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토머스 대법관을 두둔하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토머스 대법관의 의혹은 충격적(shocking)"이라며 "이번 폭로를 계기로 대법원의 윤리 강령을 강화하고, 법적 구속력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낙태 금지·총기 확대 판결 내린 '보수 중의 보수'
 

▲ 미국 연방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의 호화 여행 접대 의혹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1991년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법관으로 취임한 토머스 대법관은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이자 현재 가장 오래 재임하고 있는 대법관이다.

대법관으로 지명됐을 때 과거 부하 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으로 임명이 무산될 뻔했으나, 52대 48로 간신히 인준 절차를 통과했다.

그는 낙태를 금지하거나, 총기 소지 권한을 확대하는 등 미국 사회에서 논쟁적인 사안과 관련해 보수적인 판결을 내리면서 6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진보 성향 3명)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보수 운동가인 아내 버지니아 토머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조작주장에 연루됐을 때 판결에 참여하면서 이해 상충 논란에 휘말렸고, 온라인에서 탄핵 청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한편, 토머스 대법관은 이날 <프로퍼블리카>가 호화 여행 접대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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