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정운천 날린 국힘 지도부... 그의 탓이기만 한가
[주장] 지도부 실언 등 책임은 놔둔 채 책임전가하는 지도부, 스스로 돌아봐야
▲ 정운천 국민의힘 전북도당 위원장이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7일 도당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25일 당시 정운천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 부위원장 모습. ⓒ 인수위사진기자단
정운천 국민의힘 전북도당 위원장이 전주을 재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진짜로 책임져야할 이들은 모르쇠한 채, 손쉽게 희생양 찾기를 택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신문 보도 등 지역 여론을 참고해 보면, 패배 원인으로는 경쟁력 없는 후보 공천과 거듭된 지도부 실언 등도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여러 구설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방식도 책임이 없을리 없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현장 지휘관부터 날리는 방식을 통해, 어렵게 일군 보수정당 지지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듯 보인다(관련 기사: 정운천, 국민의힘 도당 위원장 사퇴... "전주을 재선거 참패 책임" https://omn.kr/23fie).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5.18묘역을 찾은 것도 비슷한 기류 변화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정 의원은 5.18단체 공법단체 설립과 유가족 보상범위를 확대하는 법안 제정에도 적극적이었다. 5.18유관단체는 지난해 정 의원에 '자랑스러운 광주인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보수정당 국회의원이 5.18기념식에 초청받은 건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여야를 넘나든 호남동행 행보 결과였다.
'지역주의 타파' 소신 걸고 도전해온 정치인
정 의원은 2010년 한나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18.2%를 얻었다. 비록 낙선했지만 역대 최고였다. 이전까지 보수정당 후보 중 두 자릿수 지지율은 없었다. 2년 뒤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전주을) 35.8%를 얻었다. 낙선했지만 두 배 가까운 지지율 급등은 몸으로 일군 결과였다. 승리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찾아왔다. 새누리당 후보로 37.5%를 얻어 민주당 후보와 111표 차이로 신승했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냉랭한 지역정서에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빤한 낙선을 예상하면서도 정치를 시작한 목표는 지역주의 타파라는 소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인 가운데 정 의원만큼 지역장벽 해체에 정치적 소신을 건 인물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부겸 전 총리, 홍익표 민주당 의원 정도가 떠오른다. 대부분 입으로는 지역주의 해체를 말하지만 정작 지역구도에 기대어 정치 생명을 연명했다 해도 과언 아니다. 지난 14년 동안 지역주의 극복에 혼신을 다한 정 의원에게 책임을 돌린 국민의힘 지도부 행태가 한심하다고 생각되는 건 이 때문이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3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정 의원은 7일 전북도당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2020년 국민의힘은 호남 없이는 정권 교체도 전국정당도 없다는 신념 아래 국민통합위원회와 호남동행 국회의원단을 출범해 서진 정책을 시작했다"며 "진정성 있는 노력의 결과로 19대 대선 당시 3.3%에 불과했던 전북 득표율이 20대 대선에서는 14.4%, 역대 최고득표율을 기록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더 낮은 곳에서 쌍발통 정치가 꽃 피울 수 있도록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진정성 있는 행보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호남 민심은 호응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외연 확장과 국민통합 의지가 있다면, 먼저 변화해야 한다. 오랫동안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헌신한 현장 지휘관부터 날리는 정치는 파렴치하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퇴행적 행보가 계속된다면, 호남에서 국민의힘 입지가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임병식씨는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이 칼럼은 아주경제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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