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일으켜 송구" 회견문만 읊고 떠난 하영제에 항의 소동
구속영장 기각 2주 만에 기자회견... 기자 질문 받지 않고 그냥 종료
▲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는 하영제 의원. ⓒ 뉴스사천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하영제 의원이 17일 오전 10시 30분 경남 사천시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회견문만 낭독하고 떠나, 현장을 취재하던 여러 언론사 기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하 의원의 공개 사과 기자회견은 지난 4월 3일 창원지방법원의 영장실질심사 후 구속영장 기각 2주일 만이다. 그동안 하 의원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이유이든 지역의 명예를 실추시킨 만큼 대시민 사과해야 한다",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 군소음보상법 등 지역 현안이 걱정스럽다", "물의를 일으킨 만큼 거취 표명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날 하영제 의원은 회견문을 낭독하며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코로나로 그간 격리되어 당분간 여러분을 뵙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여러분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한 없는 사랑을 바탕으로 오로지 일로써 지역을 발전시키고, 여러분의 더 큰 사랑을 받기 위해 저 나름대로는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하영제 의원이 4월 17일 오전 10시 30분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스사천
하지만 하 의원은 본인이 받고 있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정치 초년생으로서 많은 것을 깊게 살피지 못한 저의 미숙함이 적지 않았다"고 짧게 말했다.
그는 "저는 앞으로 진행될 사법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사천 우주항공청 설치, 남해-여수 해저터널 착공, 하동 세계차 엑스포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 의원은 이날 "송구하다"는 말이 끝나자, 곧바로 회견장을 떠났다.
일부 기자들은 회견장을 나가는 하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직 거취 여부와 우주항공청 차질 가능성을 따져 물었다. 하지만 하 의원은 침묵을 지킨 채 밖으로 나갔다. 이 때문에 시청 브리핑룸 밖에서도 의원실 관계자와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하영제 의원실은 "아직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오늘은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그동안의 상황에 관해, 시민들께 사과해야 한다는 의원님의 의지가 있었다. 이에 변호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나중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 개최 과정에서, 의원실 내부에서도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은 코로나19 격리기간이 끝난 후 지난 4월 11일 창원지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하동 예비후보자 관련 사안 외에 지방선거 당시 공천 관련 사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 의원 관련 공소장 변경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에 하 의원의 기소를 앞두고,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한편, 하영제 의원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경남도의원 선거와 관련해 하동지역 한 예비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7000만 원을 수수하고, 송도근 전 사천시장과 전 보좌관 A씨 등으로부터 지역사무소 운영경비 등으로 575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는 3월 30일 법무부가 제출한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재석의원 281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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