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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유출범' 잡기 위해 미국이 쓴 기상천외한 방법

사진에 찍힌 식탁 무늬가 수사에 중요한 돌파구 돼... 미국 내부서 '허술한 보안 체계' 비판도

등록|2023.04.17 09:39 수정|2023.04.17 09:39

▲ 잭 테세이라가 매사추세츠주 북동부 노스다이튼의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FBI 요원들에 의해 체포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AFP PHOTO/WBZ: CBS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잭 테세이라(21)를 체포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온라인 채팅방 사이트인 <디스코드>에서 비공개 대화방을 운영하면서 자기 과시를 위해 기밀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테세이라는 채팅방에 들어온 10대들에게 "세상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돌아간다"며 선지자 행세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테세이라는 텍스트로 기밀 문건 정보를 올리거나, 아예 기밀 문건을 촬영한 사진을 다량으로 업로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밀문건 유출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모든 정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뒤 잠적했었다.

기밀문건 유출범이 검거된 결정적 단서 

테세이라가 검거된 배경에는 그가 온라인에 올린 기밀 문건 사진이 중요한 단서가 됐다.

<뉴욕타임스> 크리스티안 트리베르트 기자는 트위터에 테세이라가 올린 기밀 문건 사진과 그의 어린 시절 집 사진을 비교한 뒤 식탁의 무늬가 똑같다면서 이것이 수사의 중요한 돌파구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연방수사국은 테세이라가 기밀 문건을 놓고 찍은 사진 속 식탁 문양을 통해 용의자의 신원을 확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이번 사건을 내부 고발자의 폭로보다는 '보안사고'로 보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 어떻게 20대의 젊고 계급이 낮은 군인이 쉽게 기밀 문건을 유출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고 허술한 보안 체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기밀 유출로 동맹국 도감청법 연장 우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시간) 기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미국이 동맹국을 도·감청할 수 있는 법이 연장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NSA)이 구글, 메타 등 미국 소유 플랫폼을 이용하는 해외 거주 외국인의 통신 정보를 감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가 올해 만료된다.

미국 정부는 미 의회의 재승인을 놓고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기밀을 해제해서라도 알려야 하는지 고심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 기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정보의 중요성과 자국의 이익이 확인되면서 연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정보 수집이 동맹국과 상관없이 너무 광범위하며 수집된 기밀이 이번 사건처럼 유출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테세이라가 유출한 기밀 중에는 한국산 155㎜ 포탄을 이송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표로 추정되는 문서가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빨리 공급하는 것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155㎜ 포탄 33만 발을 우크라이나 무기 전달 통로인 폴란드에 판매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미국에 간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미국이 악의적으로 도·감청한 정황이 없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이 문제에 대해 미국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제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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