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한 발도 안 물러선 정황근 "어디다 대고 거짓말한다 하나"

민주당 '양곡법 거부권 관련 허위보고' 비판에 발끈, "비상식 면책조항인데 재량권? 수용 못해"

등록|2023.04.11 14:37 수정|2023.04.11 15:31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4.11 ⓒ 연합뉴스


"이건 어린애들도 보고 있어요. '거짓말'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한 말이다. 민주당이 농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에서 국회서 처리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아래 양곡법)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었다는 취지의 비판을 쏟아내자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

주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양곡법 관련 대국민 담화나 국회 대정부 질문 내용, 대통령의 재의요구서 등에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 내용이 인용됐지만, 해당 분석은 국회의장 중재 등을 거쳐 수정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양곡법을 분석한 게 아니라고 질타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본회의에서 처리된 양곡법에 대한) 공식 분석을 진행한 적이 없다. (한 총리의 대국민 담화 등은) 명백한 거짓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정 장관은 "도저히 인정 불가능한 말을 하신다. 일국의 총리가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정면 반박했다. 주 의원이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분석한 일이 없는데 분석한 것처럼 말하시니 그렇게 얘기한 것 아니냐"고 말했을 때도, 정 장관은 "그렇다고 말씀을 막하시면 안 된다. 어디다 (대고) 거짓말, 거짓말 한다고 하나"라고 맞섰다.

정황근 "벼 재배면적 증가시 의무매입 면제? 상식적으로 말 안 된다"

주철현 의원이 "(현 양곡법에) 벼 재배면적이 증가할 경우 정부의 의무매입을 면제하는 면책조항이 있는 것은 알고 있냐"고 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 장관은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 조항에 대해) 농업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웃는다.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는데 어떻게 정부가 가만히 있나"며 "제가 볼 때 (그 면책조항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양곡법상 정부의 의무매입 면책조항까지 포함해서 분석이 진행됐느냐는 취지'란 설명이 더해졌지만, 정 장관은 "농촌경제연구원장에게 물어보라"면서 "벼 재배면적이 줄어도 쌀 생산이 과잉돼 난리인데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정부가 매입 안해도 된다는 게 정부에 재량권을 준 거냐"고 반박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한 보충설명 기회를 줬다. 정 장관은 "벼 재배면적은 쌀 소비량 급감과 고령화로 인해 지금도 서서히 줄고 있다. 2021년 단 한 번, 6000ha(헥타르) 정도 늘어난 게 전부다"면서 "쌀 과잉생산 기조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벼 재배면적이 증가하는 게 가능하지 않은데 불가능한 조항을 걸어놓고 정부에 재량권을 줬으니 수용해야 한다? 정부로선 도저히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했다곤 하지만 비현실적이라서 그를 근거로 법안을 시행·공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양곡법 시행시 벼 재배면적 감축 정도가 현재보다 더 미미해져 쌀 소비량 급감 추세와 맞물려 쌀 가격이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폈다.

이와 관련해 정 장관은 "가격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더 많이 (쌀을) 사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가격은 더 떨어지게 된다"며 "일본은 쌀이 남아돌아서 별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가격이 40%가량 하락했다"고 말했다.

또 "시장에서 쌀이 넘친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쌀을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며 "농업인단체들이 양곡법에 반대한 핵심이다. 오죽하면 쌀을 담당하는 쌀 전업농을 포함한 41개 농민단체가 (양곡법에) 재의를 요구하라고 성명서를 냈겠나"라고 주장했다.

"정부, 쌀 시장격리 하면 가격 오르는데 하락한다고 국민 호도해"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임위 일방 운영 규탄' 피켓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식량주권 포기 규탄' 피켓을 각각 의원석에 붙인 채 회의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이에 민주당은 양곡법 취지나 내용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정부에서 '매년 1조 원 재원 소요' '쌀값 하락' 등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쌀 생산량을 사전조정해 시장개입요건이 안 되게 하라는 게 법의 취지"라며 "그런데 어떻게 재의요구를 하면서 매년 (재원이) 1조 원 이상 소요된다고 궤변을 늘어놓나"라고 지적했다. 또 "(쌀을) 시장격리하면 (쌀값이 자연히 오르는데) 시장가격이 하락한다고 호도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따졌다.

그러나 정 장관은 "(시장격리에 따른 가격조정이란)일시적 효과는 있다"면서도 "우려하는 건 매년 (정부에서) 시장격리하는 것으로 소위 신호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10%가 다시 벼 재배로 돌아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