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급식실 그만" 교육주체 모여 부산원탁회의 추진
지역 학부모·학생 등 19개 단체 한데 뭉쳐... 10대 요구안 만든다
▲ 12일 부산 19개 단체가 부산시교육청 본관 앞에 모여 '죽음의 급식실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원탁회의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있다. ⓒ 부산원탁회의 추진위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진단 검사결과에서 3명 중 1명꼴로 '이상소견'이 나온 가운데,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한데 뭉쳐 문제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주체들이 원탁회의를 구성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했는데, 부산의 이러한 시도는 전국적으로 처음이다.
"급식실 폐암 문제는 전 사회적 사안"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해 나온 폐암 판정 숫자만 31명.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이란 소견도 139명(0.58%)에 달했다. 이외에 양성결절이 6239명(25.93%), 추적검사가 필요한 경계선 결절은 534명(2.22%)으로 파악됐다. 검사 대상자 2만4065명 중에서 28%가 폐에 이상이 있단 검진결과서를 받은 셈이다.
이는 높은 노동강도와 단시간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드는 좁은 급식실에서 무방비로 유해물질에 노출된 결과다. 부침이나 튀김 등 고온의 기름 요리 과정에서 조리흄이 발생하게 되고, 급식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그동안 여러 번 열악한 환경, 노동강도의 문제를 제기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경고를 무시하더니 결국 심각성이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 폐암에 확진된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학교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3.14 ⓒ 연합뉴스
결과와 동시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환기설비 개선, 보호구 검토, 폐암 전담팀 운영 등 대책을 부랴부랴 발표했으나 여론은 엇갈렸다. 뒤늦게라도 급식실의 시설을 바꾸겠단 계획은 환영하지만, 노동자의 과중한 업무 등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단 반응이 터져 나왔다.
12일 부산에서 '죽음의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원탁회의 추진위'가 발족한 건 이러한 지적의 연장선이다. 지난 2월 토론회를 열어 급식노동자의 건강권·노동권 보장을 외쳤던 지역의 여러 단체는 한발 더 나아가 원탁회의를 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회의에는 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학부모연대, 사교육없는세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교육단체와 학비노조,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 노동단체, 노동·진보·정의당 부산시당 등 진보정당 등 19곳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추진위를 이끄는 정한철 부산교육희망넷 상임대표는 급식실 폐질환 결과가 사회적 문제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급식실 문제는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닌 전 사회적인 사안"이라며 "교육청이 내놓은 방안은 환경 설비가 전부로 고강도 노동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추진위는 각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해결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의제를 설정해 오는 26일 모두가 모여 원탁회의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정한 10대 요구안은 하윤수 부산교육감에게 공개적으로 전달한다. 또 서명운동과 함께 요구안을 각 학교운영위의 안건으로 올리는 등 일선 학교에서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급식실 문제에서 노조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생, 교사·교직원까지 범위를 넓혀 해법을 찾으려는 첫 시도"라며 "원탁회의 결과를 봐야겠지만 이런 노력이 부산에 그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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