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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22년째 캐나다에 살면서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성우제 <시사인> 편집위원, 책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보이네> 펴내

등록|2023.04.08 10:39 수정|2023.04.08 10:39

▲ 성우제 저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보이네> 표지. ⓒ 도서출판 피플파워


"이른 아침 출근 시간에 토론토 시내버스를 탔다. 어느 정류장에서 버스가 멈춰 서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바깥을 내다보니 시각장애인이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던 버스 기사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길을 건너고 있었다."

이는 토론토에 살고 있는 성우제 <시사인> 편집위원이 최근에 펴낸 책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보이네>(도서출판 피플파워 간)에서 "내가 캐나다로 간 까닭은?"이란 제목으로 쓴 글의 일부다.

바쁜 출근 시간이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있었던 사람들은 아무도 기사한테 말하지 않고 기다렸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일까. 이런 경우처럼 저자는 우리와 다른 문화와 삶을 여러 경험을 들어 이야기해주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자기 고유의 문화를 지키고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외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캐나다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한글학교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정부가 이민자 정착을 돕는 이유에 대해 저자의 사례를 들어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땅이 넓은 캐나다는 이민자를 많이 받고, 그렇다고 아무나 들이지는 않지만 이민을 하게 되면 정착을 위해 여러 지원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매뉴얼 천국의 느림보 문화"라는 제목의 글도 우리가 새겨 들어야 할 내용이 많다. 어른들에 의해 아이들이 '참사'를 당하는 사례가 잦은(?) 우리와 비교할 때 캐나다는 그런 큰 사고가 없거나 적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여러 상황에 따라 만들어 놓은 매뉴얼과 그것을 지키는 시민들의 정신을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다.

"법도 안 만들고, 있는 법도 안 지키고, 법을 안 지켜도 단속도, 처벌도 안 하는 어른들 탓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이란 없다. 어쩌다가 작은 사고가 난다 해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그러니 캐나다 사회는 느리다. 나는 이 느림보 문화가 점점 더 좋아진다. 사회적으로 노하거나 슬퍼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느슨한 개똥 단속과는 반대로, 시민들을 늘 긴장하게 하는 단속이 있다. 물론 1순위는 시민 안전과 관련한 단속이다. 소화전 앞이나 소방도로에서 실수로라도 위반했다가는 인생이 피곤해질 만큼 가혹한 조처가 따른다. 운 좋게 단속을 피할 확률은 '제로'에 가까워서, 소방서 앞 같은 곳에 주차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캐나다에 한국인 이민자가 많은 것 같다. 저자는 캐나다의 한국인과 관련해 여러 글을 썼다. "한국 사람 조심하세요?", "캐나다 한국식당은 외국인이 주고객" 등의 제목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에 나와 밥벌이하며 살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한국 사람들을 잘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 나가는 사람에게 '한국 사람 조심하라'는 말은 가급적이면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외국에서도 좋은 한국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한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인 사기꾼만 조심하면 된다."

"캐나다가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이다 보니 특이한 음식 냄새를 풍길까 봐 서로가 늘 조심하는 편이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도 많다. 한국사람들은 김치에 들어 있는 생마늘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하는데, 요즘은 예전처럼 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음식에 대한 외국사람들의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K드라마, K팝에 이어 지금은 K푸드까지 뜨고 있는 것이다."

글에 붙여진 제목만 봐도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캐나다 사회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캐나다의 고용 사다리 ... 공채 없이 알바→계약직→정규직", "어린이병원에 기꺼이 기부하는 까닭", "위험에 처한 아이 모른 척하면 범죄", "다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서방예의지국", "성적 1등으로는 졸업생 대표가 될 수 없는 나라", "캐나다처럼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 등의 글이다.

대중문화 관련 이야기도 많다. "캐나다에서 실감한 K컬처의 초압축 성장", "동포사회와 모국을 이어주는 한국 대중문화", "BTS로 뉴욕에서 나눈 정담(情談)", "난 〈미나리〉가 불편하다", "윤여정의 뼈 있는 수상 소감", "고교생 딸의 영화 〈택시운전사〉 관람기" 등이다.

장애를 가진 자녀 때문에 22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지금은 자영업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저자는 "나 같은 사람이 갖는 장점 하나는 양쪽 사회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중간지대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며 "아침에는 한국 저녁 뉴스를 보고, 저녁에는 캐나다 저녁 뉴스를 본다. 양쪽을 비교해서 보면 사안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의 의미를 굳이 이야기하자면 바로 그런 것이다"고 했다.

그는 "독자들은 내가 사는 곳의 삶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에서 발생하는 비슷한 사안을 두고 캐나다 사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캐나다에 살면서 보면 한국은 어떻게 보이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했다. 나는 전직 기자답게 사실에 근거해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기자 출신인 성우제 편집위원은 이민 초기 캐나다살이를 이야기한 <느리게 가는 버스>, 한국 커피 장인들을 인터뷰해서 엮은 <커피머니메이커>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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