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도 쉬지도 않고 싸운다... '액션의 경지' 오른 키아누 리브스
[리뷰] 영화 <존 윅 4>
▲ 영화 <존 윅 4> 스틸컷 ⓒ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존 윅 4>은 현존하는 액션의 모든 클리셰가 응축되어 있다고 해도 좋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향한 쉽지 않은 도전이 만들어 낸 인내의 결과물이다. '존 윅 시리즈'의 오리지널 팀이 그대로 참여해 4년 만에 탄생했으며, 동양, 서양 액션 오마주 또한 역시나 자주 등장한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큰 즐거움을 제공한다.
매트릭스 3부작 등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활약한 '채드 스타헬스키'의 이름을 알렸으며 연출까지 이어졌다. 칼, 총, 책, 연필, 활 등 손에 잡히는 건 뭐든 무기가 된다. 총과 주짓수를 결합한 건짓수 액션이 되살아났다. 잔혹하지만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미장센과 음악이 가미된 비주얼 액션은 시리즈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유를 좇았다가 표적이 된 최강 킬러
▲ 영화 <존 윅 4> 스틸컷 ⓒ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엄청난 금기를 깬 후 현상금이 걸려 전 세계 킬러의 표적이 된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간신히 뉴욕을 빠져나와 도주 중이다. 자유를 원한 대가는 엄청났고 많은 희생을 불러왔지만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고군분투 끝에 최고 회의를 쓰러트릴 방법을 찾았지만 새롭게 나타난 고위 멤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교활함뿐만 아니라 제멋대로여서 예측하기 힘든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는 오랜 친구였던 케인(견자단)을 불러 잔인하게도 우정을 이용한다. 케인은 딸의 안전을 위해 존 윅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상금을 노리는 추적자(샤미어 앤더슨)까지 가세해 존 윅의 목줄을 바투 잡고야 만다.
뉴욕에서 탈출해 요르단, 일본, 독일, 프랑스를 거쳐 도망자 신세가 된 존 윅. 그를 쫓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의 날 선 대결이 이어진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었지만 굳은 의리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과연 존 윅은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인이 될 수 있을까.
'존 윅' 그 자체인 '키아누 리브스'
▲ 영화 <존 윅 4> 스틸컷 ⓒ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169분 동안 존 윅이 죽인 악당만 100여 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먹지도 쉬지도 않고 오직 싸우기만 하는 킬러의 고단함과 외로움이 눅진하게 풍겨온다.
존 윅이란 캐릭터는 유니버스를 형성하며 '키아누 리브스' 자체가 되어갔다. '다정하면서도 정의로운 따뜻한 킬러'라는 역설적인 설정이다. 그의 이미지와 매칭돼 매력적인 서사를 부여했고 설득력을 높여 갔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청년기 대표 캐릭터였다면, <존 윅>은 중장년기를 책임질 캐릭터다. 배우의 대표 캐릭터가 있다는 건 영광이거나 저주일 수 있다. 하나의 캐릭터에 의존해 인기를 이어갈지, 변신해 새로움을 줄지 숙명 같은 갈림에 서 있다. 키아누 리브스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유지한 몇 안 되는 배우다. 킬러의 이면을 다층적으로 보여주며 진한 인상을 남겼다. '존 윅' 캐릭터로 액션의 경지에 올랐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 영화 <존 윅 4> 스틸컷 ⓒ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시리즈는 암살자들의 성역으로 불리는 '콘티넨탈 호텔', 12개의 범죄 조직 수장들로 결탁한 '최고 회의', 이들 사이의 엄격한 규율과 파문 등. 오랜 시간 깨지지 않는 확고한 신념은 관객을 매혹했다. 프리퀄 드라마 [콘티넨탈]과 스핀오프 영화 <발레리나>까지 확장된 세계관은 프랜차이즈 이름값을 공고히 하고 있다.
4편을 끝으로 존 윅은 아름다운 퇴장을 했지만 다시 돌아오게 만들 떡밥은 뿌려 놓은 상태다. 긴 러닝타임을 지나 엔딩크래딧까지 견디면 에필로그 같은 쿠키 영상으로 <존 윅 5>의 부활을 열어 놓았다. 오랜 할리우드의 소재 고갈로 이어진 시리즈 확장, 재탕의 늪에 빠진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지, 엄청난 흥행 지표가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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