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아니어도 좋다" 심상정의 호소, 김기현은 꾸벅꾸벅
'비례대표 확대' 내세운 정의당... 민주당 호응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폐지' 거론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국회에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면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고 의석수가 정당 지지율에 최대한 수렴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라며 비례성 확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선거제 개혁은 곧 제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는 비난이 있다"라며, 설사 선거제도 개편의 수혜자가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라는 호소였다.
심상정 "여러 정당 더 들어올 수 있다면, 정의당 아니어도"
심 의원은 "저와 진보정당이 국회에 들어온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라며 "제가 오랜 노동운동을 뒤로 하고 정치의 길에 들어선 이유는 단 하나였다. 국회 담장을 넘지 못하던 보통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한숨과 울분에 반응하는 정치를 위해서였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노동과 노동자, 증세와 복지국가, 소수자와 인권 등의 의제를 정치의 한복판으로 불러들인 점"을 "진보 정당의 존재" 의의로 꼽았다. 이어 "그동안 양당 사이를 뚫고 등장했던 자유선진당·바른미래당·국민의당 등 제3당들은 모두 사라졌다"라며 "오직 저와 진보정당만이 양당 사이 가파른 협곡을 헤쳐 오며 20년을 버텨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당 득표 10%를 얻고도 국회의원은 2% 의석밖에 얻지 못해 몹시 억울했다"라며 "빼앗긴 8%의 의석만큼 이 국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해서 매우 속상했다"라고 현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선 없이 제3의 정치세력의 성장은 가능하지 않다"라는 지적이었다.
심 의원은 "승자독식 소선구제는 36년 양당 체제의 철옹성이었다"라며 "단 한 표가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절반에 가까운 표심이 버려졌다"라고 꼬집었다. "이런 낮은 비례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가 바로 비례대표제이지만, 그 비율은 고작 15.7%에 불과해서 보완 기능이 매우 취약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의당도 국민이 지지해 주신 만큼 의석수를 얻고 싶다"라며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차별과 불평등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서 세상의 변화를 앞당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 국회에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가, 그리고 노동과 녹색의 의제가, 또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면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라며 "국가적 난제와 세계적 도전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다당제 협력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면, 다양한 해법을 가진 여러 정당들이 국회에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다면 그게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라고 외쳤다.
심 의원은 "특히 양당 지도부 여러분께 말씀드린다"라며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추진에 대해 사과했고 다당제 연합정치로의 정치교체를 국민들께 약속한 바 있다"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일 좋겠지만, 도농복합선거구제라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도 인용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집권 여당"이라며 "국회불신을 자극하고 정치혐오에 편승할 여력이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연초에 윤석열 대통령께서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의 개선을 언급하신 바처럼, 국민과 미래를 위한 선거제도개혁에 진지하게 임해주시길 요청드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정수 축소" "비례대표 폐지" 거론하는 국민의힘
▲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조 최고위원, 윤재옥 원내대표, 김기현 대표. ⓒ 남소연
하지만 그의 호소에 국민의힘은 부정적이었다. 전원위원회 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주재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정수 축소가 "아직까지 당론은 아니다"라면서도 "의원들 중에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국회가 지금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고, (의원정수를) 줄여야 된다는 그런 국민들의 요구가 있다"라며 "당의 입장은 늘이지 않는 거는 정해져 있는 것이고, 더 줄일 것인가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여야) 합의가 되면 (의원정수 축소도) 실현할 수 있다"라며 "선거구제가 개편 되면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줄이는 것도 합의가 되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토론자로 올라온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서 국회 전원위원회에 넘겨진 세 개의 안은 국민의 뜻과는 다소 괴리되어 있다"라며 여러 여론조사를 근거 삼아 "우리 국민들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하고,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 같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 300석 동결 내지는 축소되어야 하며, 최소한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개정되거나 또 비례대표제가 아예 폐지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이었다. "내각 책임제 하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검토해볼만 하지만, 현행 대통령 직선제 하에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이헌승 의원은 "현재 정치문화 속에서 비례의석 수를 조절한다고 한들, 과연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라며 "차라리 폐지가 낫다"라고 반복했다. 그는 '만약'을 전제로, 비례대표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강조했다. 위성정당 난립을 막기 위해 "실패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계속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제20대 총선까지 시행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다시 도입하자"라며 과거로의 회귀도 제안했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스탠스는 이미 예고된 바였다. 이미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하며, "최소 30석"은 줄일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구 자연 감소분과 비례대표 축소를 통해 의원정수를 줄이자는 방안이다(관련 기사: 김기현 "30명 이상 줄일 수 있다", 의원정수 축소 천명). 정작 김기현 대표는 이날 토론을 듣는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비례성 강화' 찬성한 민주당... 홍영표 "의원정수 늘리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정의당이 제안한 방향성에 우호적이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저는 지난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 당시 원내대표로써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았다"라며 "그때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개정이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크다"라며 "힘겨운 협상을 거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됐지만 결국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며 법 개정의 취지가 무력화됐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모두 책임을 통감해야 될 일"이라며 "저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아직도 느낀다"라는 반성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 10명 중 4명의 표는 사표가 됐다"라며 "국민 투표와 다른 국회가 구성됐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했다. "승자독식 구조를 바꿔야 한다"라며, 선거법 개정의 원칙 중 하나로 "지역별·분야별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대하고 정책 중심의 국회 구성을 위해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을 강조했다.
"2016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을 2대 1, 33%로 할 것을 권고했다"라며 "그러나 현재 5대 1, 15.7%에 불과하다"라는 점도 언급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를 병행하는 다른 나라는 기본적으로 비례 의석 비율이 30% 이상이고 독일과 이탈리아 등은 50% 이상"이라고도 부연했다. "비례대표가 늘어야 지역에만 매몰되지 않는 각 분야 전문가, 소외계층의 대표성을 갖는 이들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저는 의원정수를 국민 동의와 함께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국회 특권, 밥그릇 늘리자는 게 아니다. 대표성·비례성·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특권을 내려놓자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례대표 확대를 위해서 의원 수가 늘어나도 법으로 세비 삭감, 보좌인력 예산을 동결하는 등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는 개정안을 만들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자"라는 제안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