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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에 맞는 산림경영, 해법 두고 갈등

산림청 "영급구조 개선 필요"에 시민단체 "오래된 나무 탄소흡수 능력 높아"

등록|2023.04.12 17:41 수정|2023.04.12 17:41

▲ 봉산에선 내려다본 은평구 모습.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숲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게 좋을까, 아니면 심고 베면서 관리하는 게 나을까.

최근 서울 은평구 봉산 편백나무 숲 조성을 둘러싸고 '생태계 파괴'라는 주장과 '체계적인 숲 관리'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정의당 은평을위원회는 "봉산에 추진 중인 편백나무 숲 조성 사업을 폐기하라"는 현수막을 은평 곳곳에 게시하고 봉산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행동은평전환연대도 지난 5일 성명을 발표하고 "봉산생태계 파괴를 멈추고 편백나무 숲 확대 사업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들은 "건강한 숲을 파괴하고 편백나무를 새로 심은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해당 사업으로 소쩍새 등 다양한 새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급 개선을 통한 탄소 저감 효과는 검증되지 않은 산림청의 주장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은평구청이 산림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며 2014년 네이처 논문 등에 따르면 나이 든 나무일수록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은평구는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림고령화로 탄소흡수량이 줄어들고 있어 이를 개선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산림청 "영급구조 개선 필요"에 시민단체 "오래된 나무 탄소흡수 능력 높아"

봉산 편백나무 숲 조성을 두고 벌어진 양 측의 팽팽한 의견대립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2021년 환경단체와 산림청의 '탄소중립 전략'을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해 실질 탄소 배출량을 '0'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로 탄소 배출량이 '0'이 될 수는 없으니 배출량만큼 흡수하는 방법으로 '산림경영'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황폐해진 산을 복원하기 위해 1970년대 정부는 대대적인 녹화사업을 실시했고 그 결과 전국의 산에 빽빽하게 나무가 자랐다. 산림청은 1970년대 심은 나무들이 나이가 들어 탄소흡수량이 줄어들고 있으니 늙은 나무는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새로 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핵심과제로 '영급구조 개선'을 택했다.
 

▲ ■ 2020~2050년 우리나라 산림의 영급별 면적변화 전망(국립산림과학원) ⓒ 은평시민신문


'영급구조 개선'은 30년생 이상 산림이 전국 산림면적의 7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불균형한 영급구조'로 규정하고 4영급 이상 산림이 구조 개선의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영급은 나무의 나이를 10년 단위로 구분하는 산림용어로 1~10살은 1영급, 11~20살은 2영급, 21~30살은 3영급 등으로 부른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네이쳐(Nature)지에 게재된 논문을 근거로 들며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흡수 능력이 높다며 함부로 나무를 베면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2014년 네이처는 "나무의 탄소 축적률은 나무의 크기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Rate of tree carbon accumulation increases continuously with tree size , Stephenson, 2014)" 논문을 게재했다. 대부분 종의 나무가 늙을수록 더 빨리 성장하고 부피를 키우면서 더 많은 탄소를 조직 안에 저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논문을 근거로 '영급구조개선'을 핑계 삼아 나무를 베면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쳐 게재 논문에 대해 산림청은 숲이 아닌 개체목 수준에서 나무 크기가 커질수록 탄소 축적률이 증가한다는 것으로 숲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체수가 줄어들어 숲 전체 흡수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해당 논문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논문은 나무의 크기와 흡수량과의 상관관계를 주장할 뿐, 나이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 ■ EU 주요국의 1990년 영급분포 및 온실가스 흡수량 추이 ⓒ 은평시민신문


산림청은 베어낸 나무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탄소 산정 방식과 관련이 있다. 나무를 베는 순간 그동안 흡수한 탄소를 모두 배출하는 것으로 계산하는데 나무를 목재 등으로 잘 활용할 경우 그 기간만큼은 탄소를 저장한 것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건축 자재로 목재를 이용하면 35년, 종이로 이용하면 2년간은 탄소배출을 하지 않고 저장하는 것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결국 '베고-쓰고-심기'의 산림 순환 과정을 통해 탄소 저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산림청 계획에 환경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산림의 생태적 기능을 외면하고 바이오매스 발전 확대를 위한 것이라 비판했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태우거나 분해해 전기를 생산하는 전기 발전 방식이다. 바이오매스 발전 방식은 발전원에 따라 목재펠릿과 나무칩 등을 태우는 전소발전, 바이오매스와 석탄을 함께 쓰는 혼소발전으로 나누는데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소 대부분은 혼소발전이며 재생에너지로 분류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나무 베기 목적이 결국 바이오매스 발전 확대를 위한 것 아니냐, 이 사업을 위해 베지 않아도 될 나무까지 벨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OECD회원국 중 한국은 산림이용도 낮은 나라 

"나무를 베어야 한다, 베지 말아야 한다"는 논의를 벗어나 어떤 방법으로 나무를 키우고 활용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맞는 방법인지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신유근 녹색탄소연구소 소장은 주간경향(4월3일자,1521호)에 "잦아지는 산불, 대안은 간벌과 임도" 기고글을 통해 "1973년부터 시작된 녹화사업을 통해 숲속 나무양이 48년 만에 135배가 증가했지만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산림 이용도가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혹자는 숲은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기에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지만 한국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파괴된 뒤 대규모 산림녹화 사업을 통해 조성된 인공림"이라 전했다.

 

▲ ■ OECD 국가들의 산림자원 이용 강도(연강 생장량 대비 벌채량 비율) ⓒ 은평시민신문


신 소장은 "건축용 목재 1㎏을 생산하는데 0.3㎏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반면 플라스틱과 철은 2.7㎏(목재의 9배)을 배출한다"며 "'나무를 베어야 한다, 베지 말아야 한다' 차원의 논의에서 벗어나 어떠한 방법으로 나무를 키우고 활용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합당한 방법인지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산을 둘러싼 갈등은 '나무의 나이와 탄소흡수 능력의 관계,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산림관리' 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가면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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